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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연일 30도 이상을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아무 일도 안하는데 등줄기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여름 행락 철이 되고 보니 물놀이 사고로 하루에도 서너 명씩 사람이 물에 빠져 죽는다는 뉴스를 전해 듣는다. 안타까운 죽음이다.

나도 물에 빠져 죽을 뻔했다가 두 번 살아난 경험이 있다. 두 번 살아나서 물에 빠진 사람 둘을 건져냈다. 내가 건져내 한 사람은 살았고, 한 사람은 죽었다.

ⓒ 강가딘
고등학교 2학년 때 나는 자전거와 낚시질에 푹 빠졌었다. 자전거 꽁무니에 낚싯대를 묶고 강으로 낚시질을 하러 간다. 아버지가 타시는 신사용 자전거는 길이 잘 들어 페달을 세게 밟지 않아도 잘 나간다.

농부들이 일할 때 쓰는 밀짚모자를 쓰고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신선이 따로 없다. 강가에 도착하면 바지를 벗고 낚싯대랑 낚시도구를 머리에 이고 강폭이 좁은 데를 건너간다. 내가 단골로 낚시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낚싯밥을 던지기만 하면 자동으로 고기가 문다. 내가 애용하는 낚싯대는 대나무로 만든 것이다. 그 때도 접는 낚싯대가 있었지만 비싸서 못 사고 가느다란 대나무 낚싯대가 값도 헐하고 손맛이 좋아 즐겨 사용했다.

그 때는 '오염이니 공해' 따위의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물이 깨끗했다. 또 고기도 많아서 낚시 바늘을 물에 넣기 바쁘게 손바닥 만한 붕어가 올라왔다.

고기가 너무 안 잡혀도 재미가 없지만 너무 많이 잡혀도 별로 재미가 없다. 낚싯대를 수면에 드리우고 처음에는 이 생각 저 생각 많은 생각을 하지만 낚시에 몰두하다보면 나중에는 아무런 생각도 안난다.

저녁나절, 노을이 물들 무렵 고기가 제일 잘 잡힌다. 낚시 바늘을 떡밥으로 동그랗게 만들어 잔잔한 수면 위에 던지면 '퐁당' 소리와 함께 파동이 인다. 강가 포플러 숲에서는 매미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린다. 낚싯대에 잠자리도 와서 앉는다. 하얀 구름이 수면 위에 비치고 저녁노을이 붉게 물든다.

그렇게 한참 낚시에 열중하고 있는데 강 건너 편 쪽에서 갑자기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가만히 들어보니 누가 물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 소리에 낚싯대를 풀 섶에 집어 던져놓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OO가 물에 들어가서 안 나와요. 처음에는 장난인줄 알았는데 아까부터 보이지 않아요."


내가 건너온 강폭이 좁은 곳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물 속에 들어간 한 아이가 시간이 꽤 지났는데 아직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소리를 듣자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것 같았다. 나는 옷을 입은 채로 물 속에 뛰어 들었다. 강바닥으로 잠수를 하여 팔을 저으며 바닥을 살폈다.

5분 정도 물 속을 살피는데 하얀 물체가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숨을 깊이 빨아들인 다음, 다시 잠수를 하여 들어가 보니 사내아이였다. 손으로 그 아이의 팔을 잡아 당겨 내 어깨에 메고 일어섰더니 물이 목까지 왔다. 그렇게 깊은 곳은 아니었다.

ⓒ 강가딘
그 아이를 업고 나와 강바닥에 뉘여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그 사이 물에 빠진 아이의 할머니가 달려나와 대성통곡을 하며 발을 동동 구르신다. 입을 맞추고 구강으로 인공호흡을 시키는데 나를 밀치더니 빨리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잠시 후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군인들 서너 명이 아이를 업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나도 자전거를 타고 군용차를 뒤따라 병원까지 달려갔다. 그러나 그 아이는 살아나지 못했다. 그 아이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거의 실성하다시피 하여 몸부림을 치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 아이가 물 속에 빠진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인공호흡을 했으면 살아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끔 꿈에서 그 아이가 나타나곤 했다. 그 아이를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 후로 좋아하던 낚시를 그만두었다. 지금도 더운 여름철, 더워서 잠이 오지 않는 날이면 동생이 두고 간 낚싯대를 들고 저수지로 밤낚시나 나가볼까 망설이다가 아직 한 번도 나가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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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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