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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
ⓒ 휴머니스트
사람이 어떠한 일을 할 때 자기 역량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해 뛰어난 성과를 올리게 될 때가 있다. 그럴 경우 그 일을 해낸 사람 자신도 자신의 숨은 힘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그 힘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지속적으로 증대될 때, 한 인간은 많은 이를 놀라게 하는 대단한 일들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힘을 발휘한 대표적인 사람이 책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의 저자이자 오마이뉴스의 대표인 오연호씨가 아닌가 싶다. 물론 그는 본래 월간 <말>지에서 심층 취재 기사로 이름을 날렸던 직업 기자였다. 하지만 현재는 주식회사 오마이뉴스의 대표로 한국 언론계를 뒤바꿔 놓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취재와 글쓰기를 본업으로 삼았던 일개 기자가, 그것도 조그마한 진보 성향의 월간지 기자가 어떻게 사업가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가 인터넷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인터넷 신문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그리고 그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힘은?

그 해답을 알고 싶다면 이 책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를 펼쳐보길 바란다. 이 책은 일반적인 사업가들의 성공담과는 확연히 다르다. 물론 오연호라는 한 기자가 사업가로 변신하여 성공하게 된 성공담이 담겨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전반적인 책의 전개는 인터넷 신생 신문 오마이뉴스의 형성 과정과 그 과정이 성공하게 된 계기를 솔직하게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오마이뉴스의 성공을 이야기하면서 21세기가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한국 사회는 또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낱낱이 밝힌다. 그리고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긍정적인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그 긍정적인 사회의 지향점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바로 시민 중심의 사회이자, 참여 민주주의의 사회이다.

저자는 오마이뉴스의 창간 계기를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미디어의 필요성 때문'이었다고 밝힌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바뀌었는데 몇 십 년간 지속된 언론계의 커다란 틀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것. 즉,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미디어를 필요로 했지만, 어떠한 언론사도 새로운 흐름을 재생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경직되고 고정화된 언론의 생리에 염증을 느낀 한 기자는 시민 참여의 언론을 형성하기 위해 새로운 출발을 결심한다. 오연호 대표는 기존의 기자 직업을 때려치우고 새로운 인터넷 언론 매체를 이끌 결심을 하면서 성공하는 매체는 어떤 매체인가를 신중하게 고심했다고 한다.

그는 수없이 창간되는 매체들 중에서 특정 매체의 성공 여부는 바로 '그 매체의 핵심 컨셉트가 세계 유일인가 아닌가'에 달려 있음을 간파하였다. 따라서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만의 핵심 컨셉트는 이 신생 인터넷 매체의 성공을 이끌 수 있었던 가장 큰 아이디어였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세계 유일이자, 다른 언론에서는 추구하지 않는 정신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정치의 기본 가치관이 담겨 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가 기자가 되어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이 장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이와 같은 컨셉트가 나타나게 된 배경은 바로 20세기 한국 저널리즘이 가진 병폐 때문이었다. 기자라는 이름으로 자기들만이 정보를 독점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기존 언론들. 이들의 문제점이란 독자들을 참여시키지 않는 일방적인 정보 전달자로서의 권위 추구였다.

지나치게 경직되고 권위적이었던 기존의 언론계를 바꾸고자 하는 한 사람의 열망은 세상을 놀라게 하는 큰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 힘이 시너지 효과를 얻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참여 정치에 목말라 있던 국민들은 자신들의 열망을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통해 추구하고 싶어했다. 쌍방향이면서 정보의 누적과 유통이라는 기막힌 하모니를 갖고 있는 인터넷. 사람들은 기존 언론이 보여주지 않았던 정보의 물결과 상호교환의 장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그 실현의 장을 제공한 것이 바로 오마이뉴스이다.

"나는 오마이뉴스를 창간하면서 기자의 개념을 이렇게 정의했다. '기자는 별종이 아니다. 기자는 새로운 소식을 가지고 있고 그 소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모든 건전한 시민이다'. 그것은 20세기의 직업 기자들이 만들어낸 '폼잡는 기자 시대'의 전성기가 다했음을 알리는 것이다.

자기가 속한 매체의 권위가 아니라 오직 기사의 질로 승부하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직업 기자는 쓰고 독자는 읽는 일방향의 시대가 가고, 독자가 언제든 기자로 전환하는 쌍방향의 시대가 왔음을 선언하는 것이었다" -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 중에서


이와 같은 새로운 기자 개념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바로 많은 시민의 참여 덕분이다. 자신이 새 소식을 전달하는 기자가 되어 오마이뉴스에 참여함으로써 사람들은 자신들이 꿈꾸는 방향으로 세상이 변화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이 공간을 통해 그 희망이 실현되는 경우를 목격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를 읽는 독자들, 여기에 기사를 쓰는 시민 기자들, 상근 기자들 그리고 이 회사를 이끌어 가는 모든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라고 칭해도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들은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와 주장들을 통해, 혹은 다양한 시각의 기사들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며 어떤 시각을 획득해 가기 때문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사회가 어떠하다고 한 마디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단 하나만을 꼽자면 바로 '우리'가 주인이 되는 사회일 것이며 희망이 있는 사회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꿈꾸는 세상이 다르겠지만 그 꿈 속에는 항상 '희망'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그 가운데에서 희망을 찾는다.

그 희망의 공간을 꿈꾸며 발돋움해 온 이 인터넷 공간이 어떠한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바꾸는 큰 축이 되어 역사에 남을지, 아니면 한 번의 꿈틀거림으로 아쉬운 끝을 맺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그곳에 머무르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는 한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진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치고 싶다.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의 열망과 시대의 흐름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의 노력이 존재하는 한, 희망을 향해 노력하는 이 공동체의 움직임 또한 항상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

오연호 지음, 휴머니스트(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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