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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오마이뉴스〉와 최종규 기자

나는 하루에 두 세 번 정도 〈오마이뉴스〉를 들여다본다. 하루 한 번꼴로 종이로 찍어내는 보통 신문과는 달리 〈오마이뉴스〉는 시간 시간마다 새로운 이야기들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은 옛날과는 달리 하룻밤 자고 나면 새로운 이야기를 쏟아내는 게 아니라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새로운 이야기들을 쏟아내지 않든가. 그런 흐름을 나타내 주고 있는 게 〈오마이뉴스〉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마이뉴스〉가 늘 반갑고 좋다.

그런데 이 〈오마이뉴스〉가 더 좋은 이유가 있다. 그건 〈오마이뉴스〉가 우리글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또 따라서 써 볼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오마이뉴스〉의 오른쪽 아래 가운데 부분을 보면 '책동네'라는 조그마한 면이 있는데, 그곳에 때때로 글을 올려 주고 있는 최종규 기자가 그 몫을 맡고 있다.

그래서 나는 최종규 기자가 쓴 글이라면 앞뒤 안 가리고 다 읽는다. 무엇을 하나 읽더라도 우리글에 대해서 배우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나는 그 분이 쓴 글을 읽으면 깨닫는 것도 많고, 감동도 곱절은 더 받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그 분의 글이 너무 쉽게 다가온다는 것이고, 또 깔끔하다는 것이다.

〈2〉이오덕 선생의 <우리 말 살려쓰기>

그 최종규 기자가 얼마 전에 책 한 권을 엮어 낸 게 있는데 이오덕 선생의 <우리 말 살려쓰기>(나라사랑·2004)가 그것이다. 물론 최종규 기자가 혼자서 엮은 것은 아니고 구윤희라는 사람과 함께 엮은 책이다.

이오덕 선생은 이 책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을까. 그것은 아이들이 집에서 먹고 자고 놀고, 또 바깥에 나가 뛰놀다가 다투는 것이 곧 살아 있는 말이요 글이라는 것이다. 그저 책상머리에 틀어 박혀서 상상으로 꾸며낸 이야기는 죽은 말이요 죽은 글이라는 것이다.

"글이란 것이 다른 것이 아니고 바로 먹고 일하고 놀고 공부하고 하는 것, 곧 삶을 쓰는 것입니다. 삶을 떠난 글은 아무 뜻도 없고, 속임수입니다."(22쪽)

"아이들은 머리로, 책에서 읽은 지식으로, 이론으로 방안에 앉아 말을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만들어 낸 말에는 결코 어려운 한자말이나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말이 없다. 삶 속에서 저절로 나온 말이요, 몸으로 느낌으로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기 때문에, 학자나 지식인들의 머릿속에서는 도무지 나올 수 없는 살아 있는 말이 되어 있다."(74쪽)


그런데 아이들이 커서 대학교에 들어가면 정말 좋은 우리말은 다 잊어버리고 오로지 어려운 한자로 된 글과 일본식 어투로 된 글들만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식을 쌓으면 쌓을수록 점점 더 우리말과는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우리 겨레말이 하나 둘씩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학교에 들어가기 이전에 배운 그 귀한 우리말을, 학교에 들어가 책을 읽고 쓰는 공부를 하기 시작하고부터는 평생 짓밟고 학대하고 변질시키기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하고 있는 교육이다. 이것이 우리가 하고 있다는 글쓰기요, 문학이요, 학문이요, 문화란 것이다. … 바야흐로 겨레말의 수난시대가 온 것이다."(230쪽)

그런 안타까움을 내다 본 이오덕 선생은 살아 있는 동안 우리말과 우리글을 살리기 위해 온 힘을 다했던 것이다.

〈3〉<우리 말 살려쓰기>가 좋은 점

그렇다면 <우리 말 살려쓰기>란 책이 좋은 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흔히 놓치고 사는 우리글을 이 책 속에서 다시금 살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이나 잡지, 방송을 타고 들려오는 말들이 얼마나 잘못된 말인지, 어려운 한자말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 일본식 어투로 된 말들이 얼마나 많이 틀어 박혀 있는지 하나 하나 꼬집어 주고 있고, 그것을 바로 잡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예들도 하나하나 들어가면서 차근차근 밝혀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으로부터'는 '-한테서'라고 써야 할 말이고, '-을 통해'는 '-를 거쳐'나 '-에서'로 써야 하고, '세 명'보다는 '세 사람'으로 써야 하고, '야채'는 '채소'나 '나물'로 써야 하고, '정체성'보다 '정체'가 더 알맞은 말이고, '정체'보다 '본 모습'이 더 낫고, '본 모습' 보다 차라리 '근원'이나 '뿌리'란 말을 써야 하고, '낙엽'이란 말보다는 '가랑잎'으로 써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 말은 일본글을 따라서 쓴 글말인 까닭에 '그런데도'라고 써야 한다는 것들.

그리고 책 끝머리에는 '바로잡은 낱말 모음'이 가나다라 순으로 엮어 있어서 내가 우리글을 쓰고 있는지 아니면 한자로 된 글이나 일본식 어투로 된 글을 쓰고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보고 배울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그 몇 가지 예를 들어 보면 이렇다. '가능하다'는 '할 수 있다'로, '갈등'은 '뒤얽힘'으로, '계곡'은 '골짜기'로, '계속'은 '자꾸·잇달아'로, '다양한'은 '온갖'으로, '더불어'는 '함께'로, '일컫다'는 '말하다'로, '인용문'은 '따온 글'로, '전부'는 '죄다·모조리'로...

〈3〉나의 다짐

나도 때때로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있고, 또 이런 저런 글들을 쓰고 있다. 내가 보기에도 내가 쓴 글들이 때론 한심할 때가 많다. 삶을 이야기한 게 아니라 상상력을 동원해 쓴 글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식한 척 어려운 한자말이라든지 일본식 어투로 된 글도 꽤나 쓰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럽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런 다짐을 해 본다. 내가 살아가는 삶을 글로 써야겠다는 다짐이다. 또 어려운 한자글은 되도록 쓰지 않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식 어투도 되도록 고쳐 볼 생각이다. 물론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늘 그렇게 써 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 <우리 말 살려쓰기>를 곁에 두고 늘 살핀다면 조금씩 고쳐지지 않겠나 싶다.

우리 말 살려쓰기 하나 - 사람을 살리는 글쓰기

이오덕 지음, 아리랑나라(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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