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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는 바다가 없다?

"고기를 잡으러 산으로 갈까나?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이 병에 가득히 넣어가지고선 랄랄랄랄랄라…"

오스트리아에서 고기를 잡으러 떠나고 싶다면 산으로 가야할까? 아니면 바다로 가야할까?

▲ 오스트리아 남부지역에 위치한 작은 마을 Salla. Salla는 '나무조각' 또한 유명하다. 오래된 주유소가 나무조각상을 판매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 배을선
오스트리아에는 몬트제(Mond See), 트라운제(Traun See), 볼프강제(Wolfgang See) 등 바다(See)로 불리는 곳이 짤츠카머구트지역에 위치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곳들은 넓은 호수에 불과하다. 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다면 고기를 잡으러 산으로 가는 게 어쩌면 더욱 당연할 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오스트리아의 관광도시 그라츠(Graz) 남부지역인 슈타이어마크(Steiermark)에는 잘라(Salla)라는 아주 조그만 마을이 있다. 아우토반을 타고 달려 유덴부르크(Judenburg)로 나와 꼬불꼬불하고 가파른 산길을 지나면 산 중턱에 위치한 마을 살라에 도착한다.

무엇이 살라를 특별하게 만드는가?

▲ '포렐렌'(Forellen) 양식장 및 레스토랑의 아름다운 경관. 산골짜기에 꽁꽁 숨어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포렐렌'이라는 깃발이 하나 꽂혀있을 뿐이나 찾아오는 사람은 어떻게든 찾아온다.
ⓒ 배을선
약 350여명(2001년 기준)의 마을 주민들이 대부분 농업과 목축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는 이 조그만 산골 마을 살라에는 브란트너(Brandner) 가족이 경영하는 송어 양식장 겸 레스토랑 '프리쉐 포렐렌(Frische Forellen)'이 있다. 이 곳은 약 20년 역사가 깃들어 있는 곳이다.

농부에게는 땅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 하지만 브란드너 가족이 소유한 산 중턱의 땅은 항상 습기가 차 있어 농사가 불가능한 곳이다. 농사도 불가능하고 그대로 버려두자니 아까운 이 땅에 27년 전 페르디난도 브란드너씨가 조그만 양식장을 만들어 넣어 키우던 것이 조그만 마을 살라를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양식장 송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자 페르디난도씨의 가족들이 아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초대 받았던 이들이의 친구들이 놀러오고, 친구들의 친구들이 찾아오면서 '포렐렌'은 1985년 레스토랑의 모습으로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이곳은 산 중턱에 위치한 이유로 5월에도 눈이 내리고, 7월의 온도가 영상 5도에 머무를 때도 가끔 있어 365일 자연양식장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므로 ‘포렐렌’은 매년 5월과 10월 사이,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영업을 하며 영업 기간 중에도 눈이 심하게 내리면 문을 열지 않는다. 2년 전인 2002년 5월 중순에는 20cm의 눈이 내려 며칠간 문을 열지 않았던 적이 있다. 송어가 헤엄치는 자연 양식장의 물의 온도가 항상 11도에서 15도 사이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 낚시대로 송어를 잡는다. 낚시를 하지 않는 손님들에게는 아쉬운 물건들!
ⓒ 배을선
14개 양식장에는 매년 1.5톤의 송어가 가득 채워진다. 전형적인 유럽 날씨에 산중턱의 날씨까지 겹쳐 언제나 변덕스러운 기온의 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양식장에 쿨링 장치를 설치하고 송어가 행복하게 숨 쉴 수 있도록 깨끗한 산소를 제공해주는 게 브란드너 가족의 양식장 업무다.

그렇다면 무엇이 레스토랑‘포렐렌’을 특별하게 만드는가?

‘포렐렌’이 특별한 이유가 무엇일까? 특별한 영업기간? 특별한 송어의 맛? 물론 틀리지 않다. 송어는 매우 맛있으며 특별한 영업기간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곳의 정말 특별한 매력은 ‘고기를 잡으러 갈 수 있다’는 것이며 또한 낚시의 특별한 철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 일단 송어를 낚았으면 송어를 죽인 뒤 내장을 꺼내고 마늘양념을 한다. 그리고 바깥에 마련된 바비큐 그릴에서 맛있게..
ⓒ 배을선
바다다운 바다가 존재하지 않는 오스트리아에서 낚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아이들과 성인들 모두 ‘한번쯤’ 물고기를 낚아보고 싶어 한다. 평소에 생소했던 낚시대를 휘둘러보고 릴도 감아보고 또 자신이 낚은 송어를 한 끼 식사로 배불리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는가.

‘포렐렌’에서는 송어요리를 주문해 먹거나 직접 낚아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일단 송어를 낚아서 먹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낚시에서부터 송어 죽이기, 양념하고 요리하기 그리고 그릇에 담는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해야만 한다.

페르디난도 브란드너씨의 아들인 마틴씨는 "요즘 사람들을 낚시를 통해 재미만을 얻으려고 합니다"라며 입을 열었다.

"오스트리아에는 바다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낚시의 즐거움을 알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물고기를 낚는 게 낚시의 모든 즐거움이 아닙니다. 송어를 낚은 후 즐거워하면서 레스토랑에 편안히 앉아 잘 익은 송어요리를 기다리는 것은 진정한 낚시가 아닙니다. 자신의 손으로 송어를 낚았다면 낚은 송어를 죽여야 하고 내장을 꺼낸 뒤 양념을 하고 잘 구워서 그릇에 담아내 맛있게 먹는 것이 진정한 낚시지요. 그것이 낚시의 철학이요, 인생의 철학입니다.

우리들의 인생에는 즐거움과 슬픔, 끔찍한 일과 행복한 일이 공존합니다. 모든 일에서 즐거움만 추구하면서 행복한 결과를 바라는 것은 말도 안 되죠. 우리는 낚은 물고기를 죽여서 요리해야만 배고픔을 달랠 수 있습니다. 자연친화교육이 부족한 요즘 세상에서 어떻게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가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의 소중함을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족의 양식장과 레스토랑의 철학이 바로 그것입니다."


▲ 레스토랑 내부가 아주 소박하다.
ⓒ 배을선
낚시와 물고기에 관해 석사학위도 가지고 있는 마틴씨는 아버지 페르디난도씨로부터 레스토랑의 경영을 이어받았지만 여전히 구운 감자와 생선을 나르는 '포렐렌' 레스토랑의 웨이터이기도 하다. 아버지 페르디난도씨는 여전히 송어를 구우며 한 마리 한 마리의 송어가 익을 때마다 조그만 종을 울린다.

▲ 아버지 페르디난도 브란드너씨와 아들 마틴 브란드너씨.
ⓒ 배을선
브란드너 가족의 여자들은 조그만 부엌에서 마늘을 벗기고 감자를 구으며 샐러드를 만든다. 산 속의 작은 레스토랑은 브란드너 가족의 일터이자 제 2의 가정이요, 자연철학을 가르치는 학교다.

'포렐렌'에서 브란드너 가족은 전형적인 오스트리아식이 아닌 구 유고슬라비아식으로 마늘을 많이 넣어 송어를 요리한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지고 소화도 잘 되는 송어요리, 게다가 마늘까지 듬뿍 발라 바비큐 그릴에서 구워지는 송어요리는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산골짜기에 깊숙이 위치해 교통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포렐렌' 레스토랑을 찾아오고 싶은 손님들에게는 가까운 인근 도시로 픽업서비스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게 브란드너 가족의 두 번째 경영철학이다.

철학과 맛이 함께 공존하는 '포렐렌'. 이 정도의 이유라면 아무리 산골짜기에 꽁꽁 숨어 있다 해도 고기를 잡으러 산으로 갈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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