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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진행된 고노타로 의원 사무실. 뒷편에 한때 고노 의원의 일을 도와준 이성권 의원(한나라당)의 선거당시 포스터가 붙여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인터뷰가 진행된 고노타로 의원 사무실. 뒷편에 한때 고노 의원의 일을 도와준 이성권 의원(한나라당)의 선거당시 포스터가 붙여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 이경일
2003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다. 대통령이 되고 난 다음의 첫 방문인지라 상징적인 인사치레의 성격을 강했을 터인데, 의외로 이 방문은 여러 실무적인 한일간 협의를 이끌어 냈다. 대표적인 것이 김포-하네다 공항간의 직항로 개설, 그리고 일본 체류시의 단기비자가 3개월로 확정된 것 등이다.

이 김포-하네다 노선을 건의한 사람이 바로 자민당의 대표적인 지한·친한파로 유명한 고노 타로(41,河野太郞) 중의원 의원이다. 그리고 지금 고노 의원은 ‘한일간 비자면제 협정’을 추진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중의원 의원 중 유일하게 한국어 홈페이지(http://www.taro.or.kr)를 운영하고 있는, 그리고 한국인 인턴 비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혹시 재일동포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자민당 총재, 부총리 등을 역임하고 현재는 중의원 의장으로 있는 일본 정치계의 거물인 고노 료헤이 의원(河野洋平). 고노 타로 의원도 스스로를 “나는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자민당에 있고, 또 스스로도 보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또 이렇게 덧붙인다.

"일본의 국익과 주변국의 국익을 동시에 고려한 아시아 중심정책이 필요하며 그 중심은 일본과 한국”이라고. 대부분의 자민당 의원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비해 고노 의원의 이러한 아시아 중심주의 사고는 특이하다.

한국, 북한, 중국 등 주변국의 비판을 받고 있는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그는 “나 역시 친척이 야스쿠니 신사에 묻혀 있기 때문에 신사 참배는 하지만, 야스쿠니 신사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면서 “정치적 관련성이 없는 제 3의 시설을 건립하여, 영령들과 전범을 분리하여 안치시키면 논란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등 기존의 자민당 의원과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고이즈미 총리 이후 차세대 정치인의 선두주자로 손꼽히고 있는 고노 타로 의원. 비록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이지만, 아시아 외교의 중요함을 역설하면서 한일 외교에 중점을 두고 있는, 그리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 제시 등으로 자신의 이름을 조금씩 알리고 있는 그를 <오마이뉴스>가 만나보았다.

- 작년 아버지 고노 료헤이 의원이 C형 간염으로 위독했을 때, 자신의 간을 이식하여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보기 드문 효자로 알려졌다.
“아버지가 상당히 완고한 분이라서 설득하는데 시간이 걸렸을 뿐 그다지 효도한다는 마음이나 그런 건 별로 없었다. 내가 처음 한 것도 아니고. 다만, 지금 일본의 장기이식 레벨이 어느 정도 올라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은 있었는데, 자료를 좀 찾아보니 작년 한해에 439건이 실시되었다기에 ‘나름대로 레벨이 높구나’라고 생각해서 이식을 결정한 것이다.

매스컴이나 그런 것을 의식한 것은 전혀 없고, 아버지가 몸이 안 좋으니 그냥 건강한 내 간을 좀 드려야겠다, 뭐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한 것이다. 지금은 둘 다 건강하다. 아무튼 이걸 가지고 효도라니, 보기 드물다니 하는 식으로 매스컴이 다루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다.”

ⓒ 이경일
- 한국의 젊은 의원들과의 교류도 잦고, 한국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등 한일 간의 관계개선에 힘을 기울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일관계 개선에 착목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절박함에서 오는 것이다. 지금 변화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둘이 힘을 합치는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 유럽연합(EU)이 거대화되면서 점점 시장을 동아시아로 확대하고 있고, 중국은 15억에 달하는 막대한 인구와 생산력으로 그 영향력을 전 세계로 넓히고 있다.

이에 미국 역시 나프타(NAFTA)를 통해 대항하고 있고. 또 인도 역시 자체적인 주도권을 행사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 한국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점인데 나는 둘이 힘을 합쳐 다른 거대 경제공동체와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후 동남 아시아권을 이 경제공동체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FTA 협정은 물론 비자면제, 노동시장 자유화 등등의 실무정책들이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하고. 미국만 바라봐서는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 김포에서 하네다까지 직항로 개설을 건의하여 성공했다. 또 한일간 비자면제 협정 추진에 나서고 있는데.
“효율이라는 측면이다. 월드컵 당시 15일짜리 단기비자가 3개월로 임시 연장되었고, 지금은 3개월로 정착되었다. 그런데 내년에 또 아이치현에서 만국박람회가 있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고가는 사람만 하루에 수천 명이다.

비자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일의 효율을 떨어뜨린다. 김포, 하네다 공항건도 마찬가지다. 나리타공항과 인천공항은 도심지와 상당히 떨어져 있다. 아까 언급한 경제적인 교류가 중요하면 비즈니스의 효율이 중요해지는데 이래 가지고서는 하늘에서, 길거리에서 시간을 다 잡아 먹는다. 비자면제가 안 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 이런 실무적인 부분에서의 성과에 대해 스스로 만족하는가?
“아니, 불만이다. 김포-하네다 직항이 개설되어서 지금 하고 있는데 시간대가 좋지 않다. 하루에 3번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간대가 오전, 점심, 오후 이렇게 되어 있다. 상사맨들에게는 최악의 시간대다.

차라리 아침 7시나 8시 정도, 그리고 밤 9시 정도로 시간대를 맞춘다면 일일비지니스가 가능해지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은지 의문이다. 또 번거로운 출입국수속도 문제다. 하네다에서 출국 심사를 마치면 김포에서 입국심사를 안 해도 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물론 그 역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출입국 심사 시스템으로 접근하니 하루에 고작 3편밖에 없는 직항로에도 각각의 출입국 시스템을 적용시키는 셈이다. 융통성을 발휘한다면 적어도 출입국 심사에서 깎아먹는 1시간 정도는 벌 수 있는데 말이다.”

- 이용객으로서는 편하겠지만, 국가 간의 입국관리법이 다른데 그게 가능한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실제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그렇게 하고 있다. 특별 패스포트라는 것이 있어서 다른 나라가 아닌 양국가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신분증명서인데, 이것만 공항에서 보여주면 그냥 갈 수 있다.

국내선 개념하고 비슷한 것이다. 특별법을 제정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부산-서울, 오사카-동경 보다 동경-서울이 더 가까운, 지근거리에 있는 한일 양국이 이런 고전적인 입국관리 시스템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한다.”

"영구전범 위패 야스쿠니 신사에 봉안된 것 상당한 의문"

-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이성권(한나라당)씨를 비서로 둔 경력이 있고, 지금은 게이오 대학 박사과정에 다니는 유학생을 인턴비서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정치인중 한국인 비서는 처음으로 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가?
“한일관계 개선과 한국과의 우호증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을 아는 것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 있어 이성권씨가 상당히 많은 도움을 주었고, 또 무엇보다 성실했다. 그 뒤를 이어 최군이 일을 도와주고 있는데, 국제현안 특히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이성권씨가 국회의원이 된 후 같이 만난 적이 있었는데, 나 역시 큰 보람을 느꼈다. 지금은 나 외에도 4~5명 정도의 의원들이 한국인 비서를 두고 있는데, 신문이나 매스컴을 통해 들은 정보가 대부분인 여타의 의원들에 비해 직접적이고 체험적인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어 상당히 큰 힘이 되고 있다.”

ⓒ 이경일
- 이를테면 어떤 이야기?
“야스쿠니 신사 참배,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등등. 아무래도 일본 매스컴에서 바라본 시각과는 다르니까.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경우 피해당사자 국민의 입장을 직접 듣는 것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 고이즈미 총리를 비롯하여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 역시 친척이 태평양 전쟁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한다. 그렇지만, 나는 영구전범의 위패가 야스쿠니 신사에 봉안돼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매년 국제 외교분쟁의 원인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제3의 시설을 만들어 태평양전쟁의 순수한 희생자들과 전범들을 따로 분리하여 봉안한다면 그런 분쟁의 소지가 없어지지 않을까?

그런데, 중국이나 한국의 의견도 너무 감정적으로 치닫는 경향도 있다.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왠지 싫다는 기분만 가지고 참배 자체를 무조건 비난해 버린다면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 순서이지 않을까 한다.”

- 야스쿠니 신사, 원폭피해자, 정신대(위안부) 문제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과거사들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바람직한 한일관계 개선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물론이다. 특히 원폭피해자의 경우 일본정부의 대처는 솔직히 한심하다. 정신대 문제도 마찬가지. 무조건 정부의 원칙이나 입장을 내걸 뿐 어떻게, 무엇을 해결하여야 할 지에 관한 구체적인 플랜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들은 100% 항의하고, (그에 대해 일본정부가)100% 묵묵부답인 상태라면 영원히 평행선만을 달릴 뿐이다.

피해자들의 입장을 일본정부가 감안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한국인들은 과거사를 청산하지 않을 경우 한일관계는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을 것처럼 받아들이는 듯한 인상이 강한 것 같은데, 비록 과거사가 남아 있다 하더라도 빨리 한일이 손잡고 나가지 않는다면 세계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 인식해 주길 바란다. 과거사 청산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지만, 미래를 보는 눈 역시 감아버리면 안된다.”

― 향후 정치적 야망에 대해서 듣고 싶다.
“음. 비밀인데(웃음). 2년 정도 지나면 고이즈미 총리가 그만둘 것이고. 그 다음이라면 아무래도 아베 신조 간사장 세대가 된다. 아베 간사장 세대가 전면에 나서지 못한다면 자민당이 민주당에 지는 것은 명약관화하니까. 그렇다면 아베냐, 고노냐 정도로 압축되지 않을까? 차세대로서 패기와 합리적 시각으로 자민당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의 핵 실험 의혹 논란으로 일본매스컴이 한동안 소란스러웠다. 한국의 핵실험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핵실험 자체는 조금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과학자들이 개인적인 흥미로 플루토늄 추출 실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일본은 역시 원폭의 경험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충격으로 다가온다. 또 6자회담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그런 실험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은 최악의 타이밍이다. 한국정부의 관리부족 같은 것은 지적하고 싶다.

그런데, 일본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소란을 일으키는 것도 좀 이상하다. 왜냐면 일본도 37톤의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으니까. 한국이나 북한의 몇 밀리그램 재처리를 가지고 이런 소동을 일으키는 것은 좀 계면쩍다.

우리 플루토늄은 에너지 개발용이니까 문제없다고 정부나 언론은 그러는 것 같은데, 실제로 37톤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을 가지고 있다. 지금 핵연료로 안 쓴다고 공표하고 있지만 태워서 없애지 않는 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일본이 다른 나라의 우라늄이 어떻고, 플루토늄이 어떻고 하는 식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때 붉은악마의 'Let Go Together' 현수막에 감동”

- 스포츠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축구에 관해서 전문가라고 들었고, 축구를 계기로 한일우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처음 한국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지리적으로 가까워서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다. (웃음) 그런데 97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을 계기로 한국은 멋진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역시 홍명보와 나카타가 재적했던 벨마레 히라츠카라는 J리그의 프로축구팀을 경영하고 있어서 축구에 관해서는 열혈남아라고 자부한다.

97년 당시 최종예선에서 한일전이 열렸다. 장소는 서울 잠실주경기장. 이미 한국은 프랑스행이 결정나 있는 상태였고, 일본은 한국을 반드시 이겨야만 프랑스행 티켓을 따낼 수 있었다. 그때 문득 스탠드를 쳐다보니 한국 응원팀인 붉은 악마가 ‘Let Go Together'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응원하는 것을 보았다. 눈물이 날 정도로 엄청나게 감동을 받았다. 실제로 그것을 경험한 일본인들은 아마 나와 똑같은 기분이었지 않았을까?”

- 의정활동에서 요즘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내용은 무엇인가?
“한일 비자면제협정의 기초안을 작성한 상태이고, 자유무역협정이 잘 이루어지기 위한 테이블을 마련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한중일 축구 리그의 실현과 앞서 언급했던 하네다-김포 노선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작업에 나서고 있다.

물론 과거사 청산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문제 등에 있어서도 최대한 한국인을 비롯한 피해국 국민들의 입장을 감안하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과거사 청산, 현실 직시, 그리고 미래지향이라는 세 가지의 테마를 균형적으로 접근하는 자세다. 무조건적인 원칙론보다는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흐름을 조성하는 것. 이것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려고 한다.”

-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신데 감사드린다.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성향으로만 본다면 나는 보수적인 정치인이고, <오마이뉴스>는 진보적인 매체이지만 이렇게 둘이 만나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좀 불편한 상대라고 해서 무조건 만날 수 없다거나 만나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선입관을 가지기보다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서로간의 공통점과 해결방안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기회가 닿으면 한국 젊은이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과 의견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 반드시 그런 기회가 오길 바란다.”

취재진과의 기념사진. 고노 타로 의원은 앞으로도 자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를 희망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마쳤다.
취재진과의 기념사진. 고노 타로 의원은 앞으로도 자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를 희망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마쳤다. ⓒ 이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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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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