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 누가 한라산에 불울 붙였을까?"
ⓒ 김강임
한라산 영실 해발 1600m,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온통 코발트색이다. 구름을 몰고 오는 오백장군도 어찌된 일인지 침묵을 지키는 가을 산. 한라산을 지키는 그 짙은 안개와 구름은 어디로 갔을까?

저만치 앞서가던 남편이 침묵을 깬다. "뭐 해! 뒤 좀 돌아다 봐 장관이야!"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뒤를 돌아보는 남편은 가을 산의 지키는 산지기 같다. 바람이 땀을 닦아주니 그 시원함은 비길 데가 없다.

급경사로 놓여진 병풍 바위 앞을 쉬지 않고 올랐더니 숨이 헉헉거린다. 생수를 한 모금 들이마시고 심호흡을 하니 간장이 서늘하다. 정상을 가슴에 담고 산에 오르다가 뒤돌아보면 두고 온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 산행.

"누가 한라산에 불을 붙였을까?"

한라산은 불이 붙은 듯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 불붙은 산을 업고 있는 제주의 오름들. 어찌된 일인지 불길에 휩싸인 오름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언제 보아도 고즈넉할 뿐.

▲ 오름의 분화구 모습이 한 눈에 보이는
ⓒ 김강임
가장 가까이 있는 오름의 분화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화산의 폭발로 이루어진 369개의 오름. 전설과 신화의 분화구. 산에 걸터앉아 산을 바라보니 보송보송 깔아 놓은 양탄자처럼 부드럽기만 하다.

▲ 오름은 삶의 터전일 뿐...
ⓒ 김강임
오름을 업고 있는 가을산은 마치 어머니의 젖가슴 같다. 어린 시절, 배가 고파 칭얼대면 젖을 물리셨던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그래서 한라산을 두고 어머니의 산이라 했던가?

▲ 높은 봉우리를 찾아 오르는사람들 뒤에는 우리의 삶이 있다.
ⓒ 김강임
가을산은 사람들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룬다. 오르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 신분의 차별이나 색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 받아들이는 산. 그렇지만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각양각색이다.

▲ 하늘과 맛 닿은 바다, 그리고 한라산의 오름들
ⓒ 김강임
그러나 사람들은 뒤로 펼쳐진 삶의 터전인 오름을 보기보다는 앞을 바라보며 한라산의 봉우리만을 찾는다. 우리의 마음 속에 내재하고 있는 가장 꼭대기 봉우리를 찾듯이 말이다.

산의 정상에는 꼭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아 정상에 도전하면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망함. 그것은 어쩌면 마음 속의 정상이 아닐까?

하늘과 맛닿은 바다. 그리고 바다와 인접한 마을. 마을 속에 피어나는 높은 봉우리와 봉우리가 없는 제주의 오름.

▲ 산은 산을 업고...
ⓒ 김강임
한라산 1600고지에서 보는 풍경은 출발과 정상, 실상과 허상을 함께 간직한다. 낮으면 낮은 대로 높으면 높은 대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우리들의 생활처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