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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차 FOTA 회의 당시 외교통상부 앞에서 농성을 진행한 평통사 회원들
지난 8차 FOTA 회의 당시 외교통상부 앞에서 농성을 진행한 평통사 회원들 ⓒ 김현진
얼마 전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은 미국의 강도 높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이라크에서 조기철군을 결정했다. 이를 본 많은 필리핀 국민들은 아로요 대통령의 용기 있는 결단을 칭송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똑같은 상황에서 필리핀과는 정반대로 행동하였고 결국 김선일씨는 피살되었다. 이후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변명인 듯한 '한미관계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만들어 한미동맹관계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 경제가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며, 정부의 굴종적인 친미행각 변호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

파병문제 외에도 우리의 주권과 국민의 이익이 걸린 중대한 문제가 또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부터 계속 논의해 온 용산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그것이다.

정부는 오는 7월 22일, 23일 10차 미래한미동맹회의(FOTA)에서 용산미군기지 이전 협상의 타결 방침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용산미군기지 이전 협상은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만이 관철된 굴욕적인 협상이다. 이대로 타결된다면 우리의 주권과 국익은 심각하게 침해되고 말 것이다.

미국에 '백지수표' 주는 이전협상

현재까지 논의된 용산기지 이전 협상에 의하면 한국은 천문학적인 이전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대규모의 대체부지를 제공해야 한다. 이전비용으로 정부는 최대 4조8천억원을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협정안을 보면 한국이 부담할 비용으로 '기타비용',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등의 표현이 즐비해 비용은 얼마든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대체부지 규모도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360만평으로 타결하려 하고 있다. 대체부지 규모는 지난 9차 FOTA 회의에서 미국이 애초 합의보다 50만평을 더 요구해 결렬된 바 있다. 9차 회의 결렬 직후 미국의 협상대표인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우리 정부와 국민을 공개적으로 협박하자 반기문 외통부장관은 '동맹의 도리'라며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용산기지 이전 협상에서는 미군의 장기 주둔여건을 보장하기 위해 미군과 그 가족을 위한 1200채의 주택을 지어주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미국은 2, 3차에 걸쳐 추가 주택을 요구하고 있는데 앞의 50만평은 바로 이 주택부지를 위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이 추가로 요구하는 50만평을 제공하겠다는 것은 결국 추가 주택까지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비난 모면하기 위해 꼼수까지

우리 정부는 굴욕적인 용산협상에 대한 국민의 비난을 비켜가기 위해 여러 가지 꼼수를 부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애초 정부는 천문학적인 이전비용에 대해 국회 동의를 받을 자신이 없어 용산협정을 선언적인 이전원칙을 밝힌 '포괄협정'과 이전비용 및 구체적인 이행과정을 담은 '이행합의서'로 이원화시키고 이 중 포괄협정만 국회 비준을 받겠다고 밝혀왔다.

그런데 정부 부처인 법제처가 이러한 용산협정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하자 슬그머니 이행합의서의 이전비용 부분을 포괄협정에도 포함시켜 용산협정의 위헌 문제를 비켜가려 하고 있다. 그러나 꼼수는 꼼수일 뿐, 여전히 용산기지의 이전비용은 국회가 아닌 소파합동위회의에서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용산협정은 위헌이다.

정부의 꼼수 중 다른 하나는 한미공용의 지휘통제자동화체계(C4I) 구축과 2∼3차 추가 주택 제공을 용산 협상에서 제외하여 별도로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수 조원에 달하는 C4I 구축비용과 대규모의 초호화 주택제공을 우선 제외함으로써 국민을 비난을 모면해 보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지키지 위해 분투해야 할 정부가 간은 물론 쓸개까지 미국에게 다 내주고도 모자라 국민을 기만하기 위해 잔꾀를 부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은 미국의 신군사전략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다.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은 미국의 신군사전략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다. ⓒ 김현진

협상단은 '정치적 금치산자'

이처럼 미국에 백지수표를 주는 것과 다름 없을 정도로 굴욕적인 용산협상을 진행해온 협상단과 그 지휘자들은 그 책임을 결코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측 협상대표였던 차영구 국방부 전 정책실장은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내용을 6차 회의 때 처음으로 끄집어냈다'고 실토하였다. 그럼 그 전까지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그들은 4차 회의 때부터 협상 타결을 얘기해왔다.

이는 그들이 협상 내용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그들은 지난해 11월 청와대 조사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협상 내용의 구체적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한미양국이 선언적 문구가 담긴 포괄협정(UA)만 국회비준을 거치고 정작 심각한 세부내용은 이행합의서(IA)에 담아 논란을 피하려는 것에 대해 시민단체와 외통부 조약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위헌이라는 문제 제기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관계자들은 이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다가 법제처의 위헌 해석 이후인 올 6월에야 문서 형식의 수정을 위해 미국에 매달리는 태도를 보였다.

최근 논란이 되는 부지 규모와 관련해 미국이 '기왕의 312만평 합의 내용은 주한미군 감축계획이 이미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하자, 협상관계자들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협의해보자'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그들 스스로 합의한 부지 규모의 구체적 내용이 어떤 것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협상관계자들은 협상의 내용조차 정확히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의 작용 없이는 협상의 문제점을 개선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협상관계자들이 사실상 '정치적 금치산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협상을 이끌고 있는 한 협상이 올바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들을 전원 교체하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굴욕협상 처음부터 다시 해야

정녕 당당한 대한민국의 꿈은 헛된 것인가. 정부에게 촉구하고 또 촉구한다. 굴욕적인 용산기지 이전협상의 타결방침을 철회하고 전면 재협상해야 한다.

용산미군기지 이전은 한미양국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미국의 신군사전략에 따라 해외주둔 미군을 재배치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반도의 평화구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동북아 패권과 대북 선제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의 전쟁위기는 한층 심화될 것이며, 동북아시아 또한 무한 군비경쟁과 항상적인 전쟁위기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주한미군재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우리 혈세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더욱 멀어지게 할 주한미군 재배치 비용을 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전부를 말이다.

또한 1만2500명의 주한미군 감축이 계획되고 있는 만큼 얼마든지 용산미군기지는 축소 통폐합 이전이 가능하다. 정부가 용산협상 타결로 문제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 될 것이다. 본격적인 문제의 시작은 그 때부터가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굴욕적인 용산협상을 이번 10차 미래한미동맹회의에서 타결할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 감축계획을 반영하여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평통사는 10차 회의 반대 집중 농성을 정부종합청사와 외교통상부 앞에서 24일까지 진행한다.
평통사는 10차 회의 반대 집중 농성을 정부종합청사와 외교통상부 앞에서 24일까지 진행한다. ⓒ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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