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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의 서너 군데 고교생들 수십 명이 몇몇 여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해왔다는 사실이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사건 자체에 더하여 그와 관계된 몇몇 문제들이 우리를 분노하게 한다.

역할을 나누어 조직적으로 집단 성폭행을 자행하고 동영상을 촬영하기까지 했다니…. 또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관이 피해 학생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가하고, 가해 학생들의 부모가 피해자의 부모에게 폭언을 했다는 데에서는 성폭행 문제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너무나도 일천하다는 사실에 새삼 탄식이 나온다.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안전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도무지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 사건을 접하자마자 나는 성매매 금지 특별법 관련 논란을 떠올렸다. '성매매와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뜨겁게 달아오른, 특별법의 시행과 관련한 수많은 논의 가운데 특히 성매매 합법화를 요구하던 주장들이 떠오른 것이다. 그 중에서도, 그들이 짜내던 궁색한 논리 중 널리 퍼진 한 가지가 연상되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남성들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서 성매매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 주장(?)을 이번 사건과 관련지어보면 어떨까. 이번 성폭행은 생물학적으로 성 능력이 가장 왕성할 때라는 10대들이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벌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연장하면, 이러한 10대들에게도 성매매를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성매매 허용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것인데, 낮춘다면 또 어디까지 낮출 것인가.

물론 그들 또한 이러한 논리를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성매매의 합법화를 포함하여 그들이 생각하는 성윤리라는 것이 성인 남성들 자신들의 입맛만 앞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매매 현장에서 어린 자식이나 조카와 맞닥뜨릴 수도 있는 상황을 받아들일 만큼, 그들이 열린(?) 성의식을 가지고서 성매매를 허용하자는 것은 아닐 터이다.

사실 그들의 주장은 여성의 성도 십대들의 성도 고려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성 문화를 수립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 또한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성매매 종사자에서 여대생, 유부녀에 미성년자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는 자신들의 뻔뻔스러운 성적 욕망을 마음껏 펼치기 위해 남성의 성욕을 신비화하는데 급급할 뿐이다.

성인 남성들의 이러한 성적 욕망에 부응하여 온갖 성적 자극물이 우리 사회에 흘러넘치고 있다. 포르노가 일상화되다시피 한 데에 더하여, 이른바 정론지를 표방하는 유력 언론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들까지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성인용 사이트에 이어지게 하고 있다.

겉으로는 도덕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윤리를 흐리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태도가 사회의 공기(公器)요, 여론의 선도자라는 언론 매체들에서부터 전사회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이렇다보니, 넘쳐나는 성적 자극물들이 일탈된 성 행위를 부추긴다는 분석은 분석이라고 칭하기 낯간지러울 정도로 자명한 사실이 되어버렸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이번 고교생들의 집단 성폭행 사건의 궁극적인 원인 또한, 이러한 현실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가해 남학생들 대부분은 인근 기업체에 현장 실습을 다니느라 학교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은, 경남도교육청 관계자의 말처럼, 성인 유흥문화를 보다 가까이 접했을 수 있다. 위에서 말한 우리 사회의 문제적인 성적 환경에 이들의 구체적인 상황이 더해져서, 이같은 사건이 터진 것이라 하겠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문제를 푸는 방법은 사실 자명하다. 성적 자극이 넘쳐나는 사회 분위기를 쇄신하는 일이 소극적이지만 궁극적인 해결 방안이 될 터이다. 윤리적으로 이중적인 면을 보이는 언론매체들부터 자신들의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적극적으로는 전체 사회구성원을 대상으로 하여 올바른 성윤리와 의식을 교육해야 한다. 학교뿐만 아니라 기업체에서도 의무적으로 성교육을 행하고 그 시행 여부를 철저히 관리 받아야 할 것이다. 성에 관한 잘못된 생각들, 여성의 성을 사물화하고 남성의 성을 신비화하는 수많은 거짓 관념들을 깨뜨리고, 남녀 주체적인 성 행위를 생활의 일부로 사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성 관련 범죄들에 대한 처벌에 있어 예외를 두지 않고, 그릇된 성매매 현실을 지속적으로 엄정히 규제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재 우리 나라의 그릇된 성문화를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이때, 바로 우리의 딸들이 현재 상황의 간접적인 피해자이며 미래의 직접적인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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