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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 A지구 저녁 노을
천수만 A지구 저녁 노을 ⓒ 서재후

나물캐는 아낙
나물캐는 아낙 ⓒ 서재후

천수만 A 지구 해질녁
천수만 A 지구 해질녁 ⓒ 서재후

해가 천수만 위로 떨어질 때쯤 나는 차 머리를 서울로 돌려야만 했다. 망할 놈의 오리새끼들 날지도 못하는 것들이구만! 여까지 어케 왔어? 걸어 왔나? 혼자말로 꿍얼거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깨닫지 못했던 거다.

무사히 귀가는 했지만, 날지 못하는 오리를 생각하며 분한 마음에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결심하며 잠을 청했다.

그분들 너무 심하잖소?

드디어 결전의 그날 12시쯤 서울에서 출발하여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렸다. 평일이라 막히지 않았다. 물론 전날 또 인터넷을 헤맸다. 목적지를 바꾼 것이다. -지난번 천수만은 물이 좋지 않은 탓인지, 오리들이 날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얄팍한 생각에(쯔쯔쯔)-

그래서 이번 목적지는 서천, 금강 하구둑이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쭉 내려오다 서천 IC에서 빠져 나와 4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금강 하구둑 이정표가 보인다. 도착하니 3시 30분 정도 되었다.

지난번 쓰라린 실패로 오늘은 꼭 보고 말리라는 각오로 금강 하구둑 휴게소에서 정차하여 오리 정찰에 나섰다.

한쪽 둑길을 걸으며 그분들을 찾았다. 그분들이 내 눈에 보이자마자 순간 기뻤다. 하지만 바로 슬퍼해야 했다. 오리 한 분, 오리 두 분, 오리 세 분… 딸랑 세 분, 끝이다.

게다가 그분들 머리를 날개 밑으로 처박고 주무시는 게다. 어젯밤에 뭐 했길래! 오 마이 갓! 돌멩이를 집어서 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진 않았다.

참고, 참고, 또 참고… 둑길의 중간쯤 지났을 때였다. 나에게도 한줄기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금강하구의 하늘
금강하구의 하늘 ⓒ 서재후

하구둑 끝자락 멀리서 한 무리의 그분들이 줄지어 맞은편으로 날아가는 거다, 그 순간 하늘을 보니 그분들이 둑을 중심으로 오락가락하고 있는 거다.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들었다.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군….

나는 재빨리 차를 몰아 반대편으로 건너서 정찰을 계속했다. 우와! 심봤다.

금강은 지금 휴식중
금강은 지금 휴식중 ⓒ 서재후

엄청난 숫자의 오리가 몽땅 졸고 있는 것이다. 비록 졸고 있지만 정말 많은 숫자다.

이제 자리도 잡고 촬영준비를 끝내고,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

수없이 수면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몇몇 분들. 내 성에는 차지 않았다. 내가 그거 보자고 여기까지 온 거냐 이것들아! 끝까지 기다려보자. 분명 해질 녁 어슥어슥할 때 한 번 뜬다고 했겠다!

…….

금강하구의 아름다운 저녁노을
금강하구의 아름다운 저녁노을 ⓒ 서재후

해가 지려고 한다. 그분들 꿈쩍도 안 한다.

…….

해가 지는 금강하구 하늘
해가 지는 금강하구 하늘 ⓒ 서재후

해가 졌다.

…….

내가 졌다!

…….

아름다운 비행1
아름다운 비행1 ⓒ 서재후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순간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모를 한 무리의 오리떼를 시작으로 잔잔한 하늘과 강 위엔 한순간 활기가 느껴진다.

멀리 하늘에서는 때론 'V'자, 때론 원을 그리며 계속 날아든다. 때로는 이순신 장군이 남해바다에 펼친 진의 모습도 생각난다.

금강의 저녁하늘을 접수하다
금강의 저녁하늘을 접수하다 ⓒ 서재후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비행하는 그분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물 위에서 쉬고 있던 그분들도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수면을 힘차게 박차고 오른다.

그렇게 그분들의 늦은 비행은 - 참을성 없는 인간들의 시간 - 약 30분간 계속되었다. 기다린 시간에 비해 짧은 시간이지만 행복한 순간이었다.

인간은 자연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에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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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잊고 살았던 꿈을 조금이나마 실현해보기 위해서라면 어떨지요...지금은 프리렌서로 EAI,JAVA,웹프로그램,시스템관리자로서 일을 하고 있지만 어렸을때 하고싶었던일은 기자였습니다. 자신있게 구라를 풀수 있는 분야는 지금 몸담고 있는 IT분야이겠지요.^^;; 하지만 글은 잘 쓰지못합니다. 열심히 활동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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