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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결의 눈으로 배우는 마술책>
<이은결의 눈으로 배우는 마술책> ⓒ 넥서스
지금은 마술이 인기가 있어 어느 모임이든 마술 하나 정도 할 줄 아는 사람은 꽤 있는 편이지만 그때만 해도 마술은 생소한 분야였습니다.

단지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말년의 남아도는 시간을 그 책과 함께 보냈습니다. 큰 준비물은 필요 없었습니다. 동전 몇 개와 카드 한 벌만 있으면 되니까요.

동전이야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카드를 부대 안에서 사병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입니다. 하지만 휴가 나와서 몰래 가지고 들어간 카드로 모두 자고 있는 취침 시간을 이용해 연습을 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간부들에게 마술을 보여준 덕분에 저는 암묵적 동의 하에 카드를 소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병 장기자랑에도 나가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마술이란 것은 굉장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의 마음도 아주 쉽게 풀어 줄 수 있는데다 시연자가 말을 잘 못하더라도 상대를 즐겁게 해 주는 능력이 있습니다. 첫 만남을 좋아하지만 말을 잘 못하는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마술이란 것은 여러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술이 지닌 속임수도 속임수지만 유머와 마임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질 때 그 효과가 극대화 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마술사들이 사람과 어떻게 대화하는지를 보고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제대 후에는 무작정 카드 한 벌만 들고 길거리로 나가 지나가는 사람을 상대로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척 떨리고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연습량이 많아지면서 점점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것에 능숙해지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를 처음 만난다는 것은 무척 떨리고 기대되는 일입니다. 군 시절 만난 <이은결의 눈으로 배우는 마술책>은 첫 만남의 자리에서 벙어리가 되어버리는 저를 꽤 재미있는 녀석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은결의 눈으로 배우는 마술책>은 저에게 마술 뿐만 아니라 자신감과 용기를 주었고 더 나아가 더 많은 사람을 선물로 준 것입니다.

세계 제일 마술사 이은결의 눈으로 배우는 마술책

이은결 지음, 넥서스(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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