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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소방본부 재난구조종합상황실 김필수 대원
대전소방본부 재난구조종합상황실 김필수 대원 ⓒ 권윤영
"감사합니다. 119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119에 걸려오는 전화가 모두 한 군데로 통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대전소방본부 재난구조종합상황실은 시시각각 걸려오는 전화로 북새통을 이룬다. 대전지역 119신고전화가 모두 이곳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24시간 중 단 1초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다.

대전소방본부 재난구조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는 김필수(33) 소방관은 동료들에게 '필수요원'으로 불린다. 이름 때문인 탓도 있지만 그의 위치와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119 신고가 이곳으로 들어옵니다. 신고전화를 받고는 소방대원을 출동시키는 역할을 하죠. 예전에는 화재 재난구조가 주를 이뤘는데, 요즘은 집 안에 참새나 도둑고양이가 들어왔으니 쫓아달라는 것부터 문 잠김 신고까지 다양한 내용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활동범위가 넓어진 거죠.”

하루에 걸려오는 전화만도 1200여 통. 혹여 산불이라도 발생하면 그것과 관련한 신고전화만 무려 천여 통을 받는다. 그는 신고 전화를 받고는 수초내로 출동명령을 내린다.

김화식, 남동우, 김태수, 임관수, 이홍룡, 김필수(좌부터), 이현경(아래) 대원.
김화식, 남동우, 김태수, 임관수, 이홍룡, 김필수(좌부터), 이현경(아래) 대원. ⓒ 권윤영
이곳에서는 정확한 상황판단이 중요하다. 신고를 받는 그가 대원들을 출동시키지 않으면 화재구급구조는 이뤄지지 않는 것. 그렇기에 작은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얼마나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출동 시간에 차이가 나고 그것은 인명구조로 귀결된다.

그는 신고전화를 받고 곧바로 출동을 내리고는 화재 초기 진화 요령이나 인명대피 유도, 응급조치를 설명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종합상황실은 그만큼 중요한 곳이며 대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보다 정확한 응급처치를 위해 한방, 양방 공중보건의를 배치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기도 하다.

“시민이 생각하기에는 경찰보다 119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경찰 협조를 얻어야 할 사항도 119에 전화를 걸어와 통보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사람도 많거든요. 워낙에 신고전화가 많이 걸려와 간단한 사안은 조처방법을 말해주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하죠.”

시민들은 119를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온갖 신고가 이곳에는 쉼 없이 들어온다. 예를 들어 시민들이 보일러 문제로 불편함을 겪어도 야간에는 신고할 기관이 없는 것이 사실. 어려움이 닥쳤는데 막상 방법이 없을 때 시민들은 119에 전화를 하니 119 대원들을 해결사임 셈.

재난구조종합상황실은 단 1초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
재난구조종합상황실은 단 1초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 ⓒ 권윤영
때로는 여자친구 변심 등을 이유로 자살하겠다는 사람이나 술 취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받는 경우도 태반. 심지어 그는 “방화하고 자살 하겠다”는 전화를 받고 한 시간여 인생 상담 끝에 생명을 구한 경험도 갖고 있다. 야간에 당직병원도 안내해줘야 하니 그야 말로 전천후에 가깝다.

“99년 이후로는 과태료 백만원이 부과돼 장난전화가 많이 줄었어요. 하지만 요즘도 가끔 걸려옵니다. 지금은 전화번호가 바로 기록되기 때문에 주로 공중전화에서 걸어요. 대부분 호기심에 의한 아이들 장난이죠. 어린시절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잖아요.”

요즘에야 세월이 좋아져 위치정보가 표시되지만 과거에는 시민들의 신고전화만을 믿고 출동 시켰다가 허탕을 친 적도 많았다. 장난으로 한 화재신고로 인해 3개 소방파출소의 차량 13대가 출동할 정도니 많은 인력과 출동력이 낭비되는 셈이다. 신고를 얼마나 잘 받고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적절한 상황판단을 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에피소드도 많다. “언젠가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데 의식이 점점 혼미해진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명령을 내렸어요. 당연히 사람인 줄 알고 출동했는데 동물이었답니다. 환자를 수송하는 구급차는 동물을 실을 수 없거든요.”

다양한 사건사고 접수가 많은 이곳에서는 최소한 1년 이상 근무를 해봐야 정확한 판단 능력이 생긴다. 신고전화가 걸려오면 주변상황까지 빠트리지 않고 청취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종합상황실 필수요원인 그는 이곳이 가장 적성에 맡고 보람을 느낀다.

그가 소방대원으로 근무한 것은 10년 전인 23살부터. 오랜 시간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했던 어머니의 영향도 있었다. 그가 소방관이 된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너무도 좋아하셨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항시 위험에 노출돼 있긴 하지만 자부심을 갖고 근무하고 있는 그는 재난구조종합상황실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현재는 주소, 전화번호만 자동으로 기록되는데 내년 하반기까지는 위치정보시스템이 설치 완료될 계획이니 더 정확하고 빠른 출동을 내릴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 시민들을 위해 더욱 봉사하는 소방관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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