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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채 옆, 가재가 살고 있는 이 맑은 개울은 10년 뒤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요
ⓒ 송성영
우리동네는 행정수도 이전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는 '연기 공주 지역'에 속해 있습니다. 땅 투기 못하게 꽁꽁 묶어놓겠다는 그 중심 권에서 조금 벗어나 있습니다. 그야말로 땅 투기의 핵심 권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고 합니다.

행정수도 이전 지역 발표와 함께 요즘 아내를 협박하는 놈이 있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어 오르는 땅값이라는 놈입니다. 얼마전 장을 보기 위해 면소재지에 다녀온 아내가 그럽니다.

"문화마을 집 값이 두 배로 뛰었다네, 이제 이 동네서 땅 사기는 다 틀렸어."

우리 동네에서 자동차로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한 '문화마을'의 단독 주택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널뛰기를 하고 있답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1억5000만 원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았던 것이 신 행정수도 발표 이후 3억으로 뛰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합니다. 종이 돈 놀이를 하는 애들 장난 같기도 합니다.

행정수도가 우리동네 인근으로 이전한다는 발표는 아내의 소박한 꿈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이기도 했습니다. 아내는 시골 생활 7년 동안 몇 백만원을 모았습니다. 모은 돈으로 집 주변에 다만 몇 십 평의 땅이라도 구입해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발생한 투기 바람에 치여 아내는 이제 그 꿈을 접고 있습니다. 본래 땅 사는 일을 극구 반대해 왔던 나로서는 한숨 돌릴만한 일이었지만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투기꾼들의 탐욕이 아내의 소박한 꿈을 단박에 깨뜨려 버린 것은 물론이고 그것도 부족해 아내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러다가 우리 이사갈 준비까지 해야 하는 거 아녀?"

아내는 요즘 집 주변에 땅 사겠다는 희망 대신 땅 주인이 집을 비워 달라면 이사 가야 할지도 모르는 불안감을 품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눌러 살고 있는 터조차 우리 소유의 땅이 아니기 때문에 땅 주인이 투기꾼들에게 비싼 값으로 팔아 버리면 우리는 언제 어느 때고 떠나야 합니다. 그런 최악의 순간이 오지 않길 바라고 있지만 행정수도 이전과 함께 그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쫓겨날 수도 있지만...

▲ 10년 뒤, 사랑채 옆 개울의 가재는 아들 인효의 기억속에만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 송성영
결국 우리식구야 말로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행정수도는 내가 낸 세금으로 이전한다지만 만에 하나 우리 식구가 보금자리에서 쫓겨 날 경우에는 국물도 없을 것입니다. 내가 낸 세금에서 땡전 한푼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하필이면 우리동네 인근이라는 사실에 불만이 많은 것뿐이지 행정 수도 이전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고 똑바로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것을 요구하는 쪽입니다.

행정수도가 이전되면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어떠한지, 나로서는 플러스, 마이너스를 따질 재간은 없습니다. 예로부터 먹고사는 문제는 하늘에 달려 있다고 했습니다. 경제가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좀더 적게 먹고살면 됩니다. 아무리 잘 벌고 잘 먹어도 사람이 편하게 살만한 곳이 못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행정수도 이전에는 무지무지하게 복잡한 문제들이 뒤엉켜 있을 것입니다.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 생각은 아주 단순합니다.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라면 기회가 있을 때 무조건 떠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좀더 편안한 곳을 찾아 떠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 행정수도, 서울은 과연 사람이 살만한 곳인가? 물질은 넘쳐나지만 사람이 살기에는 결코 좋은 곳은 못된다고 봅니다. 서울은 복잡합니다. 시골에 있다가 모처럼 서울에 올라가게 되면 머리가 개운치 않습니다. 머리가 아플 정도입니다. 빌딩 숲에 자동차도 빽빽하게 많고 사람들도 많습니다. 신선한 공기보다는 매연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환경조건에서는 사람살이가 편안할 리 없을 것입니다. 초등학생들이라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나라의 중심이 되는 행정수도에서의 사람살이가 편치 못하다면 그 기운은 전염병처럼 온 나라로 번져나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좀더 나은 곳으로 옮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일을 하게 되든 결국은 좀더 편안하게 살고자 함이 아니겠습니까?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지 않는 또 한가지의 이유가 있습니다. 행정수도에 늘러 붙어 있는 온갖 '잡귀'들을 몰아내자는 것입니다.

요즘 일부 신문을 보면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말들이 난무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굿판하고는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굿판을 걷어치우기보다는 오히려 큰 굿판을 벌여야 한다고 봅니다.

굿판이라는 것은 잡귀를 물리치는 의식이기도 합니다. 잡귀들의 속성은 제 욕심만 차린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피와 눈물을 먹고삽니다.

잡귀들이 득실대는 대한민국 중심

대한민국의 중심에는 잡귀들이 득실득실 합니다. 특히 언론과 정치라는 잿밥에 맛 들린 잡귀들이 참 많습니다. 잡귀들을 물리치려면 굿판을 벌여야 합니다. 그동안 온 몸을 던져 한민족을 올곧게 지켜왔던 선열들 모두 모두 불러 모셔놓고 한바탕 큰 굿판을 벌여야 합니다.

자청해서 일제의 사슬을 목에 걸고 개처럼 일제 앞잡이 노릇으로 부를 축적했던 매국노 잡귀, 군부독재권력을 휘둘러 댔던 잡귀들, 그들에게 납작 엎드려 군화 발을 핥아 댔던 인간 말종 잡귀들, 침략전쟁에 광분하는 미국 없으면 못살겠다고 울고불고 난리 치는 간도 쓸개도 없는 잡귀들, 공연히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는 추잡한 잡귀들, 사람보다 돈을 우선으로 하여 자본의 노예로 살아가는 잡귀들 등등 온갖 떨거지 잡귀들을 몰아내야 합니다

배때기는 수미산 만큼이나 크지만 목구멍은 바늘구멍 같아 늘 배고픔에 허덕이는 아귀와 같은 존재들입니다. 한민족의 중심에 너무나 오래 동안 깊이 박혀 있었습니다. 부와 권력이라는 잿밥에 맛 들린 이런 잡귀들은 쉽게 떨어질 줄 모릅니다. 오히려 좀더 많은 잿밥을 먹겠다고 달라붙습니다. 이런 잡귀들이 더 이상 눌어 붙지 못하도록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큰 굿판을 벌여보자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크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온갖 공해로 찌들려 있는 서울보다는 좀더 사람살이가 살만한 곳, '잡귀'들이 득실거리지 않는 새로운 땅, 그곳에서는 한민족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나 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겨자씨 만한 믿음과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라 걱정 그만 하고 이사갈 걱정이나 하라구요? 사실 별 걱정 안 합니다. 땅 투기 열풍으로 동네가 복잡해진다면 좀더 편안한 곳으로 옮겨가면 됩니다. 두 발 달린 짐승이 그것도 적게 벌어 적게 먹고 살아가고 있는데 어딜 가든 못살겠습니까? 좀더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땅 투기 열풍에 휩싸여 니 땅 내 땅 금그어 놓고 살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참말로 어리석은 일이 아닙니까?

▲ 들깨 모종들이 빽빽하게 뒤엉켜 더이상 자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 송성영
오늘 아침에는 장맛비 틈새를 이용해 장독대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장독대 옆, 손바닥만한 텃밭에 들깨가 무더기로 솟아올라와 있었습니다. 호박잎과 신선 콩, 취나물 등에 뒤덮여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풍성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촘촘하게 솟아오른 어린 들깨의 일부는 짓물러 버렸습니다. 진작에 모종을 했어야 하는데 장맛비를 핑계로 게으름을 피웠기 때문입니다. 거름발이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너무 빼곡하게 들어차 있으면 건강하게 자랄 수 없습니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결국 서로를 죽이게 될 것입니다.

들깨를 너른 밭에 옮겨 심게 되면 처음에는 시들시들 몸살을 앓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자리를 잡게 되면 튼실한 들깨로 자라게 될 것입니다. 사람 사는 환경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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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리고 사람을 살릴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평생 화두로 삼고 있음. 수필집 '거봐,비우니까 채워지잖아' '촌놈, 쉼표를 찍다' '모두가 기적 같은 일' 인도여행기 '끈 풀린 개처럼 혼자서 가라' '여행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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