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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1일 200여명의 여성계 인사가 모여 ‘17대 총선의 새바람, 맑은정치여성기금운동본부 발대식’을 갖고 남성들의 정치 독주를 더 이상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을 공개 표명하고 있다.
지난 2월 11일 200여명의 여성계 인사가 모여 ‘17대 총선의 새바람, 맑은정치여성기금운동본부 발대식’을 갖고 남성들의 정치 독주를 더 이상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을 공개 표명하고 있다. ⓒ 우먼타임스 김희수
[황훈영 기자]2004년 4·15총선에서 전체 유권자의 50.9%가 여성이었다. 그러나 과반수를 넘는 여성유권자의 정치적 대표성은 13%(39명의 여성당선자)에 그쳤다.

그나마 17대에서 여성의원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정당법 31조의 개정을 통해 국회의원 지역구 30%, 전국구 비례대표 50% 여성후보 공천을 명시하는 등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정치개혁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개혁적 조치가 이뤄진 데는 당연히 여성계의 노력이 큰 힘을 발휘했다. 과거 여성의원 비율은 13대 2.0%(6명), 14대 2.7%(8명), 15대 3.0%(9명), 16대 5.9%(16명)였다. 17대 국회에선 16대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여성의원을 배출했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성유권자의 대표성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숫자라는 게 여성계의 시각이다. 17대 총선에서 지역구 30% 여성공천은 실현되지 못했고, 비례대표 숫자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정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절반의 유권자를 대표하는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확보하기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여성개발원 “시도별 비례대표제·양성평등 공천제 도입을”

김민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정치개혁의 하부 개념으로 논의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 50%가 넘는 여성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한다.

여성개발원은 지난 11일 ‘17대 총선을 통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성과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한 정책포럼에서 시도 단위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양성평등후보공천제를 도입하는 등의 획기적인 선거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원홍 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그 단점을 보완해 소선구 비례대표제 의석 비율을 지역구 대비 1/2로 하고, 지역구 여성후보공천 30% 의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정당법상 지역구 후보 30% 여성공천을 지키지 않을 경우 보조금을 삭감하는 등의 강제 조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제도개선과 더불어 여성 예비후보를 발굴하고 육성하려는 노력이 강화되어야만 여성들의 정치적 진출에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여성정치인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여성정치아카데미’를 운영해왔지만, 사실상 이 프로그램만으로 여성 정치리더를 길러내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선거철 외부인사 깜짝쇼 한계...당내부서 인재 육성해야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정당에서 총선 때마다 여성인물 부재를 호소하며 외부에서 학자나 전문가를 영입하는 식으로 선거를 치러 왔다”면서 “정당 내에서 당을 위해 봉사하고 일정 정도 정치적 훈련을 받은 여성인재를 적극 길러 여성 정치리더로 육성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열린우리당 당선자는 “선거법 개정과 선거제도의 변화 등으로 여성이 선거에 출마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지방의회에서 뛰어난 인재가 중앙으로 오고, 전국구 출신이 지역구에 출마하고, 전·현직 공무원과 전문가 그룹이 선거에 진출하는 등 여성의 정치적 진출의 통로가 다양화되고 있는 것도 여성 정치참여 확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당 차원에서 여성인재를 육성하는 등의 ‘여성인력풀’을 형성해 적극적으로 정치 진출의 기회를 주는 방향의 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성계도 이번 총선에서 선거사상 처음으로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라는 범여성 조직을 꾸려 여성후보추천운동을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여성의원 13%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여성계는 이 같은 운동의 결과를 토대로 2006년 지방선거와 18대 총선에도 양적인 확대는 물론 질적인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조현옥 총선여성연대 대표는 “여성의원이 30% 이상이 될 때까지는 꾸준한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이번 총선에서 후보추천운동이 성과를 거둔 만큼 적극적으로 여성계가 인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면서도 “여성단체가 나서 여성정치운동을 이끌어야 할지, 이제는 당이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할지는 더 논의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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