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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8일 발언을 계기로 소강상태이던 정치권의 수도이전 공방이 첨예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국민토론회'와 '국회내 수도이전특위 구성'을 제안하며 수도이전 사업의 중단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김덕룡 한나라당 대표 권한대행은 '축록자 불견산(逐鹿者 不見山·사슴을 쫒다가 산을 보지 못하고 있다)'이라는 사자성어를 써가며 "정치적 목적에 집착한 나머지 국가안정이 안중에 없다"고 일갈했다.

김 권한대행은 9일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 자리에 참석해 "어처구니없다, 투정을 하는 것인가, 협박을 하는 것인가"라며 강한 톤으로 노 대통령의 발언을 비난했다.

하지만 수도이전에 대한 입장은 원론적인 수준을 반복했다. 김 권한대행은 "정부가 전국 순회 공청회를 한다고 하는데 찬성하는 사람들끼리 공청회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냐"며 '원점 재검토' 수준에 그쳤다.

또한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에서 제기하는 '국민투표안'에 대해서도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16대 국회 말, 다수당의 입장에서 특별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과 충청권을 비롯한 반발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위헌소지를 들어 '국민투표는 법안 폐기가 전제'라며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김덕룡 대표 "축록자불견산..." 사자성어 동원, 대통령에 훈계

@IMG@이런 상황에서 오는 19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최고위원 선거에 '서울대표'로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의원의 발언은 향후 수도이전문제가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의 첫 승부수가 되리라는 예측을 낳게 한다.

홍 의원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지역 의원모임에서 누군가 서울을 대표해 나가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내가 짐을 지기로 했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홍 의원은 수도이전과 관련한 지도부의 행보에 '유감'을 표시했다.

홍 의원은 "대안제시도 못하고 반대다운 반대도 못하면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홍 의원은 "여론의 눈치를 보는 자세는 지도부의 자세가 아니"라며 "대안제시를 하고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홍 의원은 '국민투표'를 주장하며 "가결되면 흔쾌히 응하고 부결되면 (법안 통과에 대해) 사과하면 된다"고 일견 명쾌하게 입장을 밝혔다. 국민투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결론을 내지 않으면 다음 대선에서 다시 수도이전으로 장난치는 일이 나온다"며 "지난 총선에서 여야가 충청도를 상대로 사기쳤다"고 '동반사과'를 주장했다.

홍 의원은 또한 "(수도이전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결집도는 높은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의 비판은 막연하다"며 가결의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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