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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앞 피켓 시위
정문 앞 피켓 시위 ⓒ 정옥재
모두 모이지는 않았다며 우선 15명 정도 피켓을 들고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서울-대전-부산-광주를 거쳐 연세대 정문 앞 시위를 마지막으로 기나긴 일정을 종결한다고 밝혔다.

오전 11시 15분. 참교육학부모회 회장과 부회장의 규탄사가 이어졌다. "고교평준화 무력화시키는 고교등급제 반대한다", "댁의 자녀는 몇 등급짜리 학교에 다니십니까?", 한 학부모는 "사는 지역에 따른 차별은 너무하다"며 연세대학교를 향해 절규했다.

참석한 학부모는 "고등학교 위치에 따라 평가받는 것은 억울하다"면서, "연세대학교는 우리 아이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지 마라"고 분노를 표시했다.

집회를 바라보는 학생들
집회를 바라보는 학생들 ⓒ 정옥재
집회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집회 장소를 지나던 윤지영(경제4)씨는 "어느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그러더라. 우리학교에는 입학프로그램이 16-17가지가 있고, 고교등급제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은 20-30가지 변수 중의 하나일 뿐"이라면서, "자신은 특목고 출신으로 내신이 좋지 않아 피해를 보았다"고 말했다.

윤씨는 "농어촌 학생들에게 기회를 더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획일적 고교평준화는 불합리해 보인다"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정시모집으로 입학한 04학번 권동재 씨 "모교인 대구고에서는 공공연하게 내신등급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면서, "현 입시생인 고 3 후배에게 상담까지 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엄연히 평준화와 비평준화 고교가 있는 현 상황에서 획일적인 평준화는 문제”라며, 교육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부모님들의 시위는 “이해가 간다”며,시위에 대한 심정적 지지를 드러냈다.

1995년 신학과에 입학하여 대학원에 다닌다는 홍이표 씨는 집회 후 "연세대를 다닌다는 것이 부끄럽다"면서, "연세대에 서울의 특정지역 학생들이 타 대학에 비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학교를 비판했다.

오후 12시 20분. 35명의 기자들이 철수하거나 총장실로 올라간 사이, 총장실 대신 공학관의 학생휴게실을 찾았다. 전기과에 다닌다는 박성수씨는 "이번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인터뷰를 사양했다.하지만 미아동(강북)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그는 수시입학생임을 밝히며, "고등학교에 따른 차별이 있음을 알고 지원했다"고 말했다.

# 장면 2. 연고전 응원제

응원하는 학생들.
응원하는 학생들. ⓒ 정옥재
오후 12시 40분. 공학관 앞에서 푸른색 옷을 입은 여학생들을 만났다. 연고전 응원연습을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정 아무개 씨(03학번)는 "연세대 수시 1차에서 탈락하고 정시에 합격했다"며, "수시모집에서 내신이 좋은데 왜 탈락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내 여학생들 사이에서 입학전형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에 관하여 설전이 벌어졌다.

오후 1시 20분. 붉은 옷을 입은 4명의 여학생들이 중앙도서관 앞을 걸어왔다. 2시에 있을 연-고 합동 응원전에 참여하러 온 고려대학교 학생들이었다. 모두 1학년생들로서 1명만 정시입학생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수시입학생이었다. 인천출신의 이유진씨는 "고교등급제, 그거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인데, 왜 언론에서 연세대만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수시 준비하는 학생은 알고 불이익 감수하고 준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력에 따른 차별은 정당하지만, 수시모집까지 그러는 것은 학교가 너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후 2시. 연세대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였던 참교육학부모회 회원들과 기자들이 교육부 및 국가인권위원회에 감사청구서와 진정서를 제출하러 갔을 시간이었다. 연고제 응원전이 열리는 노천 극장의 대다수 학생들은 학교당국의 ‘수시입학 고교등급제’ 의혹과 학부모들의 시위를 잘 알지 못했다.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경양 참교육부모회 회장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경양 참교육부모회 회장 ⓒ 정옥재
리드 보컬의 "뜨거운 고연전 날에 연대생 울고 가네"라는 노래가 나오자 학생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오후 2시 45분. 응원단장이 고-연대 학생들에게 응원연습을 시켰다. 응원단장이 "하늘 천"하면, 학생들은 "따지", "검을 현" - "누를 황", "칙칙" - "폭폭"하며 유치원생 연습시키듯 응원연습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푸른 물결, 붉은 물결이 넘실대었고, 응원 분위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9월 16일 한쪽에서는 연세대의 고교등급제를 비판하는 참교육학부모회의 집회가 있었고, 한쪽에서는 연고전을 즐기는 학생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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