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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이 익어가고 있다.
곶감이 익어가고 있다. ⓒ 윤형권

호랑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무엇일까요? 사자? 곰? 아니죠, 곶감입니다! 호랑이와 곶감에 관한 옛날이야기, 다 아시죠? 할머니 무릎베개하고 듣던 이런 옛날이야기가 있을법한 곶감이 익어가는 마을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양촌 곶감'으로 유명한 충남 논산시 양촌면 신기리입니다. 대둔산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은 입구도 하나 출구도 하나뿐입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길 양옆으로 감나무가 마치 병정들이 사열하듯이 늘어섰습니다.

호랑이는 곶감을 무서워한다는데 까치는 곶감을 좋아하는가 봅니다.

까치는 곶감을 좋아한다?
까치는 곶감을 좋아한다? ⓒ 윤형권
그런데 감나무에는 아직 감이 많이 달려 있네요? 일손이 모자라 높은 곳에 있는 감은 손도 못 대고 있다고 합니다. 감이 주렁주렁 달린 채 홍시가 되어 떨어질 듯 말 듯합니다.

양촌면 신기리에 오면 일손이 없어 홍시가 되어 가는 감을 볼 수 있다. 말만 잘하면 공짜로 얻을 수도 있다.
양촌면 신기리에 오면 일손이 없어 홍시가 되어 가는 감을 볼 수 있다. 말만 잘하면 공짜로 얻을 수도 있다. ⓒ 윤형권
마을에 들어서자 집집마다 곶감을 말리고 있는데 달콤한 냄새가 침을 흘리게 합니다. 어떤 집은 노인 두 분만 사시는데 객지에 사는 아들과 딸에게 보내줄 곶감을 처마 밑에 걸어 놓았습니다. 부모가 자식 생각하는 마음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이 모습이 어찌나 풍요롭게 느껴지던지 담장 밖에서 살짝 한 장 사진으로 담아보았습니다.

ⓒ 윤형권
양촌 곶감은, 생산량은 연간 약 350만개 정도로 적은 편이나 달콤하고 쫄깃쫄깃한 맛으로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답니다. '양촌(陽村)'이라는 지명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햇빛과 바람이 적당하고, 토질이 당도 높은 감 재배에 딱 맞아 곶감 생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곶감이 익어가고 있다.
곶감이 익어가고 있다. ⓒ 윤형권
김남충(47·양촌곶감 작목회 회장)씨 부부는 7년 전부터 곶감 농사를 짓는데, 작년에 15만개 정도 말려서 45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고 합니다. 올해는 20만개 정도를 말리고 있답니다.

"좋은 곶감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좋은 감이라야 하고요. 곶감 하나하나 깎고 말리는데 온 정성이 들어가야 좋은 곶감이 나옵니다. 양촌 곶감은 '두리'라는 감으로 만드는데 당도와 향이 워낙 뛰어납니다. 전국적으로 품질면에서는 최고입니다"라고 양촌 곶감 자랑을 합니다.

부인과 함께 곶감 앞에 선 김남충씨.
부인과 함께 곶감 앞에 선 김남충씨. ⓒ 윤형권
곶감은 감이 홍시가 되기 전에 따서 깎아 말리는데, 알맞은 시기는 24절기 중 상강(지난 10월 23일) 때라고 합니다. 깎은 감을 줄에 꿰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2~3개월 말립니다. 그러니까 상강 때 말리기 시작해 입동, 소설, 대설을 지나 동지 때부터는 달콤한 곶감을 먹을 수 있습니다.

20~30년 전 만해도 곶감은 겨울철 간식거리로는 최고였습니다. 곶감을 한 입에 넣고 살짝 깨물면 혀 밑에서 사르르 녹는 것이 세상의 그 어떤 과자나 사탕보다도 좋았습니다.

감이 좋아야 곶감이 좋다.
감이 좋아야 곶감이 좋다. ⓒ 윤형권
곶감
곶감 ⓒ 윤형권
추운 동짓달 밤에 장독 속에 넣어둔 곶감을 하나씩 둘씩 빼어 먹던 추억을 간직한 분들께 좋은 소식 하나 전해드립니다.

장대로 감을 따본 분은 감 서너개만 따도 고개가 얼마나 아픈지 안다.
장대로 감을 따본 분은 감 서너개만 따도 고개가 얼마나 아픈지 안다. ⓒ 윤형권
양촌 곶감 축제가 올해 두 번째로 열립니다. 전국 최고 품질의 양촌 곶감을 널리 알리기 위해 11월 20일(토)~21(일) 이틀간 양촌면 장터거리에서 펼쳐집니다.

곶감 깎기 체험행사, 곶감 씨 멀리 뱉기 등 다양한 참여프로그램도 있고 축제현장에서 곶감을 아주 싸게 판매한다고 합니다. 가족들과 함께 다녀가시면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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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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