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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 계룡산 동학사 계곡에서 만난 잠자리
ⓒ 이인우
나는 주말이면 배낭 하나와 사진기를 메고 산을 찾는다.

뜨거운 여름에 무슨 등산이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떠나는 주말여행은 내게 새로운 일주일을 준비하고 지난 시간을 마무리하는 일종의 휴식인 셈이다.

▲ 경복궁의 단청 - 뜨거운 햇살로 그 빛이 더욱 찬연하다.
ⓒ 이인우
기차를 타고 또 버스를 타고 떠나는 배낭여행은 언제나 새롭다. 오랫동안 우리 강산을 돌아다녔지만 언제나 내가 가는 곳은 새로운 곳이다. 설사 이전에 갔던 곳이라 할지라도 계절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겨울에는 눈 덮인 모습으로, 봄이면 새파란 새싹과 화사한 들꽃들이 반기며, 한 여름이면 여름의 모습으로, 또 가을에는 빨간 단풍든 모습으로 말이다.

▲ 광릉에서 만난 다람쥐 - 사람이 다가가도 멀리 도망가지 않으며 주위를 계속 살핀다.
ⓒ 이인우
비 내리는 날 산하 풍경은 화창한 날의 모습과는 또 다른 정겨움으로 다가온다. 비를 맞아가며 시골길을 걷는 즐거움 또한 어릴 적 흙탕물에서 뛰어놀던 그때 그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 공주 태화산 마곡사 경내에 있는 향나무에 코를 대고 향기를 맏는 할아버지
ⓒ 이인우
지난 주말에는 충청남도 공주의 마곡사를 찾았다. 아침 일찍 서울을 떠나 고속버스를 타고 공주 시내에 내렸지만 마곡사로 가는 버스를 타지 못했다. 무려 한 달 전부터 이 지역의 버스들이 모두 파업을 해서 버스 운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시내버스의 파업으로 여행은 일정보다 많이 늦어지고 예상했던 비용보다 더 들었다. 이렇듯 여행에는 언제나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생기게 마련이다. 내 배낭의 맨 아래쪽에는 항상 점퍼와 겉옷이 넣어져 있는데, 이 때문에 배낭이 필요 이상으로 무겁기도 하지만 갑자기 변하는 날씨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 동학사의 대웅전에서 기도를 드리는 불자들의 모습
ⓒ 이인우
▲ 마곡사에서 백련암으로 올라가는 길목의 논둑에 심어진 감나무 풍경
ⓒ 이인우
우리의 삶도 여행과 같으리라. 예기치 않은 일들이 순간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 순간을 그저 당하기만 하는 입장이 아닌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준비성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겠다.

▲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 근처의 폐염전 풍경
ⓒ 이인우
▲ 광릉 도로옆의 풀 숲에서 만난 검은흰점무늬 나비
ⓒ 이인우
뜨거운 여름 산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만나게 되는 풍경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싱그러움'이다. 푸른 산록의 색깔은 뜨거운 햇살에 더욱 푸르게 빛나고 나뭇잎 사이로 비쳐지는 햇살은 개울의 물 속에까지 비쳐져 물속 갈겨니의 움직임을 자세히 볼 수 있게 해준다.

▲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는 길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필자(오른쪽)
ⓒ 이인우
배낭을 메고 한참을 걷다가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에 바위에 앉으면 땀으로 범벅이 된 등살의 축축함이 느껴진다. 그럴 때면 금방이라도 웃옷을 벗고 물 속으로 뛰어들어가고도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저 손과 얼굴을 씻는 것만으로 잠시 더위를 날려 보낸다.

▲ 수덕사 견성암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는 달마 조각상
ⓒ 이인우
뜨거운 여름 배낭을 메고 산을 찾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찰나가 보여주는 자연과 날씨의 절묘한 만남 그리고 그곳의 주인들이 살아가는 자연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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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그리고 조선중후기 시대사를 관심있어하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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