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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보안법철폐 단식농성단 여의도 집회장에서 김성진씨(제일 오른쪽, 민주노동당 인천시 연수지역위원장 45세)
ⓒ 정영주
지금 여의도 광장에는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를 위한 단식농성단 천막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올라 온 700여 명의 농성단이 늦은 밤, 불을 밝히며 하루를 정리합니다. 그 사람들 가운데 12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남편이 있습니다.

8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형과 함께 달랑 몸뚱이 하나 가지고 올라온 서울 생활. 한뎃잠도 많이 자고 밥 굶기는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했다는 남편은 체육시간이 가장 싫었다고 합니다. 운동장 수돗가에 나가 물로 굶주린 배를 채워야 했던 남편에게 체육시간은 고통의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몸무게 50kg인 남편이 "결혼해서 가장 좋은 것은 세 끼 밥을 다 먹을 수 있는 것"이라는 말에 픽 웃고 말았습니다. 반찬 한 가지 없이 밥에 물을 말아먹더라도 끼니를 거르지 않으려는 남편이 가장 싫어하는 밥굶기를 결의한 것은 바로 그만큼 세상이 절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와 살아온 세월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머리카락 한 올 없이 파리해진 머리와 단식으로 인해 축난 얼굴을 보며 둘째 아이는 "아빠, 아빠…" 하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기만 합니다. 지영이는 아빠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아빠는 단식투쟁 언제 끝나? 벌써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는데, 난 너무 서운해. 요번엔 꼭 우리 가족 모두 모여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길 기도 했는데. 아빠 단식 빨리 끝내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요. 그리고 또 아빠 감기 걸리지 마."

첫 아이는 그래도 철이 들어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노래를 직접 불러 녹음을 해 남편 메일로 보냈습니다. 그 노래 소리를 듣던 남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여의도 단식 농성장에는 점점 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서울, 인천, 울산, 부산, 제주…, 모인 사람들의 고향과 일터는 서로 다르지만 국가보안법을 올해 안에는 꼭 철폐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모인 것입니다.

여성들이 모인 숙소에서는 밤마다 소리 없는 눈물이 가득합니다. 10개월짜리 젖먹이 아기를 두고 와 단식을 하며 젖이 말라가고 있는 아기 엄마는 밤마다 속울음을 웁니다.

아직 말도 잘 못하고 겨우 걸음을 뗀 아기를 두고 오면서 '다녀올게' 인사도 하지 못하고 올라 온 엄마는 '애들은 다 그렇게 커야 씩씩해'하면서 마음 속상한 너스레를 떨지만 혼자 있으면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학교에 다녀와 몇 날 며칠을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 아이들 두고 온 엄마는 12일째 단식을 하면서도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우리 아이에게 국가보안법 있는 세상은 물려줄 수 없다면서 손을 뻗쳐 듭니다.

이 사람들의 사연을 들으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미쳤다' '애나 잘 키워라'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면서 한마디 할지도 모릅니다.

여의도에 모인 사람들 중에는 물론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도 있지만,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하고 내가 아니더라도 이 땅에 살고 있는 단 한 사람이라도 억울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56년이나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고통과 죽음으로 몰고 갔던 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이었다면 이참에 끝장내 보겠다는 사람들이 모인 것 입니다.

분단 이후 우리 국민들은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언론에 의해 눈이 가려지고, 귀가 막혀지고, 가슴이 닫혀졌습니다.

밥은 목숨입니다. 밥을 굶는다는 것은 목숨을 끊는 것과도 같습니다. 단식농성을 결의한 것은 국가보안법폐지와 목숨을 바꾼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입니다.

국가보안보안법을 올해 안에 끝장내겠다는 700명의 단식 농성단의 목소리에 귀와 마음을 열어 주십시오. 대다수 국민들 사이에서 국가보안법은 이미 법이 아닙니다. 그것을 알려내야 합니다.

힘을 모아주십시오.
마음을 내 주십시오.
그리고 광화문으로 와 주십시오.

우리 온 국민의 귀가 열려 있다는 사실을,
가슴이 열려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줘야 합니다.
국민이 깨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12월 18일 토요일 5시 광화문으로 와 주십시오.

국가보안법이 없는 2005년을 온 국민이 큰 박수와 환호성을 지르며 맞이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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