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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무섭게만 느꼈던 장승. 오늘 자세히 보니 재미있고 귀엽기까지 합니다.
어렸을 적 무섭게만 느꼈던 장승. 오늘 자세히 보니 재미있고 귀엽기까지 합니다. ⓒ 김형태
그림 그리는 풍경을 보며 저도 어머니를 가슴깊이 그려 넣었습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겠지요?
그림 그리는 풍경을 보며 저도 어머니를 가슴깊이 그려 넣었습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겠지요? ⓒ 김형태
"어머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납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이 말이 오늘따라 새삼 제 가슴에 깊이 와서 박힙니다. 세상 모든 자식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 어머니만 생각하면 저절로 눈가에 이슬이 맺힙니다.

또 어머니들은 자식들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합니다. 오늘도 소쩍새의 피울음 같은 어머니의 목울음 소리를 마음으로 듣습니다.

꺼지기 직전의 촛불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남산의 단풍! 빨간 단풍을 보며 소쩍새의 피울음 같은 어머니의 목울음 소리를 듣습니다.
꺼지기 직전의 촛불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남산의 단풍! 빨간 단풍을 보며 소쩍새의 피울음 같은 어머니의 목울음 소리를 듣습니다. ⓒ 김형태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습니다. 저도 이제 불혹의 나이이니 어머니와 함께 내리막입니다. 어머니의 만수무강을 비는 뜻에서 돌 하나를 얹었습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습니다. 저도 이제 불혹의 나이이니 어머니와 함께 내리막입니다. 어머니의 만수무강을 비는 뜻에서 돌 하나를 얹었습니다. ⓒ 김형태
내려오는 길에 한번 뒤돌아 본 남산. 과거는 미화되나 봅니다. 아무리 힘들었던 시절도 추억으로 아로새겨지니까요.
내려오는 길에 한번 뒤돌아 본 남산. 과거는 미화되나 봅니다. 아무리 힘들었던 시절도 추억으로 아로새겨지니까요. ⓒ 김형태
제 어머니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습니다. 생모께서 일찍 세상을 버리는 바람에 계모 밑에서 온갖 구박을 받으며 자란 어머니, 글공부를 하고 싶어 몰래 몰래 야학하는 곳을 드나들다 "계집애가 글은 배워 뭐에 쓰겠나"며 된통 혼만 났다는 어머니…….

형님 형님 사촌 형님 시집살이 어떱데까? 이애 이애 그 말 마라 시집살이 개집살이. 앞밭에는 당추 심고 뒷밭에는 고추 심어, 고추 당추 맵다 해도 시집살이 더 맵더라.

둥글둥글 수박 식기(食器) 밥 담기도 어렵더라. 도리도리 도리 소반(小盤) 수저 놓기 더 어렵더라. 오리(五里) 물을 길어다가 십리 방아 찧어다가 아홉 솥에 불을 때고 열두 방에 자리 걷고, 외나무다리 어렵대야 시아버니같이 어려우랴? 나뭇잎이 푸르대야 시어머니보다 더 푸르랴? 시아버니 호랑새요 시어머니 꾸중새요, 동세 하나 할림새요 시누 하나 뾰족새요, 시아지비 뾰중새요 남편 하나 미련새요, 자식 하난 우는새요 나 하나만 썩는샐세.

귀먹어서 삼 년이요 눈 어두워 삼 년이요, 말못해서 삼 년이요 석 삼 년을 살고 나니, 배꽃 같던 요 내 얼굴 호박꽃이 다 되었네. 삼단 같던 요 내 머리 비사리춤이 다 되었네. 백옥 같던 요 내 손길 오리발이 다 되었네. 열새 무명 반물치마 눈물 씻기 다 젖었네. 두 폭 불이 행주치마 콧물 받기 다 젖었네. - <시집살이> 민요


시집살이가 얼마나 매웠으면, 어머니는 시집을 온 것이 아니라 호랑이 굴로 던져졌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시부모님, 시할머님, 시동생, 시누이…… 가난한 살림에 식구는 많고, 더군다나 종가집이다 보니 제사와 애경사 등 크고 작은 일이 하루 건너 하루……. 종가집 맏며느리로 살아온 이야기를 하자면 소설책 12권도 부족하다고 하십니다.

고생 고생 끝에 시누이, 시동생 다 분가시키고 나니, 이번에는 우리 6남매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서로 회갑 때까지만 고생하기로 계획하고, 그야말로 밤을 낮 삼아 지독하게 일을 하며 육남매의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그러나 도중에 마흔 여덟의 젊은 나이로 아버지가 먼저 가버리셨습니다.

짝 잃은 까치일까요? ‘혼자 남은 까치와 빈 둥지’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짝 잃은 까치일까요? ‘혼자 남은 까치와 빈 둥지’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 김형태
"이럴 줄 알았으면, 너희들 덜 가르치더라도 너희 아버지한테 좀 더 잘 해주는 건데, 늘 헌옷만 입고 제대로 잡수시도 못하고, 자식들 교육시킨다고 황소처럼 일만 하시다가……."

그것이 한으로 응어리져서 지금도 아버지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하십니다.

모처럼 두 분이 장에 가시면, 아버지가 자장면이라도 먹고 가자고 하시면 어머니가 애들 생각해서 그냥 가자고 하셨다고 합니다. 어떤 날은 어머니가 우동 한그릇씩 먹고 가자고 하면 아버지가 그냥 가자고 했다고 합니다. 고픈 배를 움켜쥐고 차비까지 아끼느라 십리 가까이 되는 길을 두분이 터벅터벅 걸어오시고…… 그래도 그 때가 행복했다는 어머니…….

타임캡슐에서 바라본 남산. 어머니는 무엇을 바라보면 이제껏 살아오셨을까요?
타임캡슐에서 바라본 남산. 어머니는 무엇을 바라보면 이제껏 살아오셨을까요? ⓒ 김형태
타임캡슐 밖의 풍경. 나는 어머니의 무엇을 타임캠슐에 담아야 할까요?
타임캡슐 밖의 풍경. 나는 어머니의 무엇을 타임캠슐에 담아야 할까요? ⓒ 김형태
혼자 남겨진 어머니는 이후로 안 해본 고생이 없습니다. 심지어 남정네들도 힘들어하는 지게질, 농약하기……. 농사로는 수지가 맞지 않자 아파트 공사 현장을 좇아다니며 온갖 궂은일을 다하셨습니다.

막내까지 시집 보내고, 도시는 갑갑해서 싫다며 고향집에 내려가 텃밭을 가꾸는 등 잠시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던 어머니……. 허리가 안 좋아 이제는 좀 쉬려는 참에 지난 4월 매제(여동생 남편)가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지자, 요즘은 사위 병간호와 어린 조카들 돌보느라 다시 바빠졌습니다.

"어머니, 그러다 병나겠어요? 간병인 써서 할 테니까 이제 고향집이나 아들네 가서 좀 쉬십시오. "

자식들이 아무리 권해도 막무가내입니다.

"노는 손에 왜 간병인을 써, 아무렴 간병인이 나만 하겠어? 나는 일복을 타고 나서 그래, 일복을…… 하루라도 일을 안 하면 온 삭신이 다 쑤셔시는 걸."

어쩔 수 없는 우리 어머니입니다. 늘 일 속에 파묻혀 사는 어머니, 우리 어머니의 별명은 ‘일벌레’입니다. 정말 일이 좋아 일을 하실까요? 아마도 자식들 걱정에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는 것이겠지요.

석벽의 위용 때문일까요? 어머니의 사랑 때문일까요? 타임캡슐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괜시리 숙연해졌습니다.
석벽의 위용 때문일까요? 어머니의 사랑 때문일까요? 타임캡슐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괜시리 숙연해졌습니다. ⓒ 김형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어머니의 손자들. 천방지축인 이 아이들이 할머니의 그 마음을 알기나 할까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어머니의 손자들. 천방지축인 이 아이들이 할머니의 그 마음을 알기나 할까요?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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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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