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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위원회 보도교양제1심의위원회 신종원 위원.
ⓒ 오마이뉴스 신미희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구성 자체가 정당추천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치색을 띨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의 출발점이다.

심의위원회 구성 자체도 상임위 소관이기 때문에 방송위원 선임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심의위원회 구성과 운영이 발전되길 바란다. 그런 측면에서 심의위원회가 그동안 제 기능을 못한 것에 대해 반성이 필요하다."


언론학회 탄핵방송 보고서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방송위원회 산하 보도교양 제1심의위원회(위원장 남승자·이하 심의위) 위원으로 활동 중인 신종원 YMCA 시민사회개발부 부장이 그간 논란이 되어온 '방송위원회의 정치색'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면서 자성을 촉구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신 위원에 따르면 탄핵방송 심의주체인 방송위원회 산하 보도교양제1심의위원회는 언론학회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연구진 구성이나 명단조차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연구의뢰 결정과 발주, 기관선정 등을 책임진 방송위원회 역시 이번 연구진 구성에 대한 자체 검증 없이 언론학회에 모든 과정을 일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방송위원회는 자체 판단을 학계로 떠넘겼다는 비판과 더불어 발주 기관으로서 분석 보고서 관리를 적절하게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이중으로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원회 내부에서 언론학회 보고서 논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지난 11일 이효성 부위원장이 '공정성' 기준과 관련 <오마이뉴스> 등에 기고한 것에 이어 신 위원이 두 번째이다.

당시 심의위원회 담당은 한나라당 출신 양휘부 상임위원

신 의원은 16일 서울 목동 방송위원회 기자실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결과물 중심으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심의위원회 내부에서 많은 이견과 심각한 논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나왔다"고 말했다.

"우리는 물먹을 뻔 했다?"
조선·동아 기자 "간담회 몰랐다"

공지도, 주최도 없이 열린 신종원 방송심의위원의 이날 기자 간담회는 사안의 중요성을 반영하듯 2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날 자리는 최근 방송위원회 산하 보도교양제1심의위원회 행로에 다소 비판적이었던 신 의원을 향해 기자들의 취재가 집중되면서 자연스레 마련됐다.

기자들을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었던 신 위원이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문의했고, 때마침 심의위원회 취재차 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이면서 긴급 기자간담회가 마련된 것.

그렇다고 누가 특별히 연락을 하거나 신 위원이 기자들에게 오라고 당부하지도 않았다. 간담회 도중 <동아일보> 기자는 "누가, 어떻게 간담회를 주최했느냐"를 물으며 "나는 초청받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이 기자는 간담회가 끝난 직후 방송위원회 홍보실 관계자들에게 "전혀 몰랐다"며 "우연히 참석했는데 만약 오지 않았으면 나만 물먹을 뻔 했지 않느냐"고 볼맨소리를 냈다.

<조선일보> 기자도 기자실로 들어와 타사 기자들에게 "오늘 이 자리가 어떻게 열리게 됐느냐"며 문의하기도 했다. / 신미희 기자
우선 신 의원에 따르면 언론학회도 이민웅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한나라당 추천으로 2002년 선거방송심의위원을 지낸 사실을 알았지만 학자적 양심과 별개로 보고 책임연구원을 직접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학회에 연구를 의뢰하자는 제안은 심의위원회에서 처음 이뤄졌고, 방송위원회는 심의위원회 건의에 따라 연구용역을 최종 결정한 뒤 언론학회를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언론학회와 방송학회를 검토 대상에 올렸다가 언론학회에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상임위원회 전체 합의로 이뤄졌고 당시 심의위원회를 담당한 임원은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언론특보 출신으로 한나라당 추천으로 상임위원에 선정된 양휘부씨. 6월부터는 역시 한나라당 추천의 박준영 상임위원이 주관하고 있다.

신 위원은 "책임회피, 시기 등의 문제를 들어 학회 연구의뢰 자체를 반대했다"면서 "그러나 심의위원회는 다수결로 연구의뢰 건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 공개와 관련해서도 일부 언론에 의한 악용 및 충분한 공론화를 위해 적극 반대했으나 이 역시 다수결에 따라 공개방향으로 정해졌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제기되고 있는 심의위원 사퇴요구에 대해 신 위원은 "심각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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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연구의뢰는 외부에 책임회피하는 것"

다음은 신 위원과의 일문일답.

- 이 자리에 나온 심정부터 밝혀달라.
"원하지 않지만 어쨌든 갈등 현장에 서게 됐고 많은 언론이 접촉해왔는데 일일이 응답하기도 어려워 기자들이 같이 모인 자리가 있으면 얘기하자고 했다. 특히 결과물만 갖고 심의위원회 활동이 알려지고 있는데 그 안에는 많은 이견들과 쟁점, 토론이 있었다. 그 내용을 밝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우리 언론발전과 공론화에 도움될 것으로 본다."

- 외부 학회에 연구를 의뢰하게 된 과정은.
"이에 대해 격론과 반대가 있었다. 외부기관에 책임을 맡겨 숨는 거 아니냐,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긴급한 시기에 연구용역을 맡겨서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는 얘기도 있었다. 그런데 한달내 할 수 있다, 빨리 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어서 다수결로 결정했다. 그러나 심의위원회는 건의를 한 것이고 최종 결정은 방송위원회 상임위원회 몫이다. 따라서 언론학회 발주는 절차로 보면 방송위원회가 한 것이다."

- 그럼 방송위원회가 언론학회를 선정한 것인가.
"심의 과정에서 언론학회가 수 차례 언급됐다. 하지만 특정 학회를 지정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론했고 심의위원회에서는 결국 '학회 의뢰'를 방송위원회에 건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물론 탄핵방송에 대한 최종 판단은 용역결과가 나온 뒤로 미룬다는 전제 아래 결정했다. 그런데 심의위원회는 그 다음 주 심의에서 방송사에 '권고' 조치를 내렸다. 그 때문에 심각한 논쟁이 있었다. 연구결과를 참조해 판단한다는 전제로 용역을 맡겼는데 1주일 뒤 또 권고조치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 지난 주 심의위원회 회의에서는 어떤 내용이 오갔는가.
"보고서 자체에 대한 내부 토론은 없었다. 주요 연구진 몇 분이 나와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질의응답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그날까지도 연구진으로 누가 참여했는지 몰랐다. 그때 방송위원회에 명단을 요구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보고서는 며칠 전 집으로 배달돼 읽고 갔다."

- 그럼 이민웅 교수가 책임연구원으로 선정된 경위도 들었는가.
"언론학회 연구진 구성 등 프로세스에 대해 물어봤고 윤석민 언론학회 총무이사가 답변을 했다. 윤 교수 말에 따르면 언론학회 내부공모에서 4명의 지원자가 있었으나 모두 적절치 않다고 판단, 이민웅 교수를 중심으로 직접 요청했다고 밝혔다. 학회 집행부의 판단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논쟁이나 공박은 없었다."

▲ 방송심의위원회가 열린 방송위원회 16층 사무실. 겉문마저 굳게 닫혀 있다.
ⓒ 오마이뉴스 신미희
연구진의 정치적 성향이 영향 미쳤는가도 논란

- 연구진의 정치적 성향이 결과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은 없었는가.
"논의가 있었지만 명확한 답변은 없었다. 공격적 질문을 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이민웅 교수는 이와 관련,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보면 나를 부처님으로 본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정치적 견해로 공정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 최대한 노력했다고 밝혔다."

- 연구진 구성과 명단은 언제 알았는가.
"언론학회에 연구를 의뢰했다는 보도가 나올 때쯤 회의 과정에서 얘기된 듯하다. 그러나 연구진 구성과 명단은 보고서가 나왔을 때 처음 알았다."

- 보고서의 사전공개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즉시 방송사에 보고서를 제공, 의견을 듣자는데 이견은 없었다. 그러나 언론사 공개여부는 다수 의견으로 결정됐다. 방송사에 보고서가 가면 사실상 외부에 공개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봤고, 이 자체를 통해 공론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신의 관점으로 악용될 우려와 함께 충분히 공론화한 뒤 공개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나는 반대했고 나머지 위원들은 찬성했다. 그러나 회의록에는 '나머지 찬성'으로 기록될지, '다수 찬성'으로 기록될지는 모르겠다. 결국 공개 자체는 방송위 상임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됐다."

- 왜 공개를 반대했는가.
"앞서 논의한 흐름이 공개, 비공개 여부도 아니었고,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직접 이해관계에 있는 방송사 나름의 반론도 있을 것이고 다른 의견이 있다면 충분히 토론돼 논쟁으로 발전시킨뒤 공개하는 게 낫다고 봤이다. 심의위가 참고하고자 맡긴 연구용역이기 때문에 그런 절차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심의위원 활동 경험으로 봐서 우려되는 바도 있었다."

- 구체적으로 무엇이 우려됐는가.
"보고서에서도 인용됐지만 기존 언론, 일간지의 경우 탄핵에 대한 정치적 의견이 형성돼 있는 상황이라 언론학회 보고서 자체를 심의위원회 최종 결정이나 심판인양 쓸 우려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정치적 편향 심의 부쩍 늘어"

- 지난 3월 심의위원회가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연구의뢰 해놓고 그 결과를 너무 폄하하는 것 아닌가.
"만약 내가 결정했다면 의뢰하지 않았을 것이다. 난 처음부터 책임 회피성과 시기 문제 등으로 반대했다. 다른 심의위원의 반대도 있었다. 관례에 비춰 심의위 결정을 방송위원회가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현장에서 책임 있게 결정하는 게 바람직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려면 신중한 결정에 상응하는 만큼 보완적 기제가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심의위원회 회의를 공개해야 한다. 현재 방송위원회 전체회의,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주요 쟁점을 다루는 심의위원회 논의를 비공개로 사장하면 아깝다. 공론화시킬 겸 공개를 원칙으로 했으면 한다. 그래야 책임감과 민주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

- 이번 보고서는 결국 심의위원의 정치적 편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견해도 있는데.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

- 그간 심의과정에서도 정치적 편향이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지난 하반기부터 그같은 쟁점사항이 부쩍 늘었다. 심의위원회가 편향되게 구성되면 심의결과도 편향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구성과 운영원칙이 보완돼야 한다."

- 언론학회 보고서에서 무엇이 가장 부족했는가.
"전체 틀에 있어서 산술적 균형을 잣대로 공정성 여부를 판단했다. 언론학회는 아니라고 하지만 기계적 균형을 근거로 한 게 사실이다. BBC 보도기준만 하더라도 다양한 해석이 있는데, 탄핵방송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싶다."

- 언론학회 보고서가 최종 결정인양 보도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번 보고서는 하나의 결과물이다. 다른 전문가가 분석해서 새로운 의견을 내놓는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언론과 관련한 건강한 논쟁이 필요하다고 본다."

언론학회 보고서 비중은 심의위원 개인몫

- 오는 30일 심의에서 언론학회 보고서의 비중을 어떻게 보는가.
"반대측 의견이 나오면 듣고 이후 심의절차를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고서 자체에 대한 심의위원회 차원의 논의는 없었다. 심의의원별로 의견이 다양할 수 있지만 예단할 수는 없다. 보고서 비중에 대한 판단은 의원 개인 몫이다. 개인적으로는 참고자료라고 본다. 왜냐면 다른 의견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심의위원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구성 자체가 정당추천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치색을 띨 수밖에 없는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다. 심의위원회 구성 자체도 상임위 소관이기 때문에 방송위원 선임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심의위원회 구성과 운영이 발전되길 바란다. 그런 측면에서 심의위원회가 그동안 제 기능을 못한 것에 대해 반성이 필요하다."

- 좀더 상세하게 설명해달라.
"심의위원회 관련 왜곡보도나 오보가 있었을 때 정확하게 시정을 요구하거나 그 내용을 공개했으면 신뢰를 얻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명백하게 그런 사례가 있었는데도 대응하지 않았다. 굳이 이름을 밝히지 않겠지만 특정 신문의 추측, 재단보도에 유감이 많았다. 결정된 게 없는데도 결정된 것처럼 나가고 '모 심의위원'으로 인용되면서 심의위원회 전체 의견인양 악용되곤 했다. 이는 방송위원회뿐 아니라 심의위원 개인에 대한 중대한 명예훼손이다. 그에 대해 내부 논의도 있었는데 아예 회의내용을 공개하자는 안이 채택되지는 못했다."

- 이번 사태와 관련 심의위원회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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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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