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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미

세종문화회관 앞에 도롱뇽 네 마리가 비에 젖은 땅바닥에 버려져 발버둥치고 있다. 그 가엾은 도룡뇽의 목을 향해 두 명이 시퍼런 삽자루를 겨누고 있으니 그들은 다름 아닌 노무현 대통령과 KTX 한국고속철도공사.

18일 오후 2시 반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터널 공사로 죽어가는 도롱뇽 퍼포먼스'의 한 장면이다.

청년환경센터와 천성산 학생대책위 등이 자발적으로 모여 결성된 ‘도롱뇽의 친구들’은 지율 스님의 단식 50일째를 맞아 KTX 터널 공사로 천성산 심장부가 뚫리면 도롱뇽 등 법적보호동식물이 무차별적으로 죽는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보여 주었다. 도롱뇽의 친구들이 입고 있던 검은 티셔츠에는 ‘stop KTX'라는 글자와 함께 뛰어 노는 도롱뇽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콘크리트 맨바닥에 배를 깔고 업드린 채 도롱뇽의 역할을 한 성안(24)씨는 “지율 스님은 50일째 아무것도 드시지 않고, 지금도 비를 맞으며 묵언정진하고 계실 텐데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 정현미
도롱뇽의 모습을 하고 누워 있는 사람들 옆에서는 몇몇이 피켓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퍼포먼스의 의미를 알리고 있었다. 피켓에는 ‘청와대는 지율 스님을 죽일 셈인가. 천성산 고속철도공사 즉각 중단하라’ ‘천성산 관통백지화 대선공약 이행하라’ ‘죽음의 기차 고속철 2차 개통 반대’ ‘환경영향평가 재실시하라’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 정현미
이날 퍼포먼스를 한 도롱뇽의 친구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고속철도공사를 상대로 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도롱뇽의 친구들은 성명서를 통해 “천성산을 관통하는 고속철 노선을 백지화하겠다는 것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불교계 공약 중 첫번째였음에도 불구하고, ‘중재는 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라며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이는 청와대가 천성산 문제 해결에 책임을 느끼기는커녕, 노무현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라는 지율 스님의 단식 또한 철저하게 외면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라고 주장했다.

도롱뇽의 친구들은 “천성산 구간 공사착공금지 가처분 신청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공사를 전면 중지하라”며 “생태계 보존 지역이며 습지보존지역, 자연환경보존지역 등 10여개의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천성산 구간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라”며 정부가 천성산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

ⓒ 정현미
지나가는 시민들도 노롱뇽이 등장하는 퍼포먼스 때문인지 이날 행사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이들의 행사를 지켜본 강지영(21)씨는 “천성산 문제는 도롱뇽이 소송의 원고라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는데 성명서 발표도 퍼포먼스 식으로 해서 더 기억에 많이 남고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다”며 “지율 스님의 단식이 헛되지 않도록 도롱뇽이 대한민국에서 첫 승소한 동물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영경 청년환경센터 간사는 “도롱뇽도 도롱뇽이지만 단식의 최대 고비라는 45일을 지난 지율 스님의 건강이 가장 걱정된다”며 “최대한 빨리 사람들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곳인 세종문화회관 앞을 공연 장소로 정했다”고 밝혔다.

퍼포먼스에 함께 참여한 혜정(21)씨는 “시민들을 만나서 대선 첫 공약으로 천성산 백지화를 내걸었던 노 대통령의 기만적 태도를 알리고 싶었다”며 “도롱뇽 등 자연 환경은 물론 한 사람의 생명이 달린 문제이므로 정부도 적극 나서서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고 해야 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롱뇽의 친구들은 앞으로 도롱뇽소송시민행동을 조직해 천성산 문제에 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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