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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2일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친일, 유신독재 등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2일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친일, 유신독재 등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친일, 유신독재 등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확실시했다. 전당대회를 끝내자 마자, '아버지 전력'에 대한 여권의 공격에 시달리면서 휴가 같지 않은 휴가를 보낸 뒤 복귀한 박 대표는 2일 오전 상임운영위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 같은 태도를 분명히 했다.

박 대표는 지난 주말 노 대통령이 국가 정체성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의문사 진상규명위의 활동을 사실상 신임하면서 역사바로세우기의 의미를 강조한 것을 두고 "대통령이 가려고 하는 미래는 간첩이 민주화 인사가 되고 간첩 출신이 군장성들을 취조할 수 있다는 것이냐"라며 '대통령의 답변'을 재차 촉구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불쾌감도 표시했다. 박 대표는 "야당 대표로서 대통령에게 국가에 관한 질문을 하면 정부여당은 야당 대표의 개인문제를 가지고 답한다"며 '야당 대표 흠집내기' '야당 대표 죽이기'라는 언론보도를 직접 인용했다.

이어 박 대표는 "내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 두려워하는 것은 나라가 잘못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두렵다"라는 태도로 응수했다.

박근혜 대표 "야당대표로 질문한 것에 왜 개인문제로 답하나"

박 대표는 과거사 공방이 소모적인 정쟁으로 비춰지는 것을 의식, "민생·경제문제도 체제가 수호되고 안정이 되어야 살아나는 것"이라는 대응논리를 앞세웠다.

박 대표는 "바늘 허리에 실 감아가서 쓸 수 없지 않나, 암에 걸렸는데 아스피린 먹이면 병이 더 깊어진다"라는 비유를 써가며 "민생, 경제가 어려운데 이런 일만 하느냐고 하는데 정치권은 근본문제를 짚은 것이다"라고 맞섰다.

이날 회의에서 보여준 박 대표의 태도는 여러 가지로 이례적이었다. 통상 지도부 회의를 주재할 때 박 대표는 다른 당직자에게 발언권을 먼저 주고, 말도 아끼는 편이었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제가 먼저 말하겠다"고 마이크를 가장 먼저 잡았고, 간혹 노골적인 표현을 써가며 주장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박 대표는 "체제가 수호되고 안정이 되어야 경제도 살아나는데 (이대로 가면) 경제뿐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적인 어떤 것도 나갈 수 없다"고 말해 '전면전'의 양상을 보였다.

또한 경제불안 실태를 일일이 언급하며 "여권이 투자여건을 만들어주면 말려도 투자를 하고 불안하면 협박을 하고 별 짓을 다해도 안할 것이다"라며 평소와 다른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

박 대표는 이날 회의를 매우 적극적으로 주재했다. 박 대표는 "야당의 질문에 대해 대통령이 그렇게 대답한 것을 한나라당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대안을 내달라"고 대표단과 당직자들에게 즉석에서 물었고, 이어 노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판사에게 전화를 건 사실을 언급했다.

박 대표는 "전화내용이 무엇이고, 어떤 경위로 전화를 한 것인지, 또한 사법부의 권위에 대해 대통령이 헌법 수호의지 천명했는데 형이 이래도 되는 것인지, 야당에서도 역할을 해야 한다"거 말해 진상조사 의지를 드러냈다.

박근혜 대표가 마이크가 담긴 접시를 옮겨주며 참석자들의 발언을 독려하고 있다.
박근혜 대표가 마이크가 담긴 접시를 옮겨주며 참석자들의 발언을 독려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표단 "지도부 정면대응 모양새 안좋다" 당내 '합의' 강조

박 대표의 이례적인 모습은 회의 말미에서도 드러났다. 박 대표는 원내대표단, 최고위원단 의원들의 발언이 끝난 뒤, 다시 마이크를 잡고 "한나라당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공개적인 자리에서 더 말할 게 있냐"고 추가발언을 독려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지난 주말 노 대통령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업무를 보고 받는 자리에서 내놓은 의견과 입장을 야당이 요구한 답변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비공개회의에서 논의하자고 답했고, 이에 박 대표는 "그럼 나중에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의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수준에서 마무리되었다.

박 대표의 이러한 태도는 최근의 과거사 공방이 사실상 박정희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 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는 것에 섭섭함을 느껴오던 차, 이날 회의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당의 행보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비공개 회의에서 대다수 의원들은 "대통령이 답변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제, "과거사 공방에 일일이,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 없다, 지도부가 정면으로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안좋다, 민생경제 현안을 챙기는 것이 급선무"라며 당내 합의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박근혜 대표의 발언 요지이다.

마이크가 제 앞에 놓여 있으니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우리 야당으로서는 당연한 질문을 했다.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일들이 연달아서 있기 때문에 야당으로 그 문제에 대해 질문을 했다. 여기에 대해 많은 얘기가 쏟아져 나왔고 정치권의 난리가 있었지만 정작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답은 '의문사위의 결정에 대해 야당이 대통령이 공격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의문사위의 결정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간첩이 또 민주인사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고 간첩이 군장성을 오라가라 하면서 취조를 할 수밖에 없는 일이고 우리 국경을 침범해도 아무런 소리를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우리가 과거로 갈 것이냐 미래로 갈 것이냐 선택을 하라고 했는데 대통령이 가려고 하는 미래라는 것이 간첩이 민주화 인사가 되고 간첩 출신이 국방장관을 취조할 수 있다는 것인가. 정부의 국가관이나 체제수호의 입장이 이렇다면 우리 경제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본다. 백약이 무효일 것이다.

외국인이 투자를 하겠나, 내국인조차도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증시도 가장 안좋다. 부동산 경제도, 내수시장도 꽁꽁 얼어붙었고 줄줄이 도미노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외화유출도 심각하다. 투자유치도 안되고 있고, 공장도 외국을 못나가서 난리일 정도다. 유가도 고유가로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생기냐 불안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주체들은 동물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 여권이 투자여건을 만들어주면 말려도 투자를 하고 불안하면 협박을 하고 별 짓을 다해도 안할 것이다.

민생을 살리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나라가 안정되고 체제가 수호되어야 경제가 살아나는데, 또 그래야 정부정책에 대해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살아나는데, 그렇지 않으면 경제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적인 어떤 것도 나갈 수 없다. 민생이 급하니까 민생 챙기자고 하는데 근본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민생을 챙기자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안된다. 바늘 허리에 실 감아가서 쓸 수 없다고 하지 않나. 암에 걸려 아스피린 먹인다면 병이 깊어지지 치료가 되겠나. 민생, 경제 어려운데 이런 일만 하느냐 하는데 정치권은 근본문제를 짚은 것이다.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답을 내놓은 것이다. 한나라당은 투자유치를 위해 감세정책도 내놓았지만 정부가 안받아들였다. 정부와 여당이 줄인다 해도 투자가 안되면 소용이 없다. 이런 중대한 문제, 나라의 깊은 병 언제까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이 문제를 짚지 않고 대충 넘어가면 역사의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

야당 대표로서 대통령에게 국가에 관한 질문을 하면 정부여당은 야당 대표의 개인문제를 가지고 답한다. 언론에서는 '야당 대표 흠집내기' '야당 대표 죽이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표현을 쓴다. 나는 얼마든지 비난받아도 괜찮다.

정치를 하는 것은 자리를 갖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고 나라만 잘되면 된다. 내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 두려워하는 것은 나라가 잘못 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야당의 질문에 대해 대통령이 그렇게 대답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이 어떻게 해야 할지 대안을 내달라.

노건평씨가 재판장에게 항의전화를 했다는 보도가 있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 어떤 경위로 전화를 한 건지 사법부의 권위에 대해 대통령 헌법 수호의지 천명했는데 형이 이래도 되는 것인지, (이 사건에) 야당이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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