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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협의회 결성을 축하하는 플래카드
교수협의회 결성을 축하하는 플래카드 ⓒ 임순혜
세종대 교수협의회가 공식 출범했다. 세종대는 88년에 교수협의회가 조직되어 직선 총장까지 세웠으나 좌절되면서 강제로 해체되고 90년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해직되는 수난을 겪었다. 이후 꼭 14년만에 교수협의회가 부활한 것이다.

교수협의회 결성을 제안한 것은 교육심리학과 박주용 교수. 박 교수는 2004년도 1학기에 교수협의회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글을 주명건 이사장과 김철수 총장 그리고 세종대 교수들에게 보냈다. 박 교수는 이 글을 통해 세종대가 재단의 전횡을 막고 민주재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세종대 구성원인 교수들의 협의체가 필요함을 제기하고 함께 논의의 장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세종투위' 발대식에 걸린 김동우 교수의 1인시위 걸개그림
'세종투위' 발대식에 걸린 김동우 교수의 1인시위 걸개그림 ⓒ 임순혜
박주용 교수는 2004년 2월 28일 김철수 총장과 주명건 이사장에게 '세종대의 현 사태에 대한 제언'이라는 편지를 보내 "총장님이나 이사장님이 학교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시고 계시지만, 학교 운영 방식은 여전히 이사장님을 중심으로 독단적인 측면이 많이 있다"며 "총장님과 이사장님도 각각 본연의 업무에 임해 달라"고 하고 "구성원들 간의 열려진 대화와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운영되어오던 방식을 시정하고 과감하게 개선책을 제시"해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또한 "교육환경, 구성원들의 근무요건, 임용과 승진 등과 관련된 내용을 개선하고 예측할 수 있는 합리적인 행정을 수립"하고 '이사장님이 학교 운영의 전면에 나오시지 않으셔도 여전히 학교 발전의 한 축이 되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민주적이고 역할과 책임 소재가 분명하게 하는 일련의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신다면 지금의 난국은 발전의 기회가 될 것을 확신, 두 분의 용단을 부탁"하였다.

세종대 교내에 걸린 주명건 이사장 퇴진 플래카드
세종대 교내에 걸린 주명건 이사장 퇴진 플래카드 ⓒ 임순혜
박주용 교수는 3월 10일 교수들에게도 편지를 보내 "학교의 위상을 계속 떨어뜨려 온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학교 운영으로 악명이 높고 교육 재단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가족간의 싸움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까? 말로만이 아니라 삶과 행동으로 학생들과 교수님들께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는 물음을 던지고 "교수협의회는 당연히 만들어져야 하지만, 싸움을 위한 조직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각자의 의견을 내줄 것을 부탁하였다.

박주용 교수는 "세종커뮤니티의 한 부분"으로 "그 동안 너무 오랫동안 침묵으로 일관해온 감이 없지 않다'고 하고 "이제 교수님들의 생각이나 느낌을 다른 교수님들과 공유하실 시간이 된 것 같지 않습니까? 학교가 불평하는 곳이 아니라 개혁과 발전의 터전이 될 때가 온 것 같지 않습니까? 진짜 봄이 가까이 온 것이 느껴지지 않으십니까?"라며 교수협의회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였다.

지난 4월29일의 교육부의 특별감사촉구 집회 장면
지난 4월29일의 교육부의 특별감사촉구 집회 장면 ⓒ 세종투위
이러한 박주용 교수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세종대교수협의회는 '전국사립대학교교수협의회연합회'에 정식으로 등록하고 2학기 개강하는 첫날인 8월 30일, 세종대교수협의회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세종대 교수협의회 일동이 출범을 알리고 교수들의 참여를 권고하는 글에서 "작년 말부터 1학기 내내 있었던 내홍을 겪으면서, 몇몇 교수님들이 교수협의회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학교 발전을 위해서 교수협의회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습니다"고 밝히고, "다행히 방학 중에도 학교에 나오시는 몇몇 교수님들께서 작게라도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데 의견을 모으셨습니다. 세종대학교의 모든 성원들의 권익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인간미가 넘치는 대학촌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어렵게 시작한 것이 사실인 만큼 성원해주시고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라고 교수협의회의 출범을 알렸다.

'대학정상화학생대책위' 천막을 짓고 있는 세종대 학생들
'대학정상화학생대책위' 천막을 짓고 있는 세종대 학생들 ⓒ 임순혜
세종대교수협의회 출범 소식을 듣고, 90년도에 교수협의회를 주도하다 강제 해직 당한 응용통계학과 이원우 교수는 "협의회가 강제로 해체된 지 14년만입니다. 1990년 가을부터 교수협의회의 깃발이 강제로 내려지고 그 동안 교수들의 입장을 수렴 내지 결집해오지 못했으나 실로 감개무량한 사건이 2004년 2학기 벽두에 일어난 것입니다"라고 감회를 밝혔다.

또한 "비단 몇 분으로 시작한 것은 세종대의 토양이 이만큼 척박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1988년 가을 제가 몇 분과 함께 발의하여 교수협의회를 띄웠을 당시보다 훨씬 그 세가 미미하지만 이제 세종대에 밀려오는 정상화 및 개혁의 압박으로 300여 명 교수님 모두가 참여하는 교수협의회가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세종대학교 교수협의회 발족 만세를 외칩니다"라며 교수협의회 발족을 축하하였다.

'대학정상화학생대책위' 천막을 짓고 있는 세종대 학생들
'대학정상화학생대책위' 천막을 짓고 있는 세종대 학생들 ⓒ 임순혜
2학기 개강 첫날, 세종대 학내 곳곳에서는 세종대교수협의회 출범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한편 세종대총학생회는 '세종대학교 대학 정상화 학생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2학기 개강에 앞서 '세종인의 힘으로 주명건 퇴진! 대학운영위원회 건설! 세종대 정상화!'라는 글에서 "1학기에는 등록금 동결이라는 성과를 이루었고", "박주용 교수님의 민주적인 교수협의회 필요성에 대한 제안을 통하여 마침내 '교수협의회' 결성이라는 성과를 달성하게 되었다"며 "세종의 진정한 주인인 우리의 힘으로 주명건 퇴진! 대학운영위원회 건설! 세종대 정상화! 반드시 만들어내자!"는 의지를 천명하였다.

천막위에 올려진 '대학정상화학생대책위원회' 현판
천막위에 올려진 '대학정상화학생대책위원회' 현판 ⓒ 임순혜
세종대 총학생회는 9월 1일, 도서관 옆 잔디밭에 1학기 동안 낡아버린 '세종대재단퇴진과 김동우교수복직투쟁위원회' 천막농성장을 헐고 견고한 '세종대학교 대학 정상화 학생대책위원회' 천막을 새로 설치했다.

7월 30일, 두번째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서고 있는 주명건 이사장
7월 30일, 두번째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서고 있는 주명건 이사장 ⓒ 임순혜
동부지검에 고발된 세종대 주명건 이사장은 6월 10일 ▲ 세종호텔 공사비 8억8655만원 과다계상 임의 사용 횡령 ▲ 세종호텔 인건비 4억816만5510원 등 모두 12억9471만5510원을 횡령(특정경제가중처벌법 적용) 혐의로 기소되어 현재 동부지방법원에서 1심 재판 중이며, 9월 10일 오후 5시에 세 번째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주명건 이사장을 구속하라는 문구가 씌어진 티셔츠를 입고 동부지방법원 1호법정에 앉아 방청하는 세종대 학생들
주명건 이사장을 구속하라는 문구가 씌어진 티셔츠를 입고 동부지방법원 1호법정에 앉아 방청하는 세종대 학생들 ⓒ 임순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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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이고 원칙적인 것부터 단계적으로..."
[인터뷰] 세종대교수협의회 발족시킨 박주용 교수

▲ 교수협의회를 결성한 교육심리학과 박주용 교수
ⓒ임순혜

- 세종대교수협의회 제안은 언제 하였나?
"2004년 1학기 2월 말에 제안하였다."

- 교수협의회 발족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언제였나?
"8월 24일이었다. 세종대 교수들에게 이메일로 교수협의회가 결성된 것을 먼저 알렸다."

- ‘전국사립대학교교수협의회연합회’에 정식으로 등록을 하였나?
"8월 6일, ‘사교련’에 정식으로 세종대교수협의회를 등록하였다."

- 교수 몇 분이 가입하였나?
"○○명이다. 아직은 몇 분이 가입하였는지를 밝힐 수 없다."

- 몇 분이 가입하였는지 밝히지 않는 이유는?
"더 많은 분의 참여를 위해서다. 미리 가입 인원을 확정지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개를 부담스러워하시는 분이 있어 적절한 시점까지는 미공개하기로 하였다."

- 학교측 반응은 어떠한가?
"김철수 총장이 소식을 듣고 전화를 해 만났다. 김철수 총장은 세종대 민주화를 위해 세종대 발전위원회를 만들고 본인도 애를 쓰고 있는데, 좀더 기다렸으면 좋았겠다는 말을 하였다. 다시 한번 시각차만 큰 것을 확인하였다."

- 교수협의회의 구체적인 활동계획은?
"우선 인터넷을 통하여 교수협의회 결성을 알리고 교수들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교수협의회 홈페이지를 구성 중에 있다."

- 더 많은 교수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보는가?
"모종의 변화가 있기 전에는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학교가 이긴다고 확신하는 교수 분들이 있다. 주로 나이 드신 분들이다."

- 주명건 이사장이 횡령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 중인데 교수협의회 차원의 대응책은?
"재단의 전횡을 밝히고 고치려는 원칙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하려한다.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것부터 하고 단계 단계 밟아 나가려 한다." / 임순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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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운영위원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가짜뉴스체크센터 상임공동대표, 5.18영화제 집행위원장이며, NCCK언론위원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방송통신위원회 보편적시청권확대보장위원, 한신대 외래교수,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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