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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밀실,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증권노조 집회 모습.
지난 10월 밀실,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증권노조 집회 모습. ⓒ 사무금융연맹
2004년 겨울 여의도와 명동 금융권이 노조의 투쟁으로 뜨겁다. 여의도 증권가 곳곳에서는 '낙하산 인사 반대' 등 대형 플래카드가 휘날리고 있고, 명동 은행가에서는 고용안정과 성차별 철폐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현재 금융권은 인수·합병 등 내부적으로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나는 중이다. 이에 따라 금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지위도 상당히 불안해지고 있다. "지금이 IMF 때보다 더하다"는 한 금융계 인사의 말대로 등떠밀려 직장을 떠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상반기에만 1만3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고용안정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낙하산 인사 반대와 성차별 철폐 등 사회적 이슈가 더해지면서 금융노조(한국노총 산하)와 사무금융연맹(민주노총 산하) 지부 중 투쟁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금융노조와 사무금융영맹 지부 대부분 '투쟁중'

요즘 국민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모으고 있는 곳은 뭐니뭐니해도 증권가다. 내년 1월 출범하는 통합거래소 이사장 후보 추천을 놓고 '밀실·낙하산' 의혹이 불거지던 중 지난 26일자로 후보 내정자 3인이 일제히 사퇴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제기된 '청와대 개입설'이 날로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 노조가 어떻게 대응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배흥수 한국선물거래소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공개적인 선임 절차에 의해 이사장 후보가 선정돼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며 "후보추천 위원과 선임기준이 밝혀진 상태에서 적당한 후보가 선임되기를 바라고 특정 후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배 위원장은 "강영구 이사장과 같이 특정 기관 출신으로 4개 기관이 합쳐지는 통합거래소를 원만히 이끌어가지 못할 사람이라면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의 또 다른 불씨는 우리증권 사태다. 우리증권노조(위원장 김성호)는 이미 지난 17일 찬반 투표를 실시해 투표 참가인원 543명(97%) 중 484명(90%)의 찬성으로 내달 6일 총파업을 결의했다.

우리증권노조는 우리금융지주가 애초 약속을 어기고 LG투자증권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이 야기될 것을 우려해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최근 우리금융지주가 추진 중인 유상감자가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민영화가 진행중인 대한투자신탁노조는 우리사주의 보상과 고용안정 문제로 하나은행과 마찰을 빚고 있다. 또 한국투자신탁노조 역시 최근 인수사인 동원증권이 신규채용에 나서자 조합원들의 고용불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보험업계 '2단계 방카슈랑스 도입 저지' 총력

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 도입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5일 시청앞에서 열린 집회.
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 도입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5일 시청앞에서 열린 집회. ⓒ 사무금융연맹
보험업계는 2단계 방카슈랑스 저지 투쟁이 한창이다. 전국생명보험노동조합과 전국손해보험노동조합이 소속된 사무금융연맹(위원장 곽태현)은 지난달 12일과 이달 17일 과천정부청사와 서울시청 앞에서 두차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은행권의 방카슈랑스 확대 중단을 요구했다.

이 두차례의 집회는 합쳐서 6만명(노조 추산. 경찰 추산 4만5000명) 이상의 조합원이 참가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곽태현 위원장은 지난 1일부터 25일간 단식 투쟁을 진행했고, 현재 박조수 손보노조위원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5일째 단식을 진행중이다.

사무금융연맹은 2단계 방카슈랑스 도입이 예정대로 진행되거나, '1년 연기' 등 단기적인 처방으로 그친다면 또 한번 대규모 집회를 통해 세몰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창희 사무금융연맹 기획실장은 "우리 요구는 단순한 도입 연기가 아니라 논의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라며 "만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10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권, 고용안정 외침 속 성차별 논란 일 듯

은행권도 폭풍전야의 고요함이 감돌고 있다. 지난 10월 이후 두차례 특별퇴직을 감행한 외환은행에는 퇴직 대상인 '특수영업팀'으로 발령 받은 200여명이 아직 남아있어 자칫 투쟁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김보헌 외환은행노조 전문위원은 "현재 특수영업팀으로 발령 받은 203명이 내부의 불씨로 남아 있다"며 "특수영업팀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은행과 어떤 협상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이 매각 실사를 진행중인 제일은행도 노조의 반발이 불거지고 있다. 제일은행노조는 지난 24일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HSBC(홍콩상하이은행)의 자격에 대해 문제삼고 나섰다. 제일은행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정부가 제일은행의 지분매각을 공적자금 회수의 측면에서 접근하면 안된다"며 "HSBC에 대해 대주주 자격심사를 실시해 인수 적임자인지에 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일은행노조는 세계적 금융기관인 HSBC가 각지에서 노동운동을 탄압한 전력이 있다고 반발하는 상태다.

또 하나은행노조는 최근 행내 성차별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제기하려 하고 있다. 하나은행노조는 지난 6월 'FM/CL직군제'가 명백한 성차별적 분리직군제라며 서울지방노동청에 진정했고, 최근 노동청은 이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FM/CL직군제란 하나은행만 시행하는 제도로, 노조는 이 직군으로 입사한 직원이 종합직이나 일반직에 비해 임금(종합직의 56%)과 승진체계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조사 결과 하나은행 전체 행원 1914명 중 1616명이 FM/CL직군에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고, 이중 여성이 무려 97.7%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노조는 금융노조와 함께 '하나은행 성차별직군제철폐 대책위'(위원장 이창림 금융노조 사무처장)를 구성, 공동 투쟁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이밖에도 은행권에선 서울은행노조가 하나은행과의 인사·임금체계의 통합, 조합간부 징계 등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또 경남은행도 행장 폭행 사건 등으로 징계 면직 당한 노조위원장의 복귀 문제로 내부가 복잡하다.

한편 금융노조는 정부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5개 기금을 통폐합하겠다는데 반발, 투쟁을 준비하고 있어 또 다른 갈등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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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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