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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사전적 의미는 책을 읽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목적의식 없이 무턱대고 책을 읽으라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을 때는 읽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교양을 쌓기 위해서라던가, 전문지식을 넓히기 위해서라든가, 연구를 위해서라던가, 풍요로운 삶의 밭을 일구기 위해서라던가, 아무튼 그 어떤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책을 읽으면 황금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셈이다.

그러면 독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애정을 갖고 정성을 다해 읽어야 한다. 억지로 책을 읽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기대한 효과도 나타나지 않는다.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되면 청개구리가 되는 것이 인간심리다. 일단 독서에 임하면 기대 이상의 한 아름 효과를 얻어야 한다.

기대이상의 효과를 얻으려면 책에 따라 다르지만 읽는 이의 골똘한 정신 집중이 필요하다. 삼류소설류나 주간지 따위가 아니라면 한 곳을 응시하듯 몰입해야 한다.

차선따라 주행하는 차량의 운전자가 한눈을 팔면서 엉뚱한 생각을 하며 운전하면 그 결과야 불을 보듯이 뻔한 것이 아닌가. 꽝! 하는 사고의 굉음이 운전자의 귓전을 때림과 동시에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불상사가 시야를 가로 막을 것이다.

이와 같이 독서도 정신집중이 절대 필요하다. 안광이 지배를 철한다는 말이 있다. 사물의 진실을 꿰뚫어 보는 힘이 있어야 한다. 건성건성 넘어가고 대충대충 건너뛰는, 그렇게 주마간산격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처삼촌 벌초하듯 신문 사회면 보듯이 대강대강 독서를 한다면 아예 안하는 것만 못하다.

정신적인 양식을 섭취하는 마음가짐으로 정성을 다해 읽어야 한다. 손을 깨끗이 씻고 세수를 하고 마음을 한번 정갈히 가다듬고 경건한 마음으로 존경하는 책을 대해야 한다. 그래서 그 어떤 교감이 이루어질 때 열락이 넘친다. 눈으로 읽지 말고 마음으로 깊이 읽으면서 정신집중을 해야 만이 산에 가서 나무만 보고 내려오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이왕 산에 들어 갔으면 나무도 보고 숲도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이 하산할 때 가슴 뿌듯하게 안겨오는 풍요로움이 있는 것이다. 도랑치고 가재잡는 독서는 중요하다. 님도 보고 뽕도 따는 독서도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일석이조의 독서 또한 얼마나 중요한가.

책을 읽고 났을 때는 무엇인가 가슴 한 구석에 알토란 같은 탐스런 옥수수가 꽉 박혀야 한다. 책을 읽고 그 읽은 글 속에 담뿍 들어있는 알찬 내용을 이해하고 잘 파악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신일도 독서는 그러한 풍성한 정신적인 가을을 한 아름 안겨 다 줄 것이다.

지나친 과욕을 버리고 속이 텅 빈 여인의 화려한 옷치장처럼 허세를 앞세우지 말고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찾아 읽고 그 책에서 얻은 지혜와 경험을 적극 활용할 적에 자신감이 생기고 생활에 활력이 넘쳐흐르고 이 풍진 세상도 손바닥 안에 올려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독서 방법에는 정독을 해야 한다. 속독은 올바른 독서 방법이 아니다. 차량사고 대부분은 과속에서 온다. 마찬가지다. 속독에서 과연 얻어지는 것이 무엇일까. 건성으로 아는 지식이 풍부해 유식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일고의 효용가치가 없다. 자갈길을 굴러 가는 빈 수레는 개와 고양이 싸움만큼이나 요란하다.

생각하면서 하는 독서, 좀더 고상한 표현을 빌리자면 사색하면서 여유 있게 하는 독서, 즉 느낌을 알면서 하는 독서야말로 진정한 올바른 독서의 자세가 아닐까.

1874년경에 그린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오거스트 르누아르의 <독서하는 아가씨>를 보면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는 아가씨의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다. 붉게 물든 석양 무렵의 자연의 신비보다도 더 값지고 감동적이다. 창밖에서 흘러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살을 받으며 독서에 몰입해 있는 모습은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 주듯 우리를 감동케 한다. 이제 바야흐로 9월, 풍요로운 가을, 독서의 계절이다.

아놀드 토인비도 만나고 라이나 마리아 릴케도 만나고 제인 맨스필드도 만나자. 세계적인 석학, 문인들이 남긴 그 정신적 유산은 우리들 메마른 가슴에 풍성한 정서를 안겨 줄 것이다. 우리 모두 벗 삼아 읽은 책을 항상 곁에 두면서 펼쳐질 아름다운 내일을 설계하자. 그러면 독서량에 따라 인생의 길잡이로 여러 훌륭한 스승을 평생 모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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