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단란해 보이는 스캑스 가족. 리비, 카터, 마이크, 애비, 딜론(왼쪽 뒤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 조명신

트리니티 크리스찬 아카데미의 고등학교 교장인 마이크 스캑스(33).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시에 살고있는 그와 그의 부인 리비 스캑스(31)는 세 자녀를 둔 전형적인 백인 부부다. 큰아들 카터(8), 큰딸 애비(3), 그리고 막내 딜론(1).

이 가족을 처음 만나던 날, 유난히 아이들에게 자상한 스캑스 부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모와 외모가 다른 애비와 딜론이 한국아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이크에게 묻자, 한국에서 입양해 온 아이들이라고 조금의 주저함 없이 말해주었다.

리비는 애비를 가리켜 우리말로 '공주'라 부르더니, 기자에게 '공주'가 한국어로 '프린세스(Princess)'를 의미하는 것이 맞는지 자신의 발음이 이상하지는 않은지 물었다.

아이들을 입양한 이후로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사소한 것 하나라도 배우려고 노력하는 스캑스 부부. 아이들에게 한국적인 배려를 하고 싶어하는 이들 부부를 만나, 한국 아이를 입양한 미국인 부모의 생각을 듣고자 인터뷰 요청을 했다.

이런 기자의 취지를 이해한 스캑스 부부는 흔쾌히 인터뷰를 승낙했고, 어느 중국 식당에서 만나 점심식사를 들면서 입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관련
기사
여전히 세계1위... 미주 이민 100년사의 그늘

해마다 '한국문화 캠프'에 참석

▲ 스캑스 부부가 한국을 방문하고 애비를 데려오기 전 동방사회복지관에서 함께 찍은 사진
ⓒ 스캑스
- DFW(달라스-포트워스)지역(스캑스씨 가족이 살고있는 텍사스의 한 도시...기자 주)에 입양부모들 모임이 있나요?
마이크: "그렇지요. 적지 않은 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아이들을 입양한 기관의 경우만 해도 입양부모들을 연결해 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입양 후 조정자'(Post-adoption coordinator)가 있습니다. 즉 DFW지역에도 저희와 같은 기관을 통해 자녀를 입양한 부모들이 많이 있다는 뜻이지요. 제 친구들 가운데도 입양부모들이 있고 그들과 일년에 몇 차례씩 모임을 갖기도 합니다. 대개의 경우 한국을 비롯한 6개의 나라에서 아이들을 입양했는데 한국 출신의 아이들이 제일 많습니다."

- 아이들을 언제 입양했는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마이크: "애비(Abby)의 한국이름은 이주미입니다. 2001년 4월 3일에 입양했고 당시 생후 7개월이었습니다. 딜론(Dillon)의 한국이름은 인명철이고, 생후 4개월 반이던 작년 5월 7일에 미국으로 왔습니다.

애비를 입양할 때는 우리가 직접 한국으로 가서 데려왔지만 딜론을 입양할 때는 여러 가지 사정상 직접 한국을 가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한국측 입양기관에서 한국인 여행객을 통해 딜론을 로스앤젤레스까지 데려다 주었고 우리도 LA까지 날아가서 공항에서 처음 딜론을 만났습니다.

입양하기 전까지 딜론과 애비는 모두 수양가정에서 지내고 있었고 수양부모들이 아이들을 참 잘 돌보아 주었습니다. 우리가 애비를 데려올 때 애비를 몇 개월동안 돌보았던 수양엄마가 한참동안이나 울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녀가 돌보았던 마흔네번째 아이라고 들었는데 참 좋은 분이었지요."

▲ 작년 말에 어느 한인 친구 집에서 애비에게 한복을 입히고 사진을 찍었다
ⓒ 스캑스
리비: "법적으로 애비의 '가운데 이름(Middle Name)'을 '주미'라고 했고, 딜론의 경우는 '명철'이라는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 마이크의 이름을 따서 '마이클'을 가운데 이름으로 정했습니다.

우리에게 아이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입양기관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오클라호마주의 털사지역에서 '한국문화캠프'를 여는데, 우리도 꼭 참여해서 한국음식 만드는 법이나 한국어 등을 배우고 있습니다."

- 이들을 입양하시기 전에 아들이 이미 있었는데 특별히 입양을 한 이유가 있습니까?
마이크: "첫아이인 카터가 2살 무렵 두 번째 아이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2년여동안 노력했으나 불가능했지요. 사실 결혼 전부터 입양에 대해 생각해오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중국 아이를 입양할 생각이었는데 중국은 입양부모가 30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고 당시 저희들의 나이가 30세 이하였습니다. 마침 한국아이를 입양한 친구의 권유로 한국아이를 입양했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입양 부모의 나이 제한이 25살이고 몸무게 제한도 있습니다. 부모가 너무 비만하면 안된다는 것이지요. 또한 부모의 건강상태도 점검하는 등 여러 가지 규정이 있는데, 아이들을 위해서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은 입양아들이 수양부모 가정에서 자라면서 의료시설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등 우리가 신뢰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입양까지 3∼6개월 소요

▲ 스캑스 부부가 한국에서 애비의 수양부모를 만나 애비를 데려오는 모습
ⓒ 스캑스
인터뷰 동안 딜론은 쉴새없이 옹알이를 하면서 아무거나 입에 넣고 빨아댔다. 애비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인지 싱글싱글 웃다가도 기자가 말을 걸면 아빠 뒤로 숨곤 했다. 이야기가 길어지자 카터와 애비는 식당 한쪽에 있는 오락실로 향했고, 마이크가 음식을 가지러 간 사이 리비가 재미있는 말을 했다.

가끔씩 사람들이 딜론과 애비를 입양아로 알아보고 어디서 왔는지 몇 살인지 묻곤 하는데, 그것이 부러웠는지 카터가 시무룩하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입양아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겐 관심이 없나봐." 그냥 함께 웃어 넘겼지만 어린 카터로서는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입양과정은 어땠습니까?
리비: "1999년 12월에 최종적으로 입양을 결정했습니다. 입양을 위해서는 입양기관에서 주관하는 워크숍에 반드시 참석해야 하며 상당히 많은 서류작성을 하고 지문날인을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이 있습니다. 또한 입양기관의 사회복지사가 집을 방문해 면담을 하고 친구들의 추천도 있어야 하며, 뒷배경까지 조사를 합니다.

이런 과정을 다 마친 후에는 입양 대기자 명단에 들어가게 되는데, 여자아이 입양은 남자아이에 비해 더욱 긴 기간이 소요됩니다. 미국인들이 여자아이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지요. 우리의 경우, 애비를 만나기까지 6개월 정도 기다렸고, 딜론은 3개월 정도 기다렸습니다.

이후 법원에 청원해서 양부모로 승인을 받고 아이들이 우리의 성(Last name)을 가지게 됨으로써 법적으로도 우리의 아이가 되었고 소셜 번호도 받았습니다."

- 아이의 피부색 때문에 입양한 사실을 주위에서 묻지 않습니까?
리비: "우리 눈에는 세 아이가 모두 똑같습니다. 카터는 우리의 아이이고 애비와 딜론은 입양한 아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모두 똑같고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때때로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묻습니다. '그러니까 한 명만 당신의 아이군요'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세 아이 모두 우리 아이들입니다."

마이크: "재미있는 사실은 애비가 하는 행동들이 리비가 어렸을 때 하던 행동들과 아주 똑같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구상 반대편에 우리아이를 놓아두셨고 마침내 우리가 발견한 것이지요."

▲ 딜론이 한복입고 찍은 최근 사진
ⓒ 스캑스
리비: "우리 아이인데 엉뚱한 곳에 태어났으니 우리가 가서 데려왔지요.(함께 웃음)"

- 조심스러운 질문인데, 입양을 위해 돈을 지불하셨습니까?
마이크: "이민수속비를 비롯해서 돈을 냅니다. 간혹 입양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 가운데 어떻게 입양하는데 돈을 내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병원진료비라든가 수양부모에게 주는 돈 등 입양하기 전까지 아이들을 돌보는데 많은 돈이 듭니다. 따라서 입양가정에서 그 돈을 보조할 필요가 있지요. 입양기관에서 단 한푼이라도 낭비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리비: "또한 입양기관에서 진행하는 서류작업 등 행정적인 부분을 위한 비용도 있지요. 다 합쳐서 대략 1만6000달러 정도가 드는 것 같습니다."

- 입양과정에서 별다른 문제는 없었습니까?
마이크: "저희의 경우 입양기관에서 투명하고 정직하게 도와주었습니다. 생모가 흡연자이고 음주를 했었다는 등의 사소한 것부터 아이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할 의료기록 등을 알려주었습니다."

리비: "한국의 경우는 한국 내 입양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입양은 쿼터제이기 때문에 한해동안 일정수의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면 더 이상 비자를 발행하지 않습니다. 한국정부가 해외입양을 줄이기 위해 제한을 두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 아이들을 자국 내에서 키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고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입양은 가정을 찾아주는 노력

▲ 딜론을 LA공항에서 처음 만났을 때, 리비가 비디오를 촬영하고 있다
ⓒ 스캑스
인터뷰는 한동안 더 계속되었다. 스캑스 부부는 한국이 자동차와 더불어 아이들을 수출하고 있다는 세간의 비난에 대해, 해외입양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낙태를 하는데 최소한 아이를 낳아 좋은 가정을 찾아주는 노력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혜택을 보게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한 한국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지만 입양을 통해 알게되면서부터 한국적인 것들을 좋아하게 되었다면서 지난 월드컵 때는 축구경기를 보면서 한국을 응원했다고도 했다. 대화 가운데는 아이들이 성장해서 친부모를 만나고 싶어하면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말도 있었고, 가끔씩 인터넷을 통해 한국 뉴스를 찾아 읽기도 하고 만두와 불고기 등의 한국음식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한국문화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인터뷰가 마무리되는 도중, 리비가 갑자기 생각난 듯 입양비용에 대해 운을 뗐다. 혹시라도 오해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덧붙인다면서, 자신들이 돈이 많아서 아이들을 입양한 것은 아니며 입양비용 역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지불했고 매달 갚아 나가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사진을 찍은 후 함께 식당을 나섰다. 밴에 올라타면서도 카터와 애비는 계속 장난을 쳤고 리비는 딜론을 유아용 카시트에 앉혔으며 마이크는 아이들이 안전띠를 맸는지 확인한 후 차에 시동을 걸었다. 주차장을 떠나면서 기자를 향해 손을 흔드는 스캑스 가정이 행복해 보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