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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깨동무를 한 이주노동자들과 금속노동자들
ⓒ 김진희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겨울의 늦은 오후.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는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이주노동자와 국내노동자들이 어깨를 겯고 하나된 마음을 확인했다.

전국금속산업연맹과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3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이주노동자들과 공개 만남을 가지는 '우리함께 어울려...' 문화제를 개최했다. 이주노동자와 국내 금속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정서를 교감하고 이해하기 위한 취지에서 열린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작 이주노동자들의 얼굴은 많이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정부의 단속추방으로 어딘가에서 숨어 지내고 있어 밖으로 나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서운 겨울 날씨에도 서울대 총학생회와 전국학생연대회의 소속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김호규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은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착취와 추방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면서 "'차이'와 '차별'을 없앤다는 것이 무엇인지 점차 깨달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이어 "이 땅에 이주노동자라는 말이 없어질 때까지 힘차게 투쟁하자"라고 외치며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결의를 다졌다.

▲ 구호를 외치며 결의를 다지는 이주노동자
ⓒ 김진희
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이들은 추운 날씨도 잊은 채 차가운 바닥에 쪼그려 앉아 "단속추방 박살내고 노동비자 쟁취하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인간다운 삶을 살기 원하는 이주노동자의 간절한 희망을 표현했다.

이어 서성연 평등노조이주지부 사무국장의 경과보고가 시작됐다. 서 사무국장은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의 이주관련 단체들, 학생들은 380여일 동안 강제추방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전면합법화를 위해 차가운 바닥에서 천막농성을 했다"고 회고하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동물처럼 끌려가는 이들을 위해 아무리 추워도 정당한 권리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했다.

아느와르 평등이주지부위원장(농성단 대표)은 "94년 산업연수생제도를 실시한 이후 불법 체류자가 계속 늘어났다"며 "그러나 1년 넘게 투쟁해도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정부 태도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아느와르 대표가 "우리는 반한(反韓) 단체가 아니라 이 땅에서 당당하게 일하고 싶은 노동자"라고 외치자 곳곳에서 박수소리가 나왔다.

이후 '이주노동자 전국투쟁단' 이름으로 투쟁기금 전달식이 이어졌다. 김혁 농성단 상황실장은 "전국적으로 이주노동자의 농성연대를 꾸리겠다"면서 "사무실도 얻고, 이주노동자들이 현장에 정착할 때 지원하는 투쟁기금으로 쓰겠다"고 활용 계획을 밝혔다.

▲ 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는 모셰이 씨
ⓒ 김진희
한편 미얀마 출신으로 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모셰이씨가 이날 문화제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모셰이씨는 지난 9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억압과 분쟁의 해소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개인, 단체를 격려하는 '지학순 정의평화상'을 수상했다.

모셰이씨는 "추운 날씨에 모여 오랜 기간 농성을 하는 일은 보통 마음으로는 할 수 없다"며 이날의 열기에 감동을 표했다. 모셰이씨는 "태국에도 이주노동자제도가 있지만 이는 기업가와 사업주들을 위한 것"이라면서 "자본주의 국가들은 노동자 권리보다 기업가 권리를 보호한다"고 비판했다.

민중가수 지민주, 밴드 바람의 축하공연이 시작되자 어둠이 깔린 명동성당 들머리의 분위기도 달아올랐다. 이주 노동자들과 금속노조 노동자들은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하나된 마음을 확인했다. 율동패 들꽃과 이주노동자 마임 공연으로 마무리된 이날 문화제는 모든 참석자들이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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