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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온씨
김대온씨 ⓒ 권윤영
'대중 앞에 선 그에게선 빛이 난다.'

무대에만 서면 희열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고 연극배우나 연예인은 아니다. 바로 레크리에이션 전문가들이다. 레크리에이션 그룹 쎌파의 기획실장인 김대온(37)씨도 무대에만 서면 속칭 신들린 사람처럼 변하는 사람이다.

학창시절, 수련회나 캠프파이어에서 구수한 입담으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던 사람을 기억하는가. 누구나 한번쯤 만나봤음 직한, 행사 분위기를 띄우고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바로 그의 직업. 17여 년의 경력을 가진 그는 캠프, 체육대회, 각종 공연 등 즐거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정통 레크리에이션만 하는 단체가 없는 현실에서 그는 정통 레크리에이션을 고수한다. 몇 해 전부터 관련 단체들이 목돈을 만질 수 있는 이벤트 기획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다반사. 그는 마이크 하나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보다는 악기, 게임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다.

"흔히 레크리에이션 강사하면 개그맨처럼 웃기는 사람으로만 생각하는데 레크리에이션 강사는 사람 간의 유대관계를 더 돈독히 맺어주고 즐거운 시간을 갖게끔 도와주는 사람일 뿐입니다. '나로 인해 즐거워해라'라는 건 개그맨이죠."

그에겐 남다른 자부심이 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동하다가 부와 명성을 얻은 김제동처럼 사람들을 웃기고 재밌게 하진 못하지만 참석한 사람 간 유대관계를 친밀히 하고 감동을 주는 정통 레크리에이션 강사로서의 자부심 말이다. 때문에 그는 "어떻게 하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을 친해지게 할까"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레크리에이션 경력은 무려 17년. 레크리에이션 강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미비하던 대학교 1학년 시절 우연히 만난 한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그의 인생에 갑작스레 찾아들었다.

레크리에이션 클럽 쎌파 가족들과 함께
레크리에이션 클럽 쎌파 가족들과 함께 ⓒ 권윤영
"그 강사의 모습을 보고 저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거예요. 고등학교 때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제 내면에는 저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에게 주목받고 싶어하는 뭔가가 있었나 봐요."

그날 이후, 그는 대학생활을 해오면서 크고 작은 모임이 있는 곳이라면 진행자를 자청했다. YMCA 자원지도자 활동을 하기도 했고, 군대에서도 군악대 MC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착실히 쌓아나갔다.

"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자연스럽게 빠져든 셈이죠. 사람들이 저로 인해 기뻐하고 웃을 때는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아마추어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동하던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다른 직업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레크리에이션이라는 한 우물만 파 온 것이다.

10여 명의 소모임부터 수만 명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까지 수많은 행사를 진행해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도 변하기 마련이었고, 레크리에이션의 내용도 시대 흐름에 맞게 변해갔다. 그가 활동할 초기에는 간단한 율동, 박수 게임만으로도 사람들은 충분히 즐거워했지만 요즘 시대에 그런 것을 했다가는 "유치하다"는 썰렁한 반응만 되돌아 올뿐이다.

즐거움이 있는 곳이라면 신바람을 부르며 어디든 찾아가지만 여흥을 위한 술자리 사회는 지금도 꺼린다. 술을 마시고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에게 욕도 먹어봤고 멱살도 잡히는 험한 꼴을 당하기 일쑤다.

요즘 학생들은 과거 학생들에 비해 통제가 되지 않아 배로 힘들다. 몇 해 전, 그는 여중생들의 캠프파이어 행사진행을 맡았다. 시작 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음악을 선곡하는 과정에서 한 학생이 인기그룹 HOT의 음악을 신청했다. 그즈음 한창 HOT 해체설이 나돌았고 그들의 노래를 틀어달라는 학생의 이야기에 그는 무심코 "아직도 해체 안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때 그 순간이요? 말도 마세요. 학생들 수십 명이 동시에 울기 시작해 행사 시작 할 때까지 상당한 애를 먹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연예인이란 것이 그렇게 절대적이고 민감한 사안인줄 미처 몰랐죠. 그 때 이후로 연예인 얘기는 절대 안 꺼내요."

그는 봉사하는데 인색하지도 않는다. 강사료를 지불하기 어렵다는 곳이 있으면 흔쾌히 무료로 진행을 해준다. 하지만 이 일도 "그냥 2시간 노는 건데요"하고 가치를 폄하해 버릴 때 그는 힘이 빠진다.

"제가 행사를 진행하는 일이 돈 드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저에겐 이것이 상품이고 일인 거잖아요. 사람들이 진행하기까지의 노력을 생각해주지 않을 때 힘이 빠집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 어떻게 보면 늘 즐겁게 사는 인생이지만 그 이면에 쌓이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모든 행사가 성공리에 치러질 리는 없는 법. 일이 힘들게 끝나거나 자신이 만족하지 못한 날은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하지만 힘든 순간에도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만 들으면 만사 OK.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것을 다 털어내고 오히려 에너지까지 얻는다.

그는 현재 모대학원 이벤트축제경영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가 500여 개나 되는데 각 지역 축제의 기획과 평가를 담당하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 각 기업의 연수나 산업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로도 활동하고픈 생각도 갖고 있다.

"일은 너무나 즐겁지만 나이가 들면 언젠가는 필드를 떠나야겠죠. 그래도 당분간은 문제없습니다. 앞으로 10년 간은 계속 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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