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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난옥 기자의 고뇌에 찬 기사를 읽으며 나는 사실 부끄럽다. 한국 교육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나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 선생님이 참 싫어하는 학원 강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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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 교육의 미래를 고민하는데 공교육 따로 사교육 따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나는 사교육 기관에 있지만, 나는 또 공교육 기관에 내 아들과 딸을 보내는 학부모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난옥 기자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은 한국 교육의 문제를 너무 교사 위주의 시각에서만 보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교사 위주의 시각은 구체적으로 교육 이상주의에 빠지는 것이다. 한난옥 기자는 작금의 수능 부정 시험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학교 현장의 실태 혹은 원인을 지적하였지만, 결론이 교사 위주의 교육 이상주의와 공교육 지상주의으로 귀결되는 편협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난옥 기자의 말대로, 온통 학생들에게 대학 입시만 강조되고 인성은 무시되기 때문에 입시 부정이 발생하는 것이다. EBS 방송 강의가 수능에 나오기 때문에 교사가 존경받지 못하고, 학교는 3년 일모작 우수 학생 배출하기 농사밖에 못하는 것이다. 우수 학생 외의 학생들은 전부 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다. 한 기자의 말이 백 번 옳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보자. 학교가 입시와 관련한 교육은 하지 않고 오로지 인성 교육만 할 수 있는가? 어떤 학생들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선생님의 사랑을 똑같이 받는 참으로 도덕이 철철 흘러넘치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는가?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들이 너무나 자주 범하는 흑백 논리의 오류는 지성 교육만 신경쓰다 보니 인성 교육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입시 부정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성 교육만을 강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도 너무나 뻔한 이치이지 않는가?

인성 교육이니 지성 교육이니 교육의 이상이 어떠니 따지는 일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 그런 것을 따지는 것 자체가 탁상공론이다. 지나친 이상주의이다. 학생들이 그리고 학부모가 원하는 바가 좀 더 좋은 대학 합격에 있는데, 학교 선생님들은 교육의 이상만을 논하고 있으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 즈음에서 학교 선생님의 교육관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첫째, 교사는 그리고 선생님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지 학생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다. 교사가 학생 위에 군림하는 그런 구태의연함이 학생들을 자꾸만 학교와 선생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바를 충족시켜 주겠다는 교육 서비스 정신이 오늘날의 교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낡은 권위주의를 벗어 던져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이 선생님의 품으로 돌아온다. 학교와 학원의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바로 이 점에 있다.

둘째, 지성 교육은 인성 교육과 별개가 아니다. 입시 교육은 인성 교육과 왜 별개여야 하는가? 나는 사교육 기관인 학원에 있지만, 늘상 학생들에게 말한다. 공부를 하는 마음가짐, 그것이 인생을 대하는 자세이고 남을 대하는 자세라고….

자기에게 주어진 공부를 앞에 두고 참으로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학생은 자기 인생과 더불어 살아야 할 남에 대해서도 진지하고 성실해 질 것이라고…. 그것은 성적이 좋고 나쁘고와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학교 선생님들은 이런 흑백 논리부터 버려야 하겠다.

셋째, 충실한 진로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은 자기의 진로에 대해 너무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학원 강사인 나에게까지 와서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학교 선생님들이 제대로 상담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대학 교육이 필요 없는 학생들까지도 무조건 대학에 가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시달리지 않도록 진로 지도가 있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님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러한 입시 과열, 입시 부정, 수험생의 자살의 악순환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학원 강사이지만 나도 한편 학부모로서 한국 교육이 참으로 걱정되어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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