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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섭 농업통상정책관
최정섭 농업통상정책관 ⓒ 오마이뉴스 이성규
최정섭 정책관은 최근 일부 언론에서 "정부가 쌀의 관세화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된 내용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최 정책관은 "(쌀 관세화 유예와 관련) 상대국들이 요구하는 대가가 상당히 높다"면서도 "언론들이 정부가 상대방의 요구 조건이 너무 높으면 관세화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관세화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또 "정부는 관세화 유예를 기조로 대가를 줄이기 위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최 정책관은 '쌀 관세화 유예'가 향후 가져올 결과에 대해 정부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관세화를 유예하면 MMA(최소시장접근에 따른 의무수입물량)을 더 들여와야 하는데, 이렇게 결정된 MMA는 훗날 쌀을 '관세화'하더라도 계속해서 수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쌀 시장에 불리할 수도 있다는 안팎의 우려가 높다.

이와 관련 최 정책관은 "언제든지 (관세화 유예를) 관세화로 바꾸면 그 때부터 MMA를 안 사도 되는 것처럼 인식하는데 문제는 (관세화 하더라도) MMA를 계속 사줘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금 다시 10년을 유예하더라도 언젠가는 관세화 할 텐데, 관세화를 해도 지금 유예를 조건으로 받아들인 MMA는 그대로 사야하므로, 그때 불리한 것이 나은지 지금 불리한 것이 나은지 득실 따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쌀 협상을 올해 말까지 마무리짓지 않을 경우 '관세화 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대해 최 정책관은 "그럴 경우 우리 나라에 결코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전농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은 쌀 관세화를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관세화 유예 입장인데, 만약 쌀 관세화 보다 더 불리하게 되면 유예가 아니라 관세화 할 수 있다고 선회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게 아니라고 설명을 하고 싶다. 기본 입장은 관세화 유예를 목표로 한다. 다른 것은 없다. 하지만 관세화 유예에는 대가가 있다. 우리는 (관세화라는) 원칙에서 일탈한 조건으로 이미 대가를 줬다. (일정량의) 쌀 의무수입이 그것이다. 원칙에서 일탈을 하려면 대가를 주라는 것이 UR협정문 부속서에 명시가 돼 있다.

정부가 피하고 싶은 것은 쌀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것이다. 관세화를 시키면 불확실한 점이 굉장히 많다. 쌀값이 많이 떨어지면 높은 관세를 매겨도 수입을 막기가 어려워진다. 그 다음은 환율의 불확실성이 있다. 좀더 뭐가 나오는 것을 보자. 지금으로서는 어느 정도까지 양보하고 관세화를 유예하면 관세화 했을 때보다 수입량이 덜 들어와 쌀 시장과 농민, 식량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지 보고 있다."

"관세화 검토한 적이 없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 관세화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보면 되나.
"문제는 (관세화 유예로) 상대국이 요구하는 대가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므로 그에 대해서는 그 정도만 말하겠다. 언론들이 정부가 상대방의 요구 조건이 너무 높으면 관세화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을 보는데 관세화를 검토한 적이 없다. 관세화 유예를 기조로 대가를 줄이기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 쌀의 민간 수입을 금지하고 있지 않나. 의무수입물량이 늘어나더라도 정부가 수입하면 쌀 시장을 통제할 수 있지 않나.
"그렇다. 그 때문에 상대편 국가에서는 그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민간수입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용어설명
TRQ-MMA, '의무수입물량'을 의미

TRQ(Tariff Rate Quota)는 저율관세 의무도입물량을, MMA(Minimum Market Access)는 최소시장접근에 따른 의무도입물량을 각각 의미한다.

TRQ는 자국 농업 보호를 위해 특정 품목의 일정한 수입량까지는 무관세나 저관세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그 범위를 넘는 수입분에 대하여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이중세율 관세제도이다. 관세화를 전제로 한 개념이다.

예컨대, 감자의 경우 국내 생산물량이 모자라 100t 이상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할당량 100t까지는 저관세율을, 100t 이상의 수입물량에 대해서는 고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반면, MMA는 93년 말에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확립된 시장개방원칙의 한가지로 관세화 이전까지 특정 품목의 일정량을 반드시 수입토록 의무화하는 방식. 쌀이 대표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20만5000톤에 해당하는 MMA의 적용을 받아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95년 5000톤을 시작으로 점차적으로 MMA 물량이 늘어온 것이다. 하지만 쌀 관세화가 이뤄진다면 MMA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TRQ라는 개념이 적용되게 된다. / 이성규 기자
- 일반인들은 DDA 협상이 끝나면 쌀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데.
"전면 개방은 관세도 없이 막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전혀 아니다. 고관세가 붙어서 들어온다. 의무수입물량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마크업'(markup·정가를 높이는 행위)이라고 해서 정부가 일정 정도 가격을 붙인 뒤 시중에는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되도록 협상을 진행중이다. 그런 제도가 다 있다. 또 하나는 언제든지 관세화를 하면 그동안 사주던 MMA 물량을 사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인식하는데, 그게 아니다. 관세화를 시켜도 TRQ로 계속 수입해야 할 의무를 진다는 것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다.

어차피 언젠가 관세화를 시켜야 한다고 볼 때 나중에 불리한 것이 나은지 지금 불리한 것이 나은지 동태적 분석이 필요하다. 쌀이 워낙 중요하다고 보니까 쌀에 대한 토론은 곧 감정으로 번진다. 그런 부분이 아쉬운 것 같다. 그래서 관세화나 유예나 쌀이 더 들어오는 것은 사실인데…. 그 다음에 쌀 산업을 어떻게 하고 농가소득은 또 어떻게 할지, 이런 논쟁으로 전환이 됐으면 한다. 지금 수입하는 물량보다 적게 들어오게 하는 방법은 없다. 획기적인 방법이 있다면 그쪽으로 가겠다. 하지만 득실 따지기가 어렵다. 약속해 놓은 것도 있고."

-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이는데, 유지하느냐 못 하느냐도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전망은.
"DDA 협상은 쌀과도 관련이 되는데 관세화를 했을 경우 대가를 어느 정도 줄 것이냐는 것 때문에 개도국 지위가 매우 중요하다. UR때도 (개도국 지위 유지가) 매우 어려웠지만 지위를 받았다. 우리의 경우 경제가 너무 번듯하니까 농업만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기가 국제사회에서 쉽지 않다. 수출국들은 우리를 '식량 구매 능력'을 가진 나라로 본다. 수출국에서는 개도국, 선진국 이런 분류로 보지 않는다. 분위기가 어렵지만, (개도국 지위 유지는) 정말로 최우선 순위에 들어가는 협상 목표다. DDA 협상이 길어지게 되면 그 사이에 국민소득이 더 높아 질까봐 (그래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까봐) 그것도 걱정이다.(웃음)"

- 올해까지 개별 협상인가.
"쌀은 금년까지 협상을 해야 한다. 협정문에 나와있다."

- 일부에선 개별 협상이 내년 12월까지 연장됐다는 주장도 하고 있는데.
"DDA협상이 내년말 홍콩 제6차 각료회의까지 연장됐지만, 쌀 협상이 연기될 수 있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UR협정에 특별대우 연장에 관한 협상은 이행 마지막 연도인 2004년에 끝내도록 돼 있다. 만약 끝내지 못하면 어떻게 되느냐에 대해 다른 해석도 있지만, 전문가들의 해석은 2005년 1월 이후 '관세화 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말까지 협상 못하면 '관세화 의무' 발생"

- 자동적으로 관세화 된다는 뜻인지.
"자동적이라는 말은 절대 안 된다. 관세화 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의무가 발생하면 의무 이행을 어떻게 강제당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패널(국제 심판)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고, 그럴 경우 절대 우리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 국가별로 협상 중인데, 향후 일정은.
"미국과 중국이 중요하지 않나. 이 두 국가와는 3차 협상까지 마쳤다. 미, 중 협의만 이뤄지면 다른 나라는 쉬울 것이라고 본다. 10일 미국, 다음주에 중국과 협상이 있다. 다른 나라들에게도 협상 의사 표시를 해 놓고 날짜를 잡고 있다. 9월 달에 많은 협상이 이뤄질 것이다."

- 우리나라가 협상에 무성의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정부가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론이나 국민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제네바 현지에 가보니 연합통신 기자 1명, 농업 전문지 기자 2명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기자는 없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수백명씩 기자가 왔는데... 국민들 관심이 많아야 협상이 더 잘 될 수 있다. 또 차관이 가서 협상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농림부 장관도 여러 차례 회의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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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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