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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서순
지난 10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 금평리 마을. 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유기농산물을 해마다 사가는 도시민의 '농촌체험'을 위한 '가을걷이 나눔의 잔치'가 열렸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이 행사에서는 마을 구석구석의 논과 배추, 무, 생강, 고구마밭 등 모두가 생태체험장이었다.

"엄마, 이 고구마는 왜 이렇게 작아, 미니 고구마인가."
"배춧잎마다 구멍은 왜 그렇게 많아."
'이 마을에서 키운 것은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왜 모두 작기만 해."

고구마를 캐느라 땀을 흘리면서 의외로 적은 것만 나와 조금 실망하는 아이. 배추밭, 무밭, 당근밭을 둘러보며 조그맣고 누렇게 변한 잎, 왠지 작아 보이는 모양에 의아해 하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에게 '비료와 농약으로 크고 실하게 키운 것보다 사람과 흙 모두에 좋은 방법으로 기른 먹을거리가 인체에 훨씬 유익하다'며 유기농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마을 부녀회원과 청년회원들.

웰빙이라는 말이 넘치는 웰빙시대에 먹을거리만큼 건강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있을까. 마을주민들은 손님들을 위해 집에서 생산되는 곡식과 채소를 먹여 키운 돼지고기와 비료와 농약은 구경도 하지 못한 채 자란 배추와 무로 담근 김치, 마을에서 생산한 콩으로 만든 된장, 상추, 고추장 등 반찬과 유기농쌀로 지은 밥, 인절미, 고구마, 알밤, 식혜 등 가을걷이로 거두어들인 것들로 '유기농 밥상'을 마련했다.

또 벼 베기, 벼 털기, 메뚜기 잡기, 밤따기, 고구마 캐기, 새끼꼬기, 짚신만들기, 떡치기 등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0년 전인 1994년 마을전체가 유기농을 시작해 '유기농산물' 하면 이내 홍동면 금평리가 떠올려질 만큼 이 마을은 이미 유명하다. 이 마을에서는 하다못해 길 언저리에 저절로 난 씀바귀마저 비만 맞고 자라 그 자리에서 뜯어 흐르는 물에 두어 번 헹궈 먹어도 좋다.

금평리 사람들은 도시 소비자들을 위해 유기농을 하지 않는다. 내 땅을 제대로 가꾸고 내가 살고 자식들이 그자식들의 자식들이 또 살아가야할 땅이기 때문에 땅을 살리고 지키기 위해 자연농법을 택한 것이다.

유기농을 시작한지는 긴 세월이 아니지만 벌써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의 병원출입이 10여년 전보다 70% 가까이 줄어든 데다 아이들이 '무공해'식품만 먹어서 그런지 홍성군 소재지 인근에 사는 아이들 보다 건강상태가 양호하고 질병에 견디는 힘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3년 전 귀농을 했다는 김아무개(38)씨는 "아내와 아이들의 건강문제로 고민하다가 소문을 듣고 이 마을에 들어와 정착하게 됐는데 아내와 아이들 모두 건강을 되찾아 가고 있다"며 "욕심을 버리고 땅을 닮아가니 살길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소득'에 대해 욕심내지 않는다. 거두어들인 것 중 식구들이 먹고 남는 것에 한해 '풀무생협(홍동면에서 유기농을 하는 농민들의 공동체 모임)'을 통해 내다판다.

이 마을 이장 이기왕(45)씨는"욕심이 화를 불러옵니다, 그래서 우리 땅이 멍들게 됐고 자연의 반격이 시작된 것 아닙니까"라며 "우리가 도시민들을 해마다 가을걷이에 초청을 하는 것은 우리 것을 그들에게 많이 팔기 위한 수단이 아니고 그들에게 어떤 먹을거리가 자신들을 지켜주고 자식을 위한 것인지 일깨워주기 위한 것이지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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