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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집 마루에 걸려 있던 설피
민박집 마루에 걸려 있던 설피 ⓒ 이양훈
한 가족이 곰배령 탐방로를 걸어가고 있다
한 가족이 곰배령 탐방로를 걸어가고 있다 ⓒ 이양훈
하늘에서 먹구름이 잔뜩 몰려 오고 있다. 불과 이삼분 후 부터 황소 눈알 만한 '장대비'가 내려 하산길의 우리 가족은 흠뻑 젖고 말았다.
하늘에서 먹구름이 잔뜩 몰려 오고 있다. 불과 이삼분 후 부터 황소 눈알 만한 '장대비'가 내려 하산길의 우리 가족은 흠뻑 젖고 말았다. ⓒ 이양훈
곰배령을 지키는 장승. 그 뒤가 점봉산으로 가는 길이다.
곰배령을 지키는 장승. 그 뒤가 점봉산으로 가는 길이다. ⓒ 이양훈
전교생이 12명 뿐이라는 진동분교의 모습. 아이들이 타는 '시소'가 특이하게도 빙글빙글 돌아가게 되어 있다.
전교생이 12명 뿐이라는 진동분교의 모습. 아이들이 타는 '시소'가 특이하게도 빙글빙글 돌아가게 되어 있다. ⓒ 이양훈
해발 1099M, 구름과 맞닿아 있는 그곳에 자연이 만든 꽃세상이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야생화 군락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곰배령'이다.

점봉산을 거쳐 설악으로 드는 남쪽끝. 짧지는 않으나 험한 산길이 아니어서 가족단위의 산행으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수 있는 곳이 바로 곰배령이다.

강풍에 소도 먼 나들이를 떠나듯 날아 간다는 '쇠나드리', 눈이 하도 많이 와 눈신발인 설피가 없으면 살 수가 없다는 '설피밭', 전교생이 12명 뿐인 '진동분교'를 지나 비포장 길을 계속 오르다 보면 곰배령과 단목령의 갈림길이 나온다. 곰배령 방향으로 길을 잡고 막 들어서면서 부터는 하늘이 잘 보이지 않는 원시림이다.

그러나 빽빽한 나무들 사이의 숲길이면서도 고무신을 신고도 달려갈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오솔길'. 산행을 많이 해 본 사람이라도 약간은 의외일 수 밖에 없다.

꿀을 치는 듯한 민가에서는 한 달이나 되었을 것 같은 강아지 두 마리가 졸졸 거리며 따라오고 어미개는 혹여나 새끼가 다칠세라 경계의 눈빛을 멈추지 않는다. 성질깨나 부릴 것 같은 커다란 아비개는 줄에 매달려 있으면서도 연신 '으르렁' 짖어댄다.

곰배령을 오르기 전 민박집 주인마님께서 한 마디 거들어 주셨다.

"두 군데 개울이 나와요. 개울을 그대로 건너서 계속 가셔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길을 잃거나 다시 돌아오는 수고를 감수하셔야 합니다. 꼭 기억하세요"

과연 개울이 두 군데 나온다. 길이 없을 것 같으나 개울을 건너면 길은 다시 이어진다. 양 옆으로는 꼭 고사리처럼 생겼으나 크기는 10배는 더 되어 보이는 원시식물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자연스럽게 공룡시대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 금방이라도 '티라노사우루스'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나며 뛰어 나올 것만 같다.

뱀이 많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일부러 사 온 등산용 막대(스틱)를 두둘겨 가며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산길을 계속해서 걷는다. 저 밑으로는 그냥 떠서 마셔도 되는 청정한 '특급수'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수량도 풍부하다.

길은 다시 약간의 경사를 만난다. 조금 숨을 고르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갑자기 하늘이 열리고 믿기지 않을 만큼 시원한 자연의 꽃밭이 눈앞에 '그야말로' 펼쳐진다. 굳이 표현을 하라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끝장면, 마리아와 폰트랩 대령 일가가 알프스를 넘던 장면에 등장한 푸른 초원! 바로 그것이다.

산행이라기 보다는 트래킹에 가까운 걸음으로 약 두 시간을 걷다보면 어느새 하늘길이 열린다. 그리고 천상의 화원이다. 바로 '곰배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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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분야는 역사분야, 여행관련, 시사분야 등입니다. 참고로 저의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http://www.refd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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