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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휘를 노리고 나타난 자들은 한결같이 온통 흑의로 감싸 오직 눈만 내놓은 모습으로, 사용하는 검(劍)마저 묵빛이었다. 어둠과 완벽히 동화되어 웬만한 시력으로는 어떻게 당했는지 알지도 못하는 가운데 죽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재미있군. 초혼령이 휩쓸고 지난 자리에 살수라? 언제부터 초혼령이 살수를 동원했지?”

하지만 구양휘가 어떤 인물인가? 무림에서 은연 중 중원제일검이라고 인정되고 있는 인물이다. 그렇게 위급한 상황에서도 구양휘는 비웃음이 섞인 음성을 뱉으며 몸을 비틀어 허공에 솟구치면서 그의 기형적으로 긴 장검을 흩뿌렸다.

츠츠--르--르

그의 검신에서 가공할 검기가 사방으로 비산되었다. 일순간 주위가 환해지며 장내의 모습이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보였다.

파지지직----!

허공에서 불꽃이 튀며 나타난 세 명의 흑영들이 비틀거리며 몇 걸음 물러나며 침음성을 흘리고 있고, 삼장 정도 떨어진 곳에도 유성추를 들고 있는 네 명의 흑의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에 걸쳐 구양휘에게 당했던 흑영은 부상이 심한지 나무에 기댄 채 일행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살수들 치고는 제법들이야. 내 검을 받고도 제대로 서 있는 것을 보니 전문적인 연수합격(練修合擊)을 익혔군.”

살수들은 본래 혼자서 일을 처리한다. 살문에 몸담고 있는 자들도 예외는 거의 없다. 헌데 이들은 분명 살수의 냄새를 풍기면서도 완벽한 연수합격을 하고 있다.

더구나 구양휘의 검은 중검(重劍)이다. 크기도 크기지만 그의 검은 부닥치는 것은 무엇이든 부서 버리는 가공할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유성추를 날린 자들이나 검으로 공격했던 자들은 무기를 놓치지도, 부서지지도 않았다. 그것은 그들이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그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세 명의 흑영은 검을 고쳐 잡으며 구양휘에게 다가들고 있었다. 그것을 본 담천의가 앞으로 나서려하자 팽악이 담천의의 손을 잡았다.

“담형, 저런데 끼면 나중에 대형이 패 죽이려 들 거요. 그냥 놔두시오.”

팽악의 말에 담천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구양휘가 싸움을 밥 먹기보다 좋아 한다는 무림의 소문은 진실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아마 광도나 팽악이 가만히 있었던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세 명의 흑의인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었다. 그들은 구양휘를 가운데 두고 품자형(品字形)으로 포위한 채 빠른 신법을 사용하며 구양휘를 현혹하고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그들은 전문적인 합격술을 익힌 자들이었다.

구양휘는 검을 고쳐 잡으며 씩 웃었다. 어둠 속에서 하얀 선이 그어진 그의 모습은 먹이를 앞에 둔 맹수의 모습처럼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호랑이 한 마리를 두고 세 마리의 늑대가 달려드는 듯한 형상이었다.

“달려들어 봐. 그렇게 뛰기만 하면 어쩔 거야?”

구양휘는 오히려 즐거운 모양이었다. 그는 그에게 다가 든 한명을 향해 한 순간 검을 쭉 뻗는가 싶더니 그 순간을 노리고 달려든 두 명을 향해 몸을 틀며 팔방풍우(八方風雨)의 초식으로 휩쓸어갔다. 삼류무사도 펼친다는 팔방풍우였지만 구양휘에게서 펼쳐지자 그것은 그 어떠한 초식보다 엄밀하고 무서웠다.

따--당-- 땅 !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두명의 흑의인들이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부상을 입은 것 같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손에서 핏물이 배어 나오는 것을 보니 검을 잡은 손아귀가 찢어진 것 같았다. 그들이 잡은 검도 떨리는 듯 했다.

“벌써 그러면 흥미가 떨어지지.”

이미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일 수 있었다. 살수란 모름지기 단 하나의 비장의 수는 가지고 있게 마련이었다. 이미 자신들이 상대할만한 고수가 아님을 느낀 그들은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며 몸을 포개듯 구양휘의 전면에 서며 동시에 검을 고쳐 잡았다.

마치 한명이 세 개의 검을 쥔 모습으로 천지인(天地人)의 삼재(三才)의 형상이었다. 그 기세만으로도 그들이 지닌 비장의 한수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더구나 추를 들고 있던 네 명의 인물들도 추를 언제라도 폭사시킬 듯 머리 위로 회전을 시키고 있었다.

촤르르르----촤륵---
한순간 네 개의 추가 구양휘를 향하고 삼재의 형상을 한 세 명이 구양휘를 짓쳐온 것은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첫 번째 인물이 지면과 수평으로 몸을 뉘인 채 쏘아 오는가 싶더니 두 번째 인물 역시 첫 번째 인물을 타고 오르면서 구양휘의 가슴을 노리며 짓쳐왔다. 마지막 인물은 두 인물을 타고 날면서 구양휘의 머리를 두 쪽 낼듯이 벼락처럼 떨어져 내렸다. 구양휘의 상단과 중단 및 하단까지 동시에 노리는 필사의 초식으로 방어를 전혀 도외시한 공격이었다.

“좋아!”

무엇이 좋다는 것인가? 한명을 베면 두 명의 공격을 막을 수 없고 두 명을 베면 마지막 한명으로 인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더욱 위험한 공격은 날아오는 추였다. 아니 날아오는 추가 아니라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지만 추를 타고 일직선을 그으며 폭사되어 오는 네 명의 흑의인들이었다.

촤르르---륵----!

허공을 나는 듯 추를 발끝으로 밟고 구양휘에게 폭사되어 온 네 명의 흑의인은 마치 추와 발이 붙은 듯 추의 움직임에 따라 허공을 날고 있었다.

“머리 위!”

팽악의 입에서 짤막한 외침이 터졌다. 구양휘의 무공수위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저런 공격은 쉽게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먼저 공격한 세 명의 공격도 필살의 공격이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허공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공격은 몸을 빼낼 수조차 없게 만들었다.

허나 구양휘의 신형이 좌측으로 회전하는가 싶더니 기이한 보법을 밟으며 세 명의 흑의인들의 공격을 흘려보냄과 동시에 그의 독문검법인 만승연환검법(萬勝連環劍法)의 초식 중 삼식(三式)을 연달아 펼쳐냈다. 입벽충산(立劈沖山)의 초식은 먼저 공격한 삼인을 떨쳐내고, 충광파암(沖光破暗)과 파천과해(破天戈解)는 추를 타고 허공에서 짓쳐오는 네 명의 흑의인과 유성추를 향해 펼쳐졌던 것이다.

저렇듯 거구의 몸을 가지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쾌속하게 신형을 움직인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더구나 보통사람은 들기도 어려울 정도로 무거운 장검(長劍)으로 한순간에 삼초식을 펼쳐낼 수 있다는 것은 보고도 못 믿을 일이었다. 그가 왜 무적철검이라는 위명을 얻게 되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츠츳--퍼--퍽---

검과 검이 마주쳤음에도 금속성이 울리지 않았다. 오히려 흙벽이 주먹에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리며 짧은 신음성이 뒤를 이었다.

“허...헉...!”
“웃...!”

공격해 왔던 네 명의 인물들이 허공으로 튕겨져 나가고 구양휘를 공격했던 삼인 중 두 명은 벼락을 맞은 듯 전율하더니 고꾸라졌다. 허나 그때였다. 구양휘가 신형을 가누기도 전에 꼬구라진 두 명의 인물 뒤로 흐릿한 묵영(墨影)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칙칙한 기류와 함께 검날이 튀어 나왔다.

슈우우--욱---!

필살의 수는 이것이었다. 세 명의 공격도, 추를 타고 허공에서 공격했던 네 명의 인물도 모두 이 한수를 위해 눈을 흐리게 하는 수였던 것이다. 은신술의 비기인 천둔영을 익힌 또 다른 인물이 구양휘의 심장을 노리며 찔러온 것이다.

이 순간에는 아무리 무적철검 구양휘라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상하지 못한 기습은 효과가 크다. 더구나 상대는 천둔영을 익힌 자로서 공격하던 일곱 명의 흑의인들과는 움직임이 다른 고수였다.

슈---욱----!

검이 살을 뚫고 들어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일행의 눈에 나타난 묵영의 검이 구양휘의 가슴을 관통하는 듯 보였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묵영의 사내 눈에 처음으로 득의의 기색이 떠오른 듯 했다. 그것은 중원제일검이라는 구양휘의 심장을 꿰었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악!”

그것을 본 남궁산산이 비명을 지르고 담천의와 광도가 장내로 쏘아간 것은 동시였다. 아니 그들이 몸을 움직인 것은 묵영이 나타나는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와 함께 쓰러진 두 명을 제외한 다섯 명의 흑의인들이 광도와 담천의를 막아서는 듯 했지만 어느새 뽑힌 광도의 도는 허공에 한줄기 섬광을 긋고 있었다.

번---- 쩍---!

주위에 파고드는 어둠을 일시에 대낮처럼 밝히는 밝은 빛. 마치 일순간 대낮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섬전(閃電)을 능가할 쾌도(快刀)였다. 대충 쓸어내린 머리와 큰 몸집에 비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지만 광도는 무서운 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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