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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중앙병원 물리치료실 문덕흥 실장
대전중앙병원 물리치료실 문덕흥 실장 ⓒ 권윤영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에 보람을 느낍니다. 이 직업은 환자들을 일대일로 다루는 데다 정성들여 치료해야 합니다. 때문에 오랜 기간 이 직업에 종사한 사람들을 보면 꼭 천직으로 타고난 사람들 같답니다.”

4월 26일 대전중앙병원(대덕구 법동) 물리치료실. 수많은 환자들이 이곳을 오간다. 하루 동안 이곳에서 물리치료를 받는 물리치료 환자만도 450여명. 물리치료실 문덕흥(46) 실장은 이들을 한결같은 웃음과 따뜻함으로 대한다.

어두운 병원 분위기를 한층 밝게 만드는 것도 그의 주특기. 그래서 그는 환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제가 인기가 많다기보다는 우리 병원이 물리치료를 잘해서 소문 듣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며 환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에 무척 쑥스러워 했다.

지난 83년, 문 실장은 인천중앙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그는 물리치료를 하면서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왔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장애를 입어 방황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은 물론 재활치료를 받으며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도 만났다. 그는 단지 치료를 해줄 뿐만 아니라 ‘희망’이란 연고를 발라주거나 사회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처방해주기도 한다.

그는 환자들에게 '스마일 문'으로 통한다
그는 환자들에게 '스마일 문'으로 통한다 ⓒ 권윤영
그는 때때로 “치료만 받지 말고, 취미활동을 해보라”고 권장한다.

지난 91년 대전중앙병원의 개원 멤버로 대전에 정착한 그는 지체장애인들로 구성된 소모임인 <붓사랑 서우회>의 태동 때부터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일도 하고 있다. 특히 그들이 작품 전시회를 열 때면 병원과 연계해주고, 행정적으로 지원해주는 중간자 역할을 하는 것도 그의 몫.

“초창기에 하고자 하는 의지는 충만한데, 연습할 공간이 없더라고요. 작업치료실이 한가해지면 그 시간을 이용해서 연습할 수 있도록 해드렸죠. 해가 갈수록 실력들이 일취월장하니 존경스러운데다 지켜보는 저도 신바람이 나더라고요.”

그도 한때는 장애인들 틈에서 사군자를 익히기도 했다. 그러나 98년 9월에는 갑자기 순천중앙병원으로 1년간 발령이 나는 바람에 이번 전시회에는 출품작을 내지 못했다.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의 태동 역시 그가 자리해 있던 물리치료실이었다. 그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은 살면서 조금 불편할 뿐인 장애를 입은 것뿐이지 저희보다 훌륭한 사람이 많아요.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활동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정말 대단한 분들이죠.”

성심성의껏 환자를 돌보는 문 실장.
성심성의껏 환자를 돌보는 문 실장. ⓒ 권윤영
그는 환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한 시간정도 물리치료를 통해 피부접촉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대화가 많아지고, 친밀해 질 수밖에 없다. 문 실장은 나이가 비슷하면 친구 삼고, 나이가 많거나 적으면 형이나 동생을 삼는다. 그만큼 환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는 것이다.

퇴원한 후에도 그를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인천중앙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만났던 한 환자는 뇌신경 손상을 입어 보행은 물론 정신 상태도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문 실장은 그 환자를 진료하면서 잘못하면 혹독하게 야단쳐 가며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동고동락을 했다.

몇 년 후, 그때 그 환자는 대전을 찾아왔다. 수소문 끝에 문 실장을 찾아왔다는 그는 한 회사의 중견 간부로 다시금 사회 활동을 하고 있었다. 문 실장은 바로 그 순간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보람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12월부터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대전광역시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외국의 경우는 물리치료원을 단독으로 개원할 수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그럴 수 없다”며 언젠가는 외국의 사례처럼 전문성을 띨 수 있게끔 물리치료원을 개원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요즘 문덕흥 실장은 상복이 터졌다. 지난달 7일 <보건의 날>을 맞아 보건의료 분야에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주는 시장 표창을 받게 된 데 이어 산재의료관리원으로부터 20년 근속 상까지 받은 것. 항상 웃는 모습을 잃지 않는 미스터 스마일, 문 실장에게 물료치료사라는 직업은 한없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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