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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토)자 <조선일보> 기사에 '조선일보는 신문 중 명품'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국내 500大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는데, 신문 중에는 <조선일보>가 명품으로 뽑혔다는 것이다.

기사의 일부를 인용하면 이렇다.

"CEO들은 '가장 명품이라고 생각하는 신문(경제지 포함)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73명 중 29명(39.7%)이 조선일보를 꼽았고, 그 다음으로는 매일경제(34.2%), 한국경제(26%) 순으로 꼽았다. 또 CEO들은 정장(正裝)으로는 아르마니(25.3%), 구두는 발리(31.2%), 넥타이는 베르사체(16.4%)를 '최고의 명품 브랜드'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이동통신에서는 011(84.8%)이 1위로 뽑혔고, 항공의 대한항공(81.8%), 필기구의 몽블랑(81.6%), 소주의 참이슬(71.9%) 등은 CEO들의 선호도가 70%를 넘었다."

500대 기업의 CEO들 중 왜 73명만 응답을 했는지도 심히 궁금하고, 그 중 29명(39.7%)만 <조선일보>를 손꼽았는지도 궁금하다. 더욱 궁금한 것은 그 다음으로는 매일경제(34.2%), 한국경제(26%) 순으로 꼽았다는데, 최소한 <중앙일보>나 <동아일보>는 몇 %의 CEO들이 선택했는지를 밝혔어야 하지 않은가? 이런 언급이 없으니 다른 신문들은 참 우습게 되었고, <조선일보>가 노리는 바는 충분히 달성을 한 셈이다. 참으로 <조선일보>다운 수법이었으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를테면 이런 설문 조사는 어떤가. 500명의 초등학생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신문을 뽑아보라 했더니, 73명만 응답했는데 그 중 29명(39.7%)이 <소년조선일보>라고 했다면, 과연 <조선일보>가 세계 제일의 명품 신문이라고 자랑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조선일보>다웠다. 인터넷에 들어갔다가 먼저 눈에 띄어 이 기사를 읽어보고 웃었고, 배달된 신문을 통해 확인하고는 쓴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신문 2면 오른쪽 상단에 빛나는 기사임을 강조하기 위해 박스 기사로 띄웠고, 타이틀 중 '명품'이라는 단어는 붉은색으로 아주 굵게 도장까지 찍었다. 참으로 <조선일보>다웠다.

500대 기업의 CEO들 중에서 불과 29명이 선택한 것뿐인데, 그것을 근거로 하여 대한민국 신문 중 최고의 명품으로 둔갑을 시키니, 그 배짱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어찌 생각하면 <조선일보>가 그 '특종'을 1면 톱으로 다루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수도 있고, 주요 사설(社說)로 다루지 않은 것도 <조선일보>로서는 대단히 많이 참은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등 신문이라는 게 이토록 알량하고 하찮은 수준이라면, 중학교 아이들이 만드는 학급신문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조선일보>는 더 이상 알량한 묘수를 두지 말았으면 한다. 말이 좋아 묘수(妙手)지 이것은 분명히 독자들에게 엄청난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 따위의 기사는 <조선일보> 사주 일가 몇 명과 간부들에게 팩스로 보내면 되는 기사이다.

조선일보여, 씨도 먹히지 않을 것이지만 부디 정수(正數)를 두기 바란다. 그대들이 자랑하는 그 몸집에 맞게, 그 나이에 맞게 기사를 쓰고 기사를 실으라는 것이다. 최소한 나잇값은 해야 되지 않겠는가.

독자는 안중에 없고, <조선일보>나 사주의 입맛에나 맞게 '축소'와 '대서 특필'을 낯두껍게 반복하는, 그 부끄러운 역사를 이제는 제발 끝내기 바란다.

<조선일보>의 존재 방식이 왜 그토록 구차하고 비겁해야 하는 것인지 참으로 연민의 정과 비통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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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대필) 한성여자중학교 교장입니다. 한겨레신문에 '시조'를 연재하기도 했답니다. 이 분은 최근 서승목 교장선생님의 사망 사건과 관련 교장단이 서울시청 앞에서 시위를 열려고 하자 이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교장으로서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원으로 등록했습니다. 앞으로도 교육 관련 글을 계속 싣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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