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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신천동에 위치한 국민연금관리공단 본부 건물.
서울시 신천동에 위치한 국민연금관리공단 본부 건물. ⓒ 오마이뉴스 남소연

올 연말 여야가 국회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핵심 법안은 크게 사회 분야의 '4대 법안'과 경제 분야의 '4대 법안'으로 나눌 수 있다.

여야가 사회 분야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비롯, 언론개혁법과 사립학교법, 과거사규명법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다면, 경제 분야에서는 기금운용관리법과 국민연금법, 민간투자법, 한국투자공사법이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사회 분야에서 '국가보안법 폐지'가 갈등의 핵심이라면, 경제분야에서는 '국민연금법 개정'이 태풍의 눈이다.

여야가 이처럼 국민연금법안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무엇보다 올해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부양을 위한 이른바 '한국판 뉴딜' 자금으로 국민연금을 운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되면서, 여야와 각 정부 부처는 국민연금 운용법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지금은 이처럼 각기 다른 국민연금 운용법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형국이다.

수익성-안정성, 두 마리 토끼 잡기... 방법은 제각각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국민연금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수익을 올릴 것이냐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 오는 2047년 고갈될 국민연금 보험료와 급여를 어떻게 조정하느냐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이와 관련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9개나 상정돼 있다. 이 중에서 국민연금요율 문제, 보험료와 급여지급은 매우 복잡해서 여당이나 야당 모두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국민연금의 안정적 운용과 수익 창출 문제에 대해서는 각 주체의 대안이 비교적 명확하게 나와 있다. 여야와 정부는 국민연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서는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미 각자의 의견을 제출한 상태다.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국민연금이 자칫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쌈지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대체적으로 공통된 시각이다.

다음으로 기금운용의 독립성에서의 핵심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다. 현재 복지부 산하 비상설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를 상설화해서 따로 떼내는 것이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기초다. 이와 함께 운용위원의 숫자, 구성 방법, 그리고 자금운용을 어느 기관에서 맡느냐는 것도 중요한 논란거리다.

지난 11월 29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에 출석한 김근태 장관과 송재성 차관이 국민연금 운용에 관한 위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지난 11월 29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에 출석한 김근태 장관과 송재성 차관이 국민연금 운용에 관한 위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희열
●정부-여당: 공익법인 설립, 기금운용위원 9명= 최근 '김근태 파동'을 거치면서 당·정·청이 합의한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연금을 운용할 공익법인 형태의 국민연금 투자전문회사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는 이를 복지부 산하로 편입해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

기금운용위원회의 경우, 정부는 민간인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1명, 재경부, 복지부, 예산처 차관 등 3명, 근로자·사용자·지역가입자·시민단체 추천 전문가 1명씩 모두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또 기금운용위원은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국민연금정책협의회에서 추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와 여당의 안은 당장 내부에서도 이견에 부딪치고 있다. 유시민 의원을 비롯한 19명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지난 10월 16일 상설화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의 숫자를 13명으로 늘려야 한다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기금운용위원은 '독립성 훼손' 논란이 있는 정부내의 국민연금정책협의회가 추천하지 않고, 따로 구성된 추천위를 통해 추천하도록 돼 있다.

현재 여권에서는 13인의 기금운용위원을 두는 유시민 의원의 개정안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민주노동당 : 공사 설립, 기금운용위원 21명= 하지만 여당 밖에서는 기금운용위원을 13명으로 늘리는 것도 '적다'는 비판이 크다. 또 투자전문회사를 공익법인 형태로 복지부 산하에 두는 것은 독립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높다.

이와 관련, 현애자 의원 외 10명의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지난 11월 18일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이하 운용공사) 설립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기구의설치등에관한법률안'을 제출했다. 운용공사는 여당이 제시한 공익법인 형태보다 독립적인 조직으로 복지부나 재경부 등의 간섭으로부터 가장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이 개정안에는 상설화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21명으로 늘리고, 위원 추천은 추천위를 통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아울러 위원회 산하에 투자정책국, 성과분석국, 준법감시국, 사무국, 감사위원회, 징계위원회 조직을 갖춰 운용공사를 관리하도록 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역시 이 같은 방식에 동의하고 있다.

노동, 농민,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11월 17일 국회 기자실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동, 농민,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11월 17일 국회 기자실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이희열
●한나라당 : 독립적 민간투자 전문회사 설립, 자산운용위원 13명= 한나라당 역시 정부와 여당의 '공익법인' 안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며 독립적인 민간기업에 기운용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6일 한나라당이 내부 당론으로 확정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과 자산운용은 '국민연금기금자산투자전문회사'(가칭, 이하 투자전문회사)가 맡는 것으로 돼 있다. 투자전문회사는 무자본특수법인으로 한국은행과 같은 정치적 독립성을 가지고, 최고의결기구에 자산운용위원회와 소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자산운용위원회는 모두 13명(민간인 10, 정부 3)으로 구성되고, 산하에는 민간인 5명으로만 구성된 '투자 및 리스크관리소위원회'를 만들도록 했다. 또 투자전문회사는 주식운용실, 채권운용실, 대체투자실 등 부서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가 핵심

이처럼 정부와 여당, 야당과 시민단체의 해법이 제각각이지만,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국민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독립성 확보'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또 독립성 확보 문제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냐 아니냐가 핵심이다.

즉,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하는 투자전문회사는 공익법인이든, 공사든, 민간기업이든지 간에 기금운용위원회의 감독에 따라 투자하게 되므로,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시켜 복지부로부터 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는 얘기다.

오건호(심상정 의원실) 박사는 "공익법인이나 공사, 투자전문회사 등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은 문제의 본질에서 빗겨나가 있는 것"이라며 "핵심은 기금운용을 어떻게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오 박사는 "독립적인 기금운용을 위해서는 현재 복지부 산하에 있는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해서 분리시켜야 한다"며 "이는 여당도 같은 생각인 만큼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연명(중앙대) 교수도 "국민연금기금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기금의 사회적 흐름을 잡아나가는 비정치적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비상설화 돼 있는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시키고 민간인을 많이 참여시켜 견제와 균형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현재 정부안에는 금융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한다고 돼 있는데, 국민연금기금을 사적 펀드와 똑같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연금기금운용은 단순한 수익률로만 운용해서는 안 되고 경제적 잠재력을 키우는데 사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일정 부분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당은 이날(16일) 현재 복잡한 보험요율체계와 국민연금기금운용 문제를 분리해 기금운용체계는 연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를 반대하며 한나라당의 대안 수용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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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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