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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가게에 있다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기껏해야 탁자 두 개뿐인 가게지만 참으로 다양한 손님들이 다녀갑니다.

배달을 하는 까닭에 홀에 있는 손님들과 대화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간혹 주문 전화가 뜸한 날은 홀에 앉은 손님들을 보기 민망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제법 손님들에게 농담도 건네고, 라디오 뉴스를 주제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여유가 되면 커피 한잔을 드리기도 합니다.

가게에는 손님들뿐만 아니라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옵니다. 오전에는 우유 판촉을 하는 사람들이 와서 우유의 효과에 대해 열심히 설명합니다. 오전은 아무래도 바쁘기 때문에 반갑지 않습니다.

간혹 종교를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특징은 내가 말할 틈을 주지 않고 할 말만 하고 전단지를 놓고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종교는 없지만 관심이 많은 까닭에 질문을 하기도 하는데, 그것을 지켜보시는 어머니와 배달 이모는 영 탐탁치 않게 여깁니다. 장사 개시 전이란 점이나 장사 준비로 바쁜 점은 둘째 치고, 일반인들에게 '이단'이라 알려진 종교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놓고 간 전단을 보며 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1주일에 한번씩 바뀐 메뉴 전단을 들고 여기 저기 사무실에 배포합니다. 처음 사무실 문을 열 때는 참 쑥스럽기도 하고, 말이 잘 못 나오기도 해서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그런 공통점을 느끼면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잘 거절해야 하는데, 돌이켜보면 별로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웬만한 물건들은 대부분 다른 곳에서 사기 때문에 특별히 구입할 것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세미는 경우가 다릅니다. 제가 사는 곳에 비해 두 배 정도 비싸게 팔지만 어머니는 그 수세미를 꼭 구입하십니다. 수세미를 파는 사람들이 장애인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뜸해 졌는데, 탁발승들도 참으로 많이 왔습니다. 절에 자주 가시는 어머니는 처음에는 스님이 오시면 그냥 보내시지 않고 합장을 하고 시주를 했습니다.

"탁발승 중에는 진짜 스님이 아닌 경우도 있다"는 배달 이모의 말에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셨는데, 하루 이틀 지나면서 성의 없이 염불을 외는 스님도 만나고, 급기야 염불을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스님을 보고 난 뒤로는 그냥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지금까지 어머니는 줄곧 가게 일을 마치고 저녁 장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틈틈이 <묘법연화경>이나 <천수경> <금강경> 같은 경전을 읽고 계신 까닭에 염불을 잘 아시는 편입니다.

그런 스님이 가고난 뒤에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참으로 많이 웃었습니다. 악한 마음으로 염불을 외웠겠습니까? 아마도 수행이 부족한 스님이었겠지요.

점심시간이 지나고 저희가 식사할 쯤에 한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먹던 음식을 치우고 자리를 마련해 드리고 식사를 내드렸습니다. 저희 집은 손님들이 음식을 정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단골손님의 농담처럼 '주는 대로 드셔야' 합니다.

그 날은 된장찌개가 나간 날이었습니다. 공기밥도 하나 추가로 드시고 나서 계산을 하는데 원래 가격에서 1000원을 뺀 돈을 주셨습니다. 추가로 간 밥을 계산할 생각은 없었는데 돈을 받고 나니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는 손님에게 "손님, 밥값은 4000원입니다"하고 말씀드리니 정색하고 "그것만 받아"하고 말을 하고 나가십니다. 연세도 많으신데다 너무나 당연한 듯한 그 분의 표정에 할 말을 잃고 웃고만 말았습니다.

나중에 길을 가다 보니 빈 박스를 수거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나는 그 분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나는데, 그 분은 무표정한 것으로 봐서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전에는 한 번 그냥 가게 안으로 들어와서 "배가 고파서 그러니 밥 좀 주소"하고 말을 하며 자리에 앉는 분이 있었습니다. 앞집에 갔다가 다시 우리집으로 왔는데 그 표정이 보통 구걸하시는 분들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아주 당연한 듯한 태도였기에 우리들은 그저 또 한번 웃으며 식사를 드릴 수밖에요. 이런 분들이 가게에 다녀간 날이면 가게는 조금 시끄러워집니다. 그 분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그동안 우리가 경험했던 다양한 사람들 얘기가 보태지고 보태져서 이야기 꽃이 피기 때문입니다.

오늘, 또 하루가 이렇게 지나갑니다. 내일이 오면 또 어떤 분들을 만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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