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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FTA(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을 맺게 되면 농수축산물과 식료품, 의료 등에 있어서 수출의 증가와 생산 증가가 나타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농산물 분야의 무역수지 흑자는 물론 가공식품 분야의 수출 증대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한·일 FTA 논의 현황과 주요 현안을 보면서 제주 농업에 미치게 될 파장을 짚어 본다.

한·일 FTA 논의

▲ 감귤을 선별하고 있는 일본 선과장의 모습
ⓒ 제주감귤농협
한·일 FTA의 첫 언급은 지난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방문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행동계획’ 제안에 따라 긴밀한 경제 관계 구축을 위한 포괄적인 방안을 제의하면서 부터다.

그동안 수차례 한·일 FTA 체결 논의가 대두되면서 지난 2001년 일본 도쿄에서 ‘한·일 FTA 비즈니스 포럼 제2차 공동회의’에서 양국간의 조속한 FTA 체결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하여 정부간 협의개시를 요구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오는 2005년 타결을 목표로 한·일 FTA 개시선언을 한 상태다. 한국과 일본 양측은 수년간 FTA 체결을 위해 많은 논의를 거쳐 칠레 때와는 달리 충격이 덜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농업에 미칠 파장과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한 충분한 논의나 검토가 있지 않았기 때문에 막연히 이익을 볼 것이라는 유리한 분석만 하고 있는데 반드시 그러한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일본에서 유통중인 일본 감귤과 상자
ⓒ 제주감귤농협
한·일 FTA, 제주농업에 유리할까?

국내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일본과의 FTA로 농업쪽이 많은 득을 볼 것이라는 성급한 분석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것은 한국이 일본에 수출하는 채소류의 경우 이미 일본측 관세가 높지 않아 관세 철폐로 인한 가격 상승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이와 함께 이미 일본에 수출 중인 채소류와 과일류, 축산물 등 농산물 대부분이 일본 시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FTA로 인한 추가적인 수출 물량의 폭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특히 FTA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인 양국간 관세와 비관세를 지난 1995년의 자료를 통해 보면 농산물인 경우 한국의 대일본 실행관세율이 6.80%인데 반해 일본의 대한국 실행관세율은 4.82%, 축산물은 한국의 대일본 실행관세율이 5.15%, 수산물이 10.12% 등이지만 일본의 대한국 실행관세율은 축산물이 0.16%, 수산물이 6.57%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한국이 일본에 비해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관세 철폐시 단기적으로 한국의 대일 수입은 증가하나 대일 수출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나의 위협은 중국이다. 한국산 오이나 가지, 배 등은 일본 수입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착색단고추와 토마토, 수박 등은 절반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김치와 고추, 냉동 딸기, 대파, 호박 등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어 FTA가 체결돼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다 일본의 까다로운 검역도 변수 중 하나다. 현재 일본은 생산이력제를 시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측은 수입 농산물의 견제 수단으로 마련한 면이 없지 않지만 이에 대응해 나갈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제주 농산물의 경우 수출물량의 대부분을 일본으로 보내고 있다. 제주 농업의 핵심인 감귤은 일본에서 생산되는 고품질의 감귤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게 된다면 적잖은 피해가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울 등 대도시 지역의 일부 계층을 대상으로 한 일본 감귤의 공략은 매우 위협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처럼 일본 감귤이 위협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품질 상태가 제주 감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일본 감귤은 제주 감귤의 영세적이고 노후화된 선과장과는 달리 광센서를 이용한 비파괴선과기가 일반화돼 있어 품질 관리가 철저한 것이 강점이다. 현재 일본 감귤의 비파괴선과기를 통한 상품 기준이 당도 12.5브릭스에 산이 1% 미만으로 설정돼 기준조차 제대로 없는 제주 감귤과는 대조적이다.

여기에다 일본 내수 시장 경기의 악화로 노지 감귤 가격이 좋지 않아 캐나다 등 해외 수출에 눈을 돌리고 있는 형편이어서 FTA 체결시 한국의 일부 계층을 겨냥한 수출이 먹혀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대책은 있나?

아직은 없다. 아직까지 한·일 FTA를 앞두고 제주 감귤을 포함한 제주 농업이 가져야 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나 논의는 물론 전망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 작물의 경우에도 한·일 FTA 체결로 인한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관세율이 낮은데다 중국의 저가공세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감귤과 관련 제주감귤농협이 농림부를 방문해 한·일 FTA 체결시 감귤에 대해 10년간 유예시켜달라는 부탁을 한 게 전부이다.

국내 감귤 가격이나 일본 감귤 가격이나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가격 우위를 점하기 힘든 상황이다. 많은 농업관계자들은 일본 감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길은 품질 향상밖에는 없다고 강조한다. 아직은 일본 감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비파괴선과를 위한 시설 현대화 등 품질향상을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부터라도 없는 대책이지만 이제부터 만들어 가야만 한다. 2005년쯤에 체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한·일 FTA에 대비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우선적으로 한·일 FTA 체결로 인해 예상되는 최소한의 연구와 논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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