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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며 5일째 단식중인 한총련 농성단이 6일 여의도 집회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며 5일째 단식중인 한총련 농성단이 6일 여의도 집회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일타쌍피'란 말이 있다. 두차례 총선시민연대 활동에서 낙선 대상자였지만 지역감정으로 의원이 된 김용갑 의원이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그만둔다고 했다. 옳다구나! 국보법이 폐지만 되면 낙선시킬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국보법이 한나라당의 정체성이라고 했다. <조선일보>와 냉전 수구세력들은 국보법이 자신의 존재 이유라고 했다. 때문에 이제 국보법만 폐지되면 김용갑 의원도 낙선하고 한나라당도 해체되고 조선일보도 문닫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타사피'가 아니겠나."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6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2차 국민대회'에서 위와 같이 말해 웃음과 함께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김 사무처장은 "겨울만 되면 개혁입법을 위해 거리에 나왔다, 때문에 겨울을 투쟁의 계절"이라며 "올 해 겨울에는 56년 동안 묵은 국보법을 폐지시키는 가장 뜨거운 계절이 될 것"이라고 참가자들을 북돋웠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온몸을 움츠려들게 했지만 400여명의 참가자들은 손에 초를 든 채 '국보법을 폐지하라'고 목놓아 외쳤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닷새째 국회 앞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 백종호 한총련 의장 등 학생들이 나와 격려를 받았다. 이들은 국보법 폐지를 요구하며 오는 12일까지 시한부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올 겨울은 국보법 폐지시키는 가장 뜨거운 계절"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며 6일 저녁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이 연단 위에 오른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연설을 들으며 활짝 웃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며 6일 저녁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이 연단 위에 오른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연설을 들으며 활짝 웃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추운 날씨 탓에 한 참가자가 준비해온 피켓으로 몸을 에워싸 눈길을 끌었다.
추운 날씨 탓에 한 참가자가 준비해온 피켓으로 몸을 에워싸 눈길을 끌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문화행사로 기획된 이날 행사는 문예공연과 노래, 발언으로 이뤄졌다. 우선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파행국회의 장본인 한나라당과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열린우리당을 맹공격했다.

"국민투표에 맛을 들인 것 같은 한나라당은 정작 당 해체를 묻는 국민투표를 하면 그날로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문을 연 노 의원은 다음과 같이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최근 부산에서 체불임금 44만원 때문에 한 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했다. 이 정도 돈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한국에서 하루 30여만원을 받는 의원들이 9일째 일을 안하고 있다. 가장 큰원인은 한나라당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국보법이 폐지되면 안보에 구멍이 뚫릴 것이라고 얘기한다. 국보법을 누가 만들었나. 한나라당의 아버지는 김영삼, 할아버지는 전두환, 증조할아버지는 박정희 아닌가. 실제로 누가 안보를 위협했나. 증조할아버지 박 대통령이 1972년 유신을 선포하면서 장갑차로 국회 해산하고 탱크로 헌법을 짓밟았다. 할아버지 전 대통령이 5·18 광주 유혈사태를 일으켰다. 이런 한나라당이 안보 얘기할 자격 있나?"


노 의원은 이어 "힘들다고 해서 국민들이 152석의 의석을 만들어줬는데 집권여당은 한나라당의 눈치만 본다"고 우리당을 비판한 뒤 "국회를 정상화할 수 있는 의석은 확보돼 있다, 돌아오는 월요일에는 한나라당이 들어오든 말든 의원직을 내놓든 말든 국회를 열자"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또 "냉전 수구세력 10만명이 시청 앞에 국보법 폐지 반대 집회를 연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제 저들도 데모를 해야만 하는 소수 세력이 됐다는 소리 아닌가. 이제 곧 이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노회찬 의원 "돌아오는 월요일, 한나라 오든말든 국회 열자"

이종민 범민련 남측본부의장은 "국보법이 생길 때도 진보세력과 일제 기득권을 지키려하는 세력으로 나뉘었다, 하지만 50년 이상 흐른 지금 국보법을 지키려는 기득권과 통일 역사를 만들자는 세력으로 양분됐다"며 "2000년 6·15 공동 선언 이후에 국보법은 무력화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이 나섰다. 그는 "정의와 이웃, 국가를 위해 산 사람들은 50년 이상을 탄압을 받는 신세였지만 독립운동가를 잡아들이고 부정부패를 일삼은 자들은 잘 사는 세상에 됐다, 이는 국보법이라는 악법 때문"이라며 "농민들도 끝까지 국보법 폐지 운동에 함께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광야에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을 부르며 초를 흔들었다. 이밖에 노래패 우리나라가 '통일이 안보다', '떠나라' 등으로 흥을 돋웠다.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를 요구하며 여의도 국회 앞에서 농성중인 주진완씨가 모형 감옥 안에서 침묵 시위를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를 요구하며 여의도 국회 앞에서 농성중인 주진완씨가 모형 감옥 안에서 침묵 시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국보법, 불신사회 만들어 국민 사이 소통·관계 오염"
[인터뷰] 10일 영화 <프락치> 국회 시사회 갖는 황철민 감독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국보법 폐지 2차 국민대회 현장에는 영화감독 황철민(전 세종대 교수. 사진)씨도 보였다. 그는 오는 10일 오후 7시 국회에서 국보법 폐지를 위한 영화 <프락치> 시사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영화는 지난 1993년 김삼석 남매를 간첩혐의로 조작하고 독일로 망명했던 백흥룡씨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이 영화는 백씨가 간첩 사건 조작을 한 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시 경찰 한 명과 여관에서 숨어지내면서 벌어진 얘기를 중심으로 한다. 실제 인물은 독일로 망명한 뒤 결국 월북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의문사한 것으로 내보냈다. 이 영화를 통해 두가지 비극을 얘기한다는 황 감독.

"그가 간첩으로 조작해 감옥살이를 했던 김씨는 복권됐지만 '간첩'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닌다. 지난번 '간첩' 출신이 군 장성을 조사한 의문사위 조사관이 바로 김씨다. 또 백씨 자신도 성격 파봉微?됐다. 어딜 가든 의심을 하고 신뢰를 하지 못하는 그는 친구들과 멀어진다. 심지어 독일에서 자신의 망명을 도와준 사람에게도 믿음을 잃게되고 나중에 만난 독일인들도 같은 과정을 밟는다. 결국 그는 자기가 사는 공간을 오염시킨 것이다."

황 감독은 "국보법은 단순히 불편한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만든 법이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불신사회를 만들어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과 관계를 오염시켰다"며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우리 사회라는 연못에 국보법이라는 독이 풀어져 연못 전체를 오염시켰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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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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