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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하지만 우리 세대는 아내에 대한 측은함, 고마움 그런 마음으로 함께 산다"고 말하는 김칠봉옹
ⓒ 장선애
김칠봉(예산군 고덕면 용리)옹이 올해 칠순을 기념해 내 놓은 책 <발복(發福)과 육남매>는 자식들이 아버지를 존경하고 아버지의 삶을 거울 삼고 싶다며 제안해 만들어졌다.

김칠봉옹의 자식들은 평범한 농부인 아버지를 특별한 존재로 여겼다. 과연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진 아버지의 삶과 철학을 들여다 보니 6남매를 모두 사회의 동량으로 바르게 키워낸 특별함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백마디 말보다 한 번 실천이 더 큰 교육이라고 했던가. 성실 근면한 자세로 땅을 일구면서 사람 귀한 줄 알고 산 김옹의 이야기는 그의 자손들뿐만 아니라 가치관의 혼돈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이 마음으로 읽어야 할 삶의 지침서로도 손색이 없다. 미려한 문장이 아니고 자신의 자손들에게 하고픈 이야기를 글로 풀어 쓴 책이라며 본인은 "어디 내 놓기 부끄럽다"고 꺼려한다. 하지만 자식들은 "우리 아버지가 쓰신 책인데 읽어 보시라"며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선물한다.

책에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학교를 다니고 소년기에 조국의 해방을 맞은 이야기, 그리고 나서 불과 5년여만에 터진 6·25전쟁, 고향인 대흥면 신속리가 예당저수지로 수몰된 이야기들이 마치 어제 일인양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작은 향토사이기도 한 이 기록들의 뒤에는 반드시 경험을 통한 삶의 교훈을 첨언해 놓고 있다.

"임시 발등의 뜨거운 것을 생각하지 말고 먼 미래의 평화로움을 베풀자. 잘 산다 으스대지 말고, 똑똑하다 법대로 따지지 말고, 늘 중심을 잡아서 마음을 다스리고 살자"

"국가와 민족을 우선하는 선국후사(先國後私)의 정신을 찾아가자. 주변 강대국은 우리 민족의 통일을 원치 않는다. 강국의 통치자가 나에게 나라의 반을 주어 통치를 해라 해도 그것은 분열이니 취하지 말고 나라의 통치를 다 준다 해도 그것은 예속이니 받아들이지 말고 모든 국민이 추천하면 자립이니 반가이 맞이하라."


그리고 사주와 역리학, 풍수지리, 침술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궁금증을 갖게 된 분야에 대해 주경야독하며 연구한 이야기를 많은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김옹은 "공부는 누가 시켜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궁금증을 느껴 앎에 재미를 느껴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의 뒷부분에는 아버지의 눈물, 할머님의 중풍 생활, 어머님의 눈물, 흉년이 들어서 내 가슴 태우고, 형과 동생 같은 제목으로 가족사를 기록해 놓고 있다.

'아버님의 눈물'에서 김옹은 "나의 나이 18세 되던 해였다. 땅 값을 예당토조에서 찾아 집으로 오셔서 아버님은 밤새 통곡하셨다"고 회상하고 있다. 처가가 있는 지금 삶터로 이주한 뒤 겪었던 가난, 비축해 놓은 식량을 도둑 맞고 "당장 죽더라도 이곳에 자리잡은 이상은 '이 동네에서 제일 잘사는 농가'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고 써 놓았다.

책은 여섯 남매 각각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다시 책의 첫 장으로 돌아가면 김옹이 끝내 하고픈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내가 나를 알자." 이 집안의 가훈이기도 하다. 그 시절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그렇듯이 사실 김옹은 자식들과 마주앉아 살갑게 대화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두 아들이 군대에 있을 때도 면회 한 번 가지 않았다. "아버지 믿지 말고 고아라고 생각하고 살아라. 그 곳에서 외로움을 뼈저리게 느끼면 사회 생활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편지는 몇 차례 보냈다. 그 때 받은 편지를 고이 간직하고 있는 둘째 아들 창배(43·예산군청 근무)씨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편지글을 인용해 IMF를 위기를 헤쳐 나가자는 내용의 글을 써 여러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자식들에게 칭찬이 인색했다며 책에는 사기를 높여주려 했다는 아버지. 김옹은 "자손들에게 일일이 얘기해 줄 수 없지만 나중에라도 혹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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