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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참가자들
대만 참가자들 ⓒ 고기복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고향을 등지지 않고 가족, 친지, 이웃들과 함께 살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경제적,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집을 떠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국경을 넘어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이 땅에 들어온 지도 10년이 넘고 있습니다.

그런 이주노동자들과 부대끼면서 우리 사회는 그들과 ‘서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다른 국가, 다른 인종, 다른 민족,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기에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어색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노동력을 부르면 '사람'이 들어온다는 평범한 진리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가 이주노동자들을 단순히 일만 하는 기계로 여기고,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지는 않은지, 일상적인 만남과 사람간의 나눔을 회피하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싶어집니다.

한국인들이 떠난 열악한 사업장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성실하게 일하며 우리 사회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한 적이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참가자들
인도네시아 참가자들 ⓒ 고기복
지난 9월 17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있었던 ‘외국인이주노동자 차별 철폐를 위한 문화한마당’이라는 행사였습니다. 행사를 위해 여러 자원봉사자들과 오랫동안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화한마당을 준비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연이 무르익기 시작할 즈음에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마로니에 공원에 있던 노숙인들이었습니다.

마로니에 공원에 언제부터 노숙인들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행사 당일 의외로 많은 노숙인들이 공원 벤치에 말없이 앉거나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이미 취기가 있어 보이는 분들도 있었고, 말이 통하는지 모르지만 외국인들과 열심히 이야기들을 나누는 모습도 종종 눈에 들어 왔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시 마로니에 공원에는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노숙인들이야말로 이방인으로 보였습니다. 그들은 행사에 초대받지도 못했고, 그들을 위해 행사를 해 주는 사람들도 없는 마당에서 이방인처럼 기웃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는 사람 마음을 짠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권리는 인권입니다.
이주노동자의 권리는 인권입니다. ⓒ 고기복
신기한 것은 그런 그들과 이주노동자들이 거리낌 없이 떡을 나누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습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마따나 집을 떠나 어려운 형편에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노숙인들은 서로를 적대하지도 않고, 거리를 두지도 않고 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우리 사회가 편협한 '이웃'이라는 개념을 확장하기 위해 막 시작한 '서툰 대화'의 물꼬를 이미 확 터놓고 있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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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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