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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위에 보이는 불빛은 태양이 아니라 조명등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아이들이 놀이하고 있는데 학부모님들이 가까이 있지요?
오른쪽 위에 보이는 불빛은 태양이 아니라 조명등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아이들이 놀이하고 있는데 학부모님들이 가까이 있지요? ⓒ 윤형권
'인간줄다리기'라는 놀이입니다.
'인간줄다리기'라는 놀이입니다. ⓒ 윤형권
무질서 가운데 질서가 있네요.
무질서 가운데 질서가 있네요. ⓒ 윤형권
야시장도 열렸네요. 김밥 한 줄에 500원이면 싸지요? 맛도 끝내줍니다. 자모님들 솜씨 자랑입니다.
야시장도 열렸네요. 김밥 한 줄에 500원이면 싸지요? 맛도 끝내줍니다. 자모님들 솜씨 자랑입니다. ⓒ 윤형권
"깃발이 펄럭인다♩ꁡ~ꁠꁕ~ 우리 머리 위에서 ♬♪~쿵~쿵~짝."

추석을 며칠 앞둔 이맘때면 학교마다 운동회가 한창이다. '1등
'이라고 찍힌 빨간색 도장을 바라보며 흐뭇해 하는 엄마의 환한 얼굴, '훅' 불면 "삐익~"하고 소리 나는 풍선을 입에 문 네살 난 여동생의 재롱, 청군백군 응원전에 목이 쉰 것도 모르던 아련한 추억들…. 운동회에 대한 우리네 추억이다.

그런데 운동회가 밤에 열린다면 어떨까? 컴컴한데 어떻게 운동회를 하냐고? 백문이 불여일견! 올해 개교한 논산 내동초등학교 운동회장을 가보자.

지난 10일 논산 내동초등학교 운동회에서는 여느 운동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백 계주나 질서정연한 곤봉 체조, 에어로빅 댄스 등을 찾을 수 없다. 그 대신 닭싸움, 가족들과 함께 하는 투호, 제기차기, 세발 자전거 타기, 굴렁쇠 굴리기 등 주제가 있는 놀이마당이 펼쳐진다.

혼잡해 보이면서도 각자 주제에 따라 흥겹게 논다. 줄을 서라며 호루라기를 부는 선생님도 없다. 덩치가 엄마보다도 더 커 보이는 5학년 남자애가 조그만 세발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자 학부모나 학생들이 한바탕 웃는다. 어떤 여학생은 굴렁쇠 굴리는 게 영 서툴다. 1m도 못가서 넘어지곤 한다. 그래도 시간에 상관없이 끝까지 해낸다. 승패가 관계없기 때문이다.

"이 놀이마당은 승패를 정하는 게 아니라 질서 지키기는 4점짜리 스티커를,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하는 어린이에게 3점짜리 스티커를 주어 18개로 된 주제별 코스 전체를 돌아온 후 스티커 점수를 합산하여 상을 줍니다." 교직 생활 12년 만에 처음해 보는 야간 운동회라고 하는 김미란(35) 선생님의 자랑 반, 설명 반.

야간 운동회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 보자.

학생 1 - 김지원(여·내동초 5학년) “작년 중앙초등학교 다닐 땐 운동장이 좁아 버스 타고 공설 운동장까지 가서 달리기, 에어로빅 댄스 등 3학년 때와 똑같은 걸 했는데, 오늘 이렇게 밤에 하니까 색달라서 좋아요. 무엇보다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오신 게 더 좋아요."

학생 2 - 권찬우(남·내동초 6학년) "무엇보다 따가운 햇볕이 아닌 밤이라 좋지요. 기분이 얼떨떨해요. 그런데 나쁜 점은 어두워서 저쪽 편 다른 애들이 잘 안 보인다는 거죠. 그래도 짱입니다! 히히."

인근 중앙초등학교에서 원정(?) 온 사나이들
인근 중앙초등학교에서 원정(?) 온 사나이들 ⓒ 윤형권
학생 3 - 이민재(남·중앙초 6학년), 전병권(남·중앙초 5학년) "친구들이 다니는 학교가 밤에 운동회 한다고 해서 우리들이 원정(?)왔어요. 참 부럽네요. 엄마 아빠도 다 오시고…."

"밤에 불빛 아래라 그런지 여학생들 얼굴이 우리 학교 애들보다 더 이뻐 보이네요. 킬킬킬~."

"옆에서 보는 사람과 직접 참여한 사람과 느낌이 다르겠지만, 컴컴한 운동장에 한꺼번에 몰려 있으니까 복잡하네요. 어쨌든 야간 축제 온 기분이라 좋습니다."

아이들 운동회에 남편이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는 천영란씨.
아이들 운동회에 남편이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는 천영란씨. ⓒ 윤형권
학부모 1 - 김재관(42), 천영란(38) "남편이 운동회에 함께 참여한 것이 처음인 것 같아요. 온 가족이 다같이 한자리에 모여서 즐거운 운동회에 참여하고 있자니 대학 때 축제 생각이 납니다."

"직장 때문에 애들 운동회에 한번도 참여하지 못했는데, 밤에 운동회를 하니까 그동안 애들한테 미안했던 마음이 좀 풀어집니다."

학부모 2 - 30대 후반의 무명씨 부부 "덥지 않아 좋긴 한데, 우리들 어릴 적 운동회와 영 달라서 맛은 덜한 것 같네요." "그래도 애들이 좋아하면 그만이지요. 뭐."

논산 내동초등학교 야간 운동회에는 자녀들의 놀이 모습을 캠코더나 카메라에 담는 아버지들이 유달리 많았다.

이 학교 전희규 교장은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 학부모님들이 점심시간에만 잠깐 다녀가시는 등 참여율이 저조해서 이같은 야간운동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참여가 확실히 많아 보인다. 특히 아버지들의 참여는 다른 운동회보다도 압도적으로 많다.
가족들의 참여가 확실히 많아 보인다. 특히 아버지들의 참여는 다른 운동회보다도 압도적으로 많다. ⓒ 윤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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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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