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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서적
기원전 로마와 카르타고는 3차례에 걸쳐 포에니 전쟁을 치렀다. 물론 전쟁은 로마의 승리로 끝났다. 이 전쟁의 승리로 로마는 세계제국으로 발돋움했고, 그 명성은 로마가 멸망한 지 오래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전쟁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의 기록은 전쟁의 기록으로 점철되어 있다. 연대기를 펼쳐 보라. 어떤 전쟁이 어느 해에 어느 나라와 어느 나라가 싸웠는지 얼마나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는가.

ⓒ 세종서적
전쟁은 영웅을 만든다.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든 '트로이 전쟁'은 아킬레스, 아가멤논의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된다. 나폴레옹 역시 전쟁이 만들어서 이름을 후세에 남긴 전쟁영웅이다. 전쟁이 없었다면 그의 이름이 세상에 드러났을까?

그렇다면 '포에니 전쟁'은 누구의 이름을 역사에 새겼을까? 카르타고의 전설적인 영웅 '한니발'과 그에 대적한 로마의 '스키피오'의 이름을 남겼다.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내야 했을까?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장군의 아들로 태어나 장군으로 키워진 장군, 한니발. 그는 조국 카르타고를 위해 싸웠지만 결국은 로마에 패해 시리아로 망명한 뒤 흑해연안의 비티니아 섬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그렇다면 대적할 자가 없는 것처럼 여겨졌던 한니발을 무찌르고 2차 포에니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스키피오는 천수를 누리면서 행복하게 살았을까? 불행하게도 스키피오는 정적인 카토 때문에 제거 당하는 운명에 처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역사는 재미있다. 반전이 아주 많이 마련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후세의 사람들은 이 역사를 바탕으로 소설을 쓰고, 영화를 만들고 드라마를 만드나 보다.

로스 레키의 <대하역사소설 카르타고 3부작>은 그런 의미에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전부 4권으로 되어 있는 이 대하소설은 3차에 걸쳐 일어난 포에니 전쟁 중에서 주로 2차 포에니전쟁을 다루고 있다.

1부 <한니발>은 한니발이 1인칭 화자가 되어 자신의 삶을 담담히 풀어나간다. 2부 <스키피오>는 스키피오가 1인칭 화자가 된다. 3부는 전쟁이 끝난 뒤 스키피오의 서자 스키피오의 명령으로 학자이자 역사가인 폴리비오스가 카르타고의 많은 문서 중에서 찾아낸 여러 가지 기록을 공개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제는 로마도 카르타고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나라들이다. 당시에는 나라의 명운을 걸고, 치열하게 싸웠던 나라들이 지금은 유물이나 기록으로 남아 그 이름을 전하고, 소설로 다시 과거 속에서 걸어나온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라크 전쟁도 몇 백 년 혹은 몇 천 년이 흐른 뒤에 이렇게 소설로 포장되어 '과거에 미국이란 나라와 이라크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끔찍한 전쟁을 치러 무고한 이라크 국민들이 엄청나게 많이 희생되었다'는 내용으로 미래의 독자들을 찾아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8·15해방에서 한국전쟁 종전까지
- <지울 수 없는 이미지>


ⓒ 눈빛
박도 기자는 지난 2004년 1월 31일부터 3월 12일까지 백범 선생 암살범인 안두희를 추적하는 권중희 선생과 함께 백범 암살 배후를 규명하기 위해 네티즌의 성금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박 기자는 칼리지 파크에 있는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에서 한국 현대사 자료를 열람할 수 있었고, 사진자료실에서 자신이 열람한 사진들을 스캔하여 자료로 만들어 오마이뉴스에 연재를 했고, 이것을 한 권의 사진집으로 엮어 세상에 내놓았다.

역시 전쟁은 참혹하다. 글로 전하는 전쟁의 참혹함은 추상적일 수 있다. 하지만 사진으로 전해지는 전쟁의 참혹함은 그대로 비수가 되어 가슴속에 푹 꽂힌다. 오래 묵어 빛 바랜 흑백사진들이 보여주는 전쟁은 다시는 이 땅에서 그런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고 소리 없이 부르짖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박도 기자의 사진집은 1945년부터 종전 때까지의 처참했던 우리의 역사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이 사진들을 미국의 국립문서기록보관청에서 찾아내 하나씩 보면서 박 기자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가슴속에서 뜨거운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지 않았을까? 두 눈을 감아버리고 싶고, 우리의 슬픈 역사를 부인하고 싶은 심정은 아니었을까?

폐허가 되어 버린 대전 시가지, 주저앉은 공주의 철교, 폭격으로 불바다가 된 포항의 어느 마을, 전란으로 온통 폐허가 된 왜관 읍내, 파괴된 낙동강 철교….

전쟁 중에 건물만 파괴되고 마을만 폐허가 된 건 아니다. 전쟁으로 인해 죽거나 학살된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 무너진 건물은 다시 세우면 되지만 죽음을 당한 사람들은 도로 살릴 수 없다.

즐비한 시체를 앞두고 그 속에서 가족을 찾으며 울고 있는 사람들, 학살된 뒤 암매장 된 시신들을 수습하는 사람들…. 그들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목이 메이고 눈이 자꾸 빡빡해져 책장을 빠르게 넘기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책장을 빠르게 넘긴다고 해도 전쟁의 '지울 수 없는 이미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홍성태의 서울 만보기
- <서울에서 서울을 찾는다>


ⓒ 궁리
서울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는 것이 600년의 역사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서울을 도읍지로 정하고 600년이 흘렀으니 그만큼 역사가 유구한 것을 사실이겠지만 외형상으로 드러난 서울을 보면 600년이라는 역사가 묻어있는 것 같지 않다. 어디에 그 역사가 숨어 있는지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할만큼 서울은 이상한 형태의 도시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홍성태는 <서울에서 서울을 찾는다>를 통해 '천년을 이어왔고 만년을 이어가야 할 역사를 내다 팔아 밥 사 먹고 술 사 먹는 방식으로 서울은 망가지고 망가졌다. 결국은 600년 역사 운운하는 것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서울은 조선왕조 500년 동안은 그런 대로 제 모습을 지켜왔단다. 일제가 침략하면서부터 서울은 본래의 모습을 잃기 시작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변화도 모자라 서울은 지금도 '개발'과 '복원'이라는 미명하에 자연을 파괴하는 난개발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홍성태는 서울의 이런 상황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보고서 한 권을 펴냈다. 그렇다고 이 보고서가 단지 있는 현상에 대한 나열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서울이 자연과 사람과 사람이 잘 어울려 살 수 있는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서울을 누비고 다녔고, 그 해법을 제시한다. 그의 해법이 제대로 실현된다면 서울은 새로운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은데, 과연 누가 그의 해법을 실천에 옮길 수 있을까?

그밖에 소개하고 싶은 신간들

이외수 소망상자 <바보바보>(해냄)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사랑을 소생시키기 위한 영혼의 연금술사 이외수의 바보같은 연애편지.

디오니소스 <앤드루 달비>(랜덤하우스 중앙)
강력하고도 매력적인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전기. 광범위한 고대 자료에서 찾아낸 디오니소스에 대한 이야기들을 종합해서 전기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자본론 범죄 <칼 마르크스>(생각의 나무)
마르크스와 동명이인인 마르크스가 쓴 마르크스 경제학에 대한 소설적인 풍자. 기상천외한 픽션으로 펼쳐진 재미있고 놀라운 인문적 상상력을 체험할 수 있다.

간디와 마틴 루터 킹에게서 배우는 비폭력 <마리 아네스 꽁브끄, 귀 들뢰리>(삼인)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20세기의 거인인 간디와 마틴 루터 킹에 대한 짤막한 전기이다. 두 사람을 묶어 주고 있는 키워드는 '비폭력'. 이 책은 간디와 킹이 어떻게 비폭력 저항가가 되었으며 어떻게 폭력에 대항하는 무기를 갈고 닦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시포스 <프랑수와 라슐린느 장편소설>(늘봄)
그리스 신화에서 유일하게 신에게 맞섰던 시시포스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소설. 시시포스는 신과 자연과 자기 자신에게 절대로 굴복하지 않았다.

클라시커 50 고고학 <볼프강 코른>(해냄)
인류의 원천인 트로이에서 아틀란티스까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인류문명의 증거 세계 주요 발굴지 50곳을 소개한다.

연탄길 4 <이철환 글, 장진일 그림>(삼진기획)
가난하지만 행복한 우리 이웃들이 전해 주는 가슴 찡한 이야기들.

행복한 아이 성공하는 아이 <윤종모>(정신세계사)
상담전문가 윤종모 교수의 자녀교육 특강. 행복한 아이도 성공하는 아이도 부모가 만든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낚시를 해야할 때가 온다 <폴 퀸네트>(바다출판사)
낚싯대로 건져올린 인생이야기. 낚시에 빠진 한 심리학자가 낚시터에서 건져 올린 통찰, 유머 그리고 철학.

지울 수 없는 이미지 - 8.15해방에서 한국전쟁 종전까지

박도 옮김, 미 국립문서기록보관청 (NARA) 사진, 눈빛(2004)


한니발 - 카르타고 3부작 1부

로스 레키 지음, 이창식.정경옥 옮김, 세종서적(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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