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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기자 출신 초선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은 13일 문광위 국정감사에서 '17대 국회는 매우 달라졌다'고 주장하며 '언론이 정쟁, 구태로 보도하는 것은 오보'라고 반박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치부 기자 출신 국회의원이 현직 기자들을 향해 '오보론'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 초선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문광위 국정감사에서 "직업적으로 14대 국회부터 지켜봤는데 지금 국회는 매우 달라졌다"고 주장하며 "그런데도 언론이 정쟁, 구태로 보도하는 것은 오보"라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지금은 의원들도 매우 열심이고 일부 상임위 빼고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회의도 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쟁이란 국회의원이 사병이 되어 보스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실제로 정쟁이 많았지만 지금 국민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보스를 위해 싸우는 국회의원이 어디 있는가"라고 항변했다.

그는 "지금 국회의원이 싸운다면 이는 자신이 대표하는 국민의 뜻을 받아 그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국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그런 일을 하라는 것이 국정감사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경찰이 강도와 싸우는 것을 싸움이라고 욕하는가"라고 비유했다.

다음은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이 13일 국정감사 현장에서 직접 작성해서 발표한 내용이다.

▲ 최구식 의원이 노트북을 이용해서 질의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랜만에 광화문에 나오니 감회가 새롭다. 2년10개월 전, 그러니까 2002년 1월까지 17년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니던 곳이다. 개인적인 소회를 말하는 것으로 질의를 시작하겠다. 서면답변으로 해달라. 편하게 계셔도 되겠다.

저는 일생에서 가장 운이 좋았던 일 중 하나로 신문기자가 된 것을 꼽는다. 하루 평균 16시간 일했다. 아들이 고2, 중2 둘인데 다 클 때까지 둘 다 합쳐 10번도 안아주지 못했다. 집사람은 오래 전에 포기했다. 세월이 갈수록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수천 건의 기사를 썼는데 한번도 사주를 위해 쓴 적이 없다. 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바 내 아이들의 나라는 좀 더 좋은 나라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일했다. 그렇게 나와 가족을 희생하면서까지 사주를 위해 일하기에는 내 자존심이 용납치 않았다.

나라는 그 나라 수준의 정치를 갖게 된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수준대로 뽑히고 국회도 그 수준에서 구성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기자가 누구를 생각하며 일하느냐. 독자를 생각하며 한다. 독자의 눈높이에서 취재하고 쓴다.

우리 언론 문제 많다. 나는 기자로 일할 때 회사 안에서 신문을 찢어버린 적이 있다. 요즘도 문제 참 많다. 사실과 다른 기사가 오보가 많다. 예컨대 정쟁 기사가 지금 거의 매일 나온다. 17대 국회도 맨날 정쟁이라고 쓴다. 나는 14대부터 국회를 직업적으로 구경했다. 지금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한번도 사주를 위해 기사 쓴 적 없어

정쟁이란 국회의원이 보스의 사병이 되어 보스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싸우는 것을 말한다. 정쟁은 국민이 미워한다. 자신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싸우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실제로 정쟁이 많았다. 왜냐하면 그때는 보스가 있고 그 보스의 눈에 드는 것이 국민의 눈에 드는 것보다 훨씬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보스가 어디 있나. 지금 보스 위해 국민의 눈 의식 않고 싸우는 국회의원이 어디 있나.

지금 국회의원이 싸운다면 이는 자신이 대표하는 국민의 뜻을 받아 그러는 것이다. 그것은 국회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권력은 늘 그렇듯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실은 감추려 한다. 그것을 들춰내는 과정에서 싸움이 벌어진다. 하지만 그것이 정쟁이 아니라 국회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고, 그런 일을 하라는 것이 바로 국정감사다. 경찰이 강도와 싸우는 것을 싸움이라고 욕하는가.

요즘 매일 정쟁을 비판하는 보도가 쏟아진다. 국민들은 그 기사를 보고 '너희들도 또 싸우느냐, 똑같다' 그런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17대 국회는 이전 국회와는 참으로 많이 달라졌다. 의원들도 매우 열심이고 회의도 일부 상임위 빼고는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잘 되고 있다. 우리 문광위만 하더라도 과거 같으면 난리가 났을 텐데 잘 되고 있다. 왜냐. 훌륭한 사람들만 의원들이 되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보스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똑같다, 구태다, 정쟁이다 하는 것은 오보다.

17대 국회가 정쟁, 구태라는 보도는 오보

그 결과가 오늘 나타나고 있다. 신문이 지금까지 오랫동안 갖고있던 헤게모니를 잃어버렸다.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TV에 아득히 뒤처지고 있다. 요즘은 인터넷보다 뒤진다. 그것이 시장이다.

우리나라는 시장이 작동하는 나라고 언론시장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상품을 만들면 국민이 버린다. 여기에 권력이 개입하면 안된다. 우리가 그토록 힘들여 성취한 민주주의가 위험해진다. 국회에 청원된 언론피해구제법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기자가 5천만원 이상 받으면 무기징역 혹은 10년 이상이라는, 살인죄에 준하는 처벌을 하도록 했다.

기자가 돈을 받으면 원래 매장된다. 세상의 기본 이치고 지금까지 죽 그래왔다. 언론시장 내부의 자율규제 기능이다. 이런 법이 있는데 누가 기자 되려 하겠느냐. 우수한 인재가 언론사에 가려 하지 않고 언론의 질은 더 나빠지고 국민과 언론은 더 멀어지고 누가 좋으냐. 권력만 좋다.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소송에 대해 말하겠다. 기자가 소송을 당하면 엄청나게 위축된다. 회사도 말로는 '괜찮다, 제대로 쓰면 된다'고 하겠지만 속으로는 '에이 왜 쓸데없는 것을 써 가지고' 하며 귀찮아 한다. 소송가액이 크면 더 하다. 제대로 된 언론사는 그것을 감내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계속되면 제대로 쓰지 못한다. 이것을 전략적 봉쇄소송(SLAPP)이라고 한다. 언론을 위축시키기 위해 하는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이다.

정쟁이란 보스의 사익을 위해 싸우는 것

권력은 조금만 잘못해도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 그 피해는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유식한 말로 비가역적이라고 하나. 이같은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미리 짖는 감시견' 역할을 하는 것이 언론이다. 사법기관도 있지만 사후적이고 응징적인 기능을 한다. 처벌했다고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다. 또 사법기관의 판단은 처벌을 염두에 두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보수적이다. IMF로 전 국민이 그토록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만 누가 제대로 처벌받았나.

언론사상 가장 유명한 사건인 펜타곤 페이퍼 사건 당시 <워싱턴 포스트>의 벤자민 브래들리 편집국장은 이런 말을 했다. "71년이 아니라 67년 진실이 밝혀졌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미국과 베트남 양국 모두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언론은 나쁜 일이 벌어지기 전에 이를 막는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보도를 하는 것이다. 미국은 그런 언론을 철저하게 보호한다.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 피해를 입히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언론을 보호해준다. 권력자는 언론이 아무리 기분 나빠도 기분만 나빠하지 웬만해서는 법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클린턴도 섹스스캔들로 그렇게 모멸을 당하고도 소송까지 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현 정부는 어떤가. 노무현 정부 출범 후 8월말까지 언론중재 신청 건수가 308건이다. 1년 반만에 한 것이 김영삼 정부 5년보다 11.4배, 김대중 정부 5년보다 2.6배 많다. 대통령이 직접 하는 것이 무려 10건이고 비서실이 24건이다. 소송 건수는 21건이며 소송가액은 78억5천만원이다. 인지대만도 엄청나게 들 것이다. 이 돈은 누구 돈이냐.

노무현 대통령이 10억원짜리 소송을 낸 것도 있다. 전략적 봉쇄소송의 전형적인 사례 아닌가 싶다. 21건 중 언론중재위를 거쳐간 것은 단 4건 뿐이다. 언론피해 구제절차는 중재가 안됐을 경우 소송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솔선수범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서 소송으로 바로 갔다. 바람직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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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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