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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 '광주인권상' 첫 수상자로 선정돼 2000년 11월 광주를 방문, 망월동 묘역을 참배하고 있는 구스마오 대통령. 그는 당시 '동티모르저항민족평의회(CNRT)' 의장 신분이었다.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광주인권상' 첫 수상자로 선정돼 2000년 11월 광주를 방문, 망월동 묘역을 참배하고 있는 구스마오 대통령. 그는 당시 '동티모르저항민족평의회(CNRT)' 의장 신분이었다. ⓒ 오마이뉴스 이주빈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이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한국을 비공식 방문한다. 전남 순천에서 열리는 '2004 순천 평화축제'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 국가의 수반이 지역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이번 방문이 '사단법인 하이순천(이사장 이회숙)'이라는 지역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성사됐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구스마오 대통령의 방문 일정 또한 하이순천이 주최하는 평화프로그램에 참석하는 것이어서 평화를 위한 국제연대에 지역 시민단체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가 동티모르 대통령을 감동시키다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의 순천 방문을 성사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단체는 사단법인 하이순천. 하이순천은 2003년 10월 민간차원의 국제교류와 지역문화 활성화를 목표로 창립, 활동하고 있는 순천지역 시민단체다.

구스마오 대통령이 한국 방문을 흔쾌히 동의한 뒷그림에는 지난해 12월 하이순천이 동티모르에서 펼친 활동이 있다. 하이순천은 동티모르 청년들과 우호를 다지기 위해 순천시민을 상대로 축구선수를 선발, 친선경기를 가졌다. 이들은 또 문구류와 아동들을 위한 옷가지를 마련하여 '이동하는 고아원'을 찾아다니며 물품들을 직접 전달했다. 이회숙 이사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동티모르엔 아직 행정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아 고아원들의 소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예전에 기록된 주소지로 고아원을 찾아가면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없었다. 고아원 찾는데만 진을 뺄 정도였다. 이런 우리의 활동을 대통령께서 전해 듣고 우릴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구스마오 대통령은 지역의 시민단체가 생색내기 행사가 아닌 진정한 친선과 우호의 자세를 보여준 것에 대해 치하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하이순천 관계자들은 한국 초청의사를 밝혔고, 구스마오 대통령이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는 것.

시민단체 간부 8명이 민간외교관·행사기획자·자원봉사자 역할

이회숙 하이순천 이사장
이회숙 하이순천 이사장 ⓒ 오마이뉴스 이주빈
지난 9일 오후 순천의 한 사무실. 8명의 사람들이 이리저리 통화를 하고 메일을 보내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8명이 한 나라의 국가수반이 참석하는 순천평화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민간외교관'이자 '행사기획자'이면서 '자원봉사자'다.

국가수반이 참석하는 행사인 만큼 유관기관 협조에 하이순천 관계자들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이회숙 이사장은 "언론이 구스마오 대통령이 평화축제에 참석한다는 것보다 대통령께서 친선 축구경기에 골키퍼를 한다는 것만 부각해서 보도하고 있다"며 씁쓸해 했다. 이 이사장은 구스마오 대토령의 평화축제 참석은 '진정성이 통한 우정의 결과'라고 말했다.

"동티모르와 한국은 유사한 아픔을 겪은 나라들이다. 아무리 우리가 지역에서 살고있지만 뜻만 있으면 민간차원의 국제교류와 연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거 했다고 사진 한 장 찍으러 가는 게 아닌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이웃으로서 진정어린 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배고파하는 이들에게 의료지원이라며 소화제를 보냈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나."

이 이사장은 지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동티모르와의 연대사업은 의료와 교육이라고 말했다. 이 분야가 국가재건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있는 동티모르로서는 가장 실질적 분야라는 것이다. 하이순천이 조선대·순천대·상명대와 협조하여 동티모르 학생들의 무상교육을 지원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하이순천은 앞으로도 동티모르 재건을 돕는 1인1구좌 갖기 운동을 범시민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동티모르 어린이의 한 달 생활비가 우리나라 돈으로 약 3만원. 이를 가족단위로 자매결연을 맺어 지속적으로 후원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하이순천의 바람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초청한 지역 시민단체. 이를 흔쾌히 수락한 대통령. 이회숙 이사장의 표현처럼 이는 "여순사건과 독립투쟁의 아픔을 가슴속에서 나눈 진정한 연대"의 결과로 주목받고 있다.

평화축제 준비로 여념이 없는 하이순천 관계자들. 이들은 민간외교관이자 자원봉사자다.
평화축제 준비로 여념이 없는 하이순천 관계자들. 이들은 민간외교관이자 자원봉사자다. ⓒ 오마이뉴스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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