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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재
제15호 태풍 '메기'가 북상하면서 시간당 100mm 안팎의 폭우가 쏟아져 나주지역 곳곳에서 농경지와 주택이 침수되고 하천이 범람하는 등 말 그대로 물난리가 나 수 십억원의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18일 오후 나주시 다도면과 산포, 세지, 남평읍 등 지역 곳곳에서 시간당 50-90mm가 넘는 폭우가 내려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고 97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제방유실과 농경지, 주택 침수 피해도 컸다. 영산강 중상류 지역에서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면서 농경지 7996ha가 물에 잠기고 주택 1299동이 침수됐으며 금천천과 만봉천, 지석천, 장성천 등 하천 제방 31개소가 폭우를 견디지 못해 무너지고 범람했다. 이로 인해 저지대 주민들이 인근 학교와 고지대로 긴급 대피했다. 농경지 43ha가 유실되거나 매몰됐으며 비닐하우스 32동 3.3ha가 침수됐다.

축사와 양만장(민물장어양식장)도 이번 태풍을 견디지 못하고 맥없이 붕괴되고 물에 잠기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축사 13동과 양만장 20동이 침수되거나 파손됐으며 소, 돼지, 닭 등 20만4000여두가 폐사됐다.공공시설 64개소도 침수되거나 붕괴됐다. 시 하수처리장이 물에 잠겨 당분간 제기능을 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돼 영산강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정상운영까지 최소 10여일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하수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청동과 부덕펌프장 등 11개소가 교량 1개소가 제역할을 못하고 붕괴돼 주택과 농경지 침수, 그리고 도로 유실 피해가 속출했다.

산사태도 발생했다. 국도 1호선 남평재 2개소와 국도 13호선 왕곡 신원지역에 산사태가 발생해 교통이 전면 통제됐었다. 도로 곳곳이 유실돼 교통이 통제되는 피해도 속출했다. 지방도 6개소와 간선도로 20여곳이 물에 잠겨 교통이 전면 통제됐으며 산포면 국도 1호선이 중앙분리대까지 물에 잠겨 광주-목포간 운행이 잠시 중단됐었다. 철길도 끊겼다. 이날 오후 2시45분경 남평읍 광촌리 광촌교 철길 노반 20m가 유실돼 광주와 전남 순천시를 오가는 경전선 열차 8편이 운행하지 못했다. 458mm의 폭우가 내린 다도면 주민들이 교량이 붕괴돼 고립되기도 했다.

제방 붕괴

ⓒ 신광재
시간당 90mm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지역 곳곳의 하천 둑이 붕괴되고 일부 마을이 고립됐다. 세지면 금천천이 범람하면서 오봉리, 송제리, 성산마을 주민 260여명이 세지초등학교와 성산보건 진료소로 분산 대피했으며 노안 장성천과 남평 구지천, 그리고 만봉천 제방이 붕괴되거나 붕괴위험으로 인근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가장 먼저 세지면 금천천 제방이 집중호우로 무너져 성산리, 오봉리, 벽산리 마을이 고립됐으며, 노안면 장성천 제방이 무너져 학산리 100여가구가 물에 잠기고 지역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또 만봉천이 무너져 석기네 마을 20여가구가 물에 잠기고 주민들이 영산포 여중학교로 긴급 대피했다. 남평읍 구지천 제방이 폭우를 견디지 못해 붕괴돼 읍 시가지 전역이 무릎까지 차 올라 서창방면과 화순방면의 교통이 마비됐다. 또 산포면 일대 수백동의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겼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폭우가 쏟아진 다도면은 암정2구 마을 앞 5미터 길이의 진입 교량이 불어난 물로 붕괴되면서 암정, 판촌, 방산, 송학, 도동리, 삼림욕장 등 6개 지역이 고립돼 구조활동이 전개됐으며, 다시면 구진포 일대 저지대 주민들도 야산으로 대피했다.

태풍 ‘메기가 지역을 강타하면서 주택 873동이 침수되거나 파손됐으며, 435세대 97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1000여명에 가까운 이재민은 14개소에 분산 수용, 18일 하루 밤을 보냈다. 이재민이 가장 많이 발생한 세지면은 세지 초등학교에 200여명, 성산 보건진료소에 50여명이 수용됐으며, 영산포 3개동 지역 저지대 주민 100여명도 영산포 여자중학교 체육관과 실내체육관으로 대피했다. 이외에도 금천면 회의실에서 90여명, 봉황 덕림마을 회관에서 80여명, 노안 교회, 남평초등학교, 남평 복지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이창동 만봉천 제방이 붕괴돼 농협 공판장과 주유소, 휴게소 등 건물 50동이 물에 잠겼다. 만봉천이 붕괴됨에 따라 제일병원 지하 1층이 물이 잠기면서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한편 구호물자를 보급하는 차량이 1대에 불과해 14개 수용시설로 구호물자가 전달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려 늦은 새벽에 구호물자가 전달된 영산포 여자중학교와 실내 체육관에 수용된 이재민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

영산강 범람 위기

지난 89년 태풍 '쥬디호'로 영산강이 범람해 수 십여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후 15년만에 나주대교와 영산대교 위험수위가 8미터를 넘었다. 18일 오후 2시 영산강 중, 상류 지역에 홍수경보가 발령, 오후 6시 30분 영산대교 9m(최고수위 10.94m), 나주대교 8m(최고 수위 9.98m)까지 물이 차 위험수위가 8m를 넘었다.

영산대교가 9m까지 수위가 올라오자 영강동 일대 저지대 주민들이 15년전의 악몽을 떠올리며 저녁 7시부터 영산포 여자중학교와 실내체육관으로 대피했다. 영산포 삼영 부영 아파트 주민들은 차량이 침수될 것을 걱정해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 아파트 주차장이 이날 텅 비웠다.

나주지역 제방 곳곳이 붕괴돼 7996ha의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수도작이 5702ha으로 가장 넓은 면적이 물에 잠겼으며 밭작도 1103ha가 침수됐다. 특히 영산강 하구언을 문을 열지 않은 바람에 농경지 침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났으며 세지면과 남평읍, 노안면, 봉황면, 다시면, 왕곡면, 이창동 등의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가축 피해도 잇따랐다. 소 31두와 돼지 15두가 폐사하는가 하면 봉황면 이모씨 외 2농가에서 닭 11만8000수가 폐사됐으며, 영산동 조모씨 오리농장에서 오리 2만마리, 남평읍 동사리 양봉농가에서 꿀벌 400군, 세지 벽산 개 사육 농가에서 개 200두가 폐사됐다.

남평읍 우산리 8개소의 내수면 어업장에서도 뱀장어 285톤이 폐사됐으며, 반남면 대안리 축사가 전파되는 등 13동의 축사가 침수, 전파 피해를 입었다. 한편 피해가 예상됐던 배 낙과는 강한 바람이 동반되지 않아 피해가 거의 없었다.

교량, 공공시설, 도로유실, 산사태

ⓒ 신광재
봉황 죽석교와 세지면의 금천천, 만봉천, 노안면 장성천 등 하천 31개소 제방이 범람하거나 무너지고 국도 1호선 남평재 2개소와 국도 13호선 왕곡 신원지역에 산사태가 발생해 교통이 통제됐다. 교량 4개소와 도로 13개소, 임도 2개소 학교시설 3개소 등 공공시설 64개소가 피해를 입었다. 특히 하수종말처리장이 침수되면서 가동이 중지됨에 따라 생활하수를 비롯한 오염물질이 영산강으로 유입되면서 수질을 크게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봉황면 각동리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각동리 1구 마을 앞 입구가 통제됐으며, 지방도 818호선 봉황 죽석리 구간 아스콘이 파손돼 봉황, 세지 인근 지역 도로가 통제됐다.

노안면 장성천 교량 앞 도로가 크게 파손돼 현재까지 대호동에서 노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며 장성천 학산리 제방이 무너져 국도 13호선에서 노안으로 진입하는 도로가 물에 잠겼다. 부덕동 배수펌프장이 침수로 인해 평산동으로 가는 도로와 봉황으로 진입하는 부덕동인근 도로가 침수됐으며, 이창동 석기네 저지대도 침수돼 교통이 통제됐다.

산포면 지석천에서 내려오는 물이 배수펌프장이 물에 잠겨 국도 1호선이 중앙분리대까지 물이 잠겨 광주로 가는 차량이 통제됐다. 이와 함께 구지천이 붕괴돼 남평읍 시가지가 물에 잠겨 남평읍 진입이 전면 통제됐었다. 18일 지방도 6개소가 통제됐으며, 간선도로까지 합하면 15개소 이상의 도로가 저녁 7시 이후 물에 잠겨 퇴근길 차량들이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다시면 죽산리에 사는 임모씨(74, 농업)가 18일 오후 6시 30분께 영산강 둑 논에 설치된 양수기 호스를 거두기 위해 들판에 나섰다가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휩싸여 실종됐다.

34명을 태운 관광버스가 불어난 물로 인해 부덕동에서 고립되자 소방서 119 구조대와 해병 전우회가 출동, 고립된 승객을 고무보트로 구조했다. 노안 장성천 제방이 무너져 식당 옥상과 공장 옥상에서 고립중이던 주민들도 가까스로 구조됐다. 또 남평읍 평산리 앞뜰마을 주민 31명이 대초천 범람으로 고립되자 해병전우회와 119 구조대에서 수상보트와 잠수장비를 동원해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남평읍 국도 1호선 남평 검문소 인근에서 구지천 범람으로 고립된 승객 2명도 구조됐다. 이외에도 다도 방산 수덕의 집 4가구가 8명과 지석강 유원지에서 2명이 구조됐다.

응급 복구

집중적인 폭우로 지역 하천 곳곳에서 제방이 붕괴돼 주민들이 위험에 처했었다. 지석천 제방이 무너지자 공무원 50여명이 동원돼 임시방편으로 둑을 막았으며, 장성천 석현동 제방도 주민들과 공무원이 응급복구에 나섰다. 산사태 발생지역에 대해서는 광주국도유지관리사업소에서 장비를 동원해 응급 복구했다.

이날 나주시 전공무원이 비상근무한 가운데 축대붕괴 위험지구 및 영산강 저지대 주민에게 대피명령을 내리고 10개소 170명의 고립주민 구조활동과 이재민 응급구호 활동을 전개했다. 또 건설기술인협회와의 장비를 협조 받아 응급복구에 나서고 있으며, 전경대원 3백명의 협조를 받아 용배수로 복구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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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신문에서 역사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정치, 스포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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