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을지부대 GOP에서 복무하는 장원석(左)·윤창(中)·원창(右) 삼형제
을지부대 GOP에서 복무하는 장원석(左)·윤창(中)·원창(右) 삼형제 ⓒ 김옥희
입동이 지나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동부전선에서 가장 험준한 을지부대 최전방 GOP에 우연하게도 삼형제가 같은 중대에 근무하게 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을지 쌍용부대의 장원석 상병(23세)과 쌍둥이 장원창·윤창 이병(21세)이다. 지금까지 쌍둥이 형제가 같은 대대에 근무하는 사례는 있었으나, 동반입대 신청도 하지 않은 삼형제가 우연하게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GOP에서 경계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나란히 근무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형제는 '91년에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이후, 그 아픔을 마음속에 품고 아버지와 함께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겹게 생활했다. 하지만 효심이 깊고, 심성이 고운 삼형제는 말썽 한번 부리지 않고 제 몫을 다했다. 조선대 환경공학과 2학년에 재학중이던 맏형이 '03년 11월에 입대한 후, 광주전자공업고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취업해서 집안 살림을 돕던, 쌍둥이 동생들도 이어서 올해 9월에 입대했다.

쌍둥이는 입대 후에 우연하게 을지부대 신병교육대대에서 신병훈련을 함께 받게 되어 서로에게 힘이 되어 다행으로 생각했었다. 시간이 흘러서 수료시, '설마 같은 곳에 배치되겠냐'는 생각이 들었으나, 놀랍게도 전산으로 처리되는 자대배치 결과에서 같은 부대로 배치되었고, 그것도 모자라 같은 GOP 부대로 오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해당 부대원들은 이미 맏형이 같은 대대에 복무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황룡대대 대대장 이상권 중령(41세, 학군 24기)은 이들 삼형제를 위해 부대에서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지원을 해주기로 결심하고 전입 온 쌍둥이 동생들을 형이 근무하는 곳과 최대한 가까운 소초에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은 형제가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어 삼형제에게 즐겁고 보람 있는 군생활을 선물했다.

화물트럭 기사인 삼형제의 아버지 장필성(47세, 광주 북구 중흥동)씨는 삼형제가 함께 군복무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어머니를 잃고, 형이 동생들에게 어머니 역할까지 했었는데, 이제 군에서도 서로 보살펴주게 되어서 걱정을 덜게 되었다"며 형제를 생각해준 지휘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장 상병은 "동생들이 최전방에 와서 복무하게 되어, 처음에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으나, 가까이에서 동생들의 어려움을 들어줄 수 있어서 좋았고, 매주 동생들의 얼굴을 보니, 혼자있을 때보다 더욱 즐겁고 매일매일 행복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쌍둥이 동생들은 이런 형의 마음에 동감하고 고마워하면서도 "형과 함께여서 좋지만 사회에서처럼 형에게 의지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제게 주어진 어려운 일을 혼자서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자립심과 리더십을 군에서 배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소초에는 이미 쌍둥이 형제 선배로 최동석·군석 (22세) 병장이 복무하고 있는데, 이들 역시 "동료들이 우리를 혼동해서 생기는 에피소드로 인해 군생활이 더욱 활기차게 되기도 했다"며, 형제애에서 시작한 전우애에 대한 예찬론을 펼쳤다.

이미 야간이면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GOP에선 경계작전시 살을 에는 듯한 혹한의 고통이 찾아오지만, 을지부대 최전방 GOP에는 삼형제의 따스한 형제애로 추위마저 녹이는 훈훈한 감동이 있어 전우들에게 새로운 기쁨이 되고 있다. 삼형제는 "입대 후에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이 더욱 간절하며, 아버지가 혼자 계시더라도 식사 거르지 마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잊지 않으며, "철통같은 GOP 경계태세는 삼형제에게 맡겨달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