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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가 파 놓은 구멍
딱따구리가 파 놓은 구멍 ⓒ 김재경
초록이 물결치는 안양시의 유일한 자연부락, 관양동의 울창한 산자락에 위치한 관양포도농원 입구에는 망초꽃이 한들거린다. 1만 평 대지에 포도밭이 4300평. 풀숲을 한발 한발 걸을 때마다 펄쩍펄쩍 뛰는 개구리에 움찔 놀란다.

커다란 나무 중앙에는 딱따구리가 파놓은 구멍이 보이고 두더지가 터널을 뚫고 지나간 흔적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청설모가 숨바꼭질하는 이곳은 고슴도치며 너구리까지 생존하는, 자연이 고스란히 살아 숨쉬는 도심 속에 위치한 유일한 생태계의 보고다.

안양은 바람이 적고 밤낮의 일교차가 큰 기후와 석회암 층 알칼리성 토양으로 최고의 포도재배 조건이었기에 안양포도는 명성을 떨쳤다. 예전에는 안양의 명물로 교과서에 실렸던 안양포도가 도시화 물결에 밀려 사라지는 듯 했지만 시책사업에 힘입어 다시 친환경 농법으로 열매를 맺고 있다.

포도밭에는 뿌리가 1m 이상 땅속깊이 자라는 호밀을 거름으로 심었다. 호밀 뿌리는 땅속에서 썩으며 자연스럽게 산소를 공급하여 쟁기로 밭을 갈아엎는 효과로 땅심을 북돋는다고 한다.

포도잎에는 농약 대신 목초 액과 포도 액기스를 뿌려주면 영양분이 공급되고, 미생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생태계가 고스란히 살아난다.

울창한 숲속의 비가림 채양막 시설
울창한 숲속의 비가림 채양막 시설 ⓒ 김재경
후텁지근한 날씨였지만 포도 액기스를 만드는 저온 창고는 서늘해서 땀을 식히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지난해 상품가치가 없는 포도를 선별하여 고무통 가득히 발효시켜 액기스를 만들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니 영락없는 포도주다.

포도밭의 보슬보슬한 땅을 손으로 슬쩍만 헤쳐도 크고 작은 지렁이 떼가 꿈틀 꿈틀 요동을 친다. 이곳에 지렁이가 버글버글한 것은 친환경 농법으로 생태계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현미식초에 막걸리 설탕을 배합하면 해충이 좋아하는 액이 된다. 이 액을 구멍 뚫린 플라스틱 음료수, 간장, 우유 통에 조금씩 넣어서 포도나무 중간 중간에 걸어둔다.

향을 따라 온 해충들은 향에 취해 통 안에서 최후를 맞는다. 이렇게 유인해서 잡은 해충은, 많을 때는 병을 꽉 채울 정도다. 세균방지를 위해 비가림 채양막 시설 또한 전국에서도 안양이 우수하다고 한다.

호밀이 자라는 포도밭에서 열매를 고르는 이용석씨
호밀이 자라는 포도밭에서 열매를 고르는 이용석씨 ⓒ 김재경
관양 포도원의 이용석씨는 "자연 포도송이는 120알 정도가 되지만, 60알 정도만 튼실하게 남기고 속아야 품질 좋은 포도가 돼요"라고 말한다.

열매를 속아주고 포도 봉지 씌우기는 유월 중순부터 하순까지가 적기다. 한 사람이 종일 포도밭 한 줄을 못할 만큼 포도 농사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정성과 손길이 많이 간 포도는 8월 20일 청포도 출시, 힘노드씨드레스, 다크, 델라웨어 캠벨얼리 등이 10월 20일까지 단계별로 수확된다.

캠벨은 최고 당도가 18도인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품질 역시 18도, 최고의 당도를 자랑한다. 안양에는 이용석씨 외에도 17농가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답답한 도심을 떠나 자연바람 솔솔 풍기는 대 자연 속에서 안양의 명물 포도 맛을 만끽해도 좋을 것 같다. 매미소리 시원한 평상에 앉아서….

손으로 땅을 헤치자 지렁이가 꿈틀거린다.
손으로 땅을 헤치자 지렁이가 꿈틀거린다. ⓒ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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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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