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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낮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선일보사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벌을 서서라도 왜곡보도를 고칠 수 있으면 한 시간이라도 서겠다. <조선일보>와 싸우는 일이 어디 만만한 일인가."

민주노총 간부로는 처음 '안티조선' 1인시위에 나선 이수호 위원장의 일성이다.

이 위원장은 23일 정오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사 앞에서 조선일보의 편파왜곡보도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민주노총 차원의 본격적인 언론개혁운동 전개를 선언했다.

민주노총이 주력할 최우선 사회개혁 과제로 '언론개혁'을 꼽은 이 위원장은 민주노동당과의 언론개혁 입법화 공조 및 언론개혁특별위원회 설치를 통해 언론개혁운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언론노조와 언개연 등 언론개혁 진영과의 유대를 더욱 강화할 방침을 강조했다.

민주노총, 본격적인 안티조선·언론개혁운동 선언

이 위원장은 "조선일보의 잘못된 노동보도가 우리 경제를 망쳤다"고 주장하면서 사회흐름에 발맞춘 변화를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조선일보가 반민족적인 태도로 그간 남긴 공과를 국민 앞에 당당히 밝힌다면 누가 거부하겠는가"라며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자꾸 무리하게 가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01년 선언한 민주노총의 '조선일보 취재거부' 원칙 불변을 확인하고 최근 3당으로 부상한 민주노동당 역시 언론개혁 차원에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민주노동당이 언론개혁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는 가운데 전개된 이 위원장의 이날 안티조선 1인시위 동참은 향후 언론개혁 정국에 미칠 영향 또한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조선일보반대와 언론개혁에 적극 나설 경우 민주노동당의 입법 활동과 맞물려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방증하듯 이날 1인 시위 현장에는 수 십명의 기자들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언론개혁특별위 설치로 언론개혁 법제화 주력"

▲ 마치 벌을 서듯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는 이수호 위원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 1인시위에 직접 나서게 된 배경은?
"민주노총도 안티조선운동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조직의 대표로서 1인 시위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가결 전후로 탄핵정국 등에서 반역사적인 보도로 우리 정치와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보도를 일삼았다. 특히 그동안 노동운동을 악의적으로 폄하, 왜곡하거나 선동해서 노동운동 자체를 불온시하고 어렵게 만들었다. 또 걸핏하면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쳐 노동자들을 '빨갱이'로 몰아부쳤다. 이는 용납될 수 없다."

- 처음 1인시위에 나섰다고 들었는데.
"조선일보 때문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전에도 박정희기념관 건립반대와 의문사진상규명 촉구 등을 위해 1인시위를 했다.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조직대표로서도 그렇고, 이 시대를 책임있게 살아가는 시민으로서도 개인의 결단을 표명하는 게 필요하다. 조직의 합의와 함께 개인 자신의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말로만 언론개혁을 하는게 아니라 얼마나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인지 몸던져 보여주고 책임있게 대처하겠다."

- 17대 국회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이 언론개혁 의지를 적극 천명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입장은?
"민주노총 산하에 언론노조가 있다. 따라서 언론개혁은 우리의 주요한 사업으로 민주노총도 앞장설 방침이다. 언론노조와 함께 언론개혁특별위원회도 설치할 예정이다. 언론단체뿐 아니라 노동운동단체도 나서서 시민사회와 손잡고 언론개혁운동에 주력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이야말로 언론을 제대로 바로잡아야 한다."

- 언론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계획은?
"민주노동당이 의석을 차지했으므로 언론개혁 입법활동 공조 등 제도개선 투쟁에 집중할 예정이다. 언론이 우리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고 정치 등 모든 부문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 오늘처럼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면 적극 나설 것이다. 민주노총의 대중세력이 언론노조, 언개연 등 언론개혁 진영과 합쳐지면 더 큰 힘이 될 것이다."

- 민주노총이 핵심적으로 펼칠 언론개혁 사업은?
"언론이 개인에 독점되거나 사유재산화 해서 생기는 문제가 가장 크다. 따라서 언론사 소유지분을 제한하거나 언론이 공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판매와 관련된 독점 등 일부 언론이 누리던 특혜도 확실히 시정돼야 한다. 아울러 언론이 권력화되면서 재벌자본이나 정치권력과 결탁하는 문제를 법으로 제어하는 게 필요하다."

"<조선> 취재거부 지침 불변...민주노동당도 인터뷰 거부해야"

- 민주노총은 그동안 조선일보에 대해 기고와 인터뷰 등 취재를 거부하는 등 거리를 두어왔는데?
"민주노총은 조선일보의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기고, 인터뷰 거부는 물론 조선일보 기자의 사무실 출입도 금지하고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확실하게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변함이 없다."

- 그동안 노동운동단체가 언론개혁운동에 방관적이었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지난해 열사 분신 등 더 시급한 문제에 주력하다보니 다소 등한시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민주노총은 앞으로 대안을 갖고 사회개혁 투쟁에 적극 나서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사회개혁에 언론개혁은 특히 중요하다. 민주노총은 언론개혁과 교육개혁에 힘을 싣고 추진할 생각이다."

- 민주노총 조합원이 매우 많은데 만약 절독운동을 펼치면 조선일보 구독부수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예전에도 해봤는데 굉장히 어렵더라. 민주노총 조합원은 조선일보를 잘 안 본다. 생산직 등 제조업 조합원들은 거의 안 볼 것이다. 사무전문직 조합원들이 사무실로 불가피하게 들어오는 것을 보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보수의 시각을 알기 위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것도 안된다고 본다. 아예 무시해야 한다."

- 조선일보를 직접 보는가?
"읽지 않는다. 가끔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주변 사람이 보고있는 신문이 조선일보라면 눈길을 돌린다. 나같은 사람이 개인이든 조직을 대표해서든 이런 자리에 선다는 게 불행한 일이다. 우리 사회가 변하고 있고 성숙해지니까 이런 문제는 빨리 해소돼야 한다.

조선일보도 그동안 취해온 보도태도와 역사성과 관련해 자신의 공과를 분명히 해야 한다. 반민족적인 태도로 사회를 올바르게 계도하는데 문제가 있었다면 당당히 사과하고 역사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누가 거부하겠는가. 하지만 자꾸 무리하게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 이번 조선일보의 총선보도가 지난 선거 때보다 더 후퇴했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일보를 안봐서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는 얘기는 전해 들었다."

"<조선>, 당당히 사과하고 역사 흐름에 발맞춰야"

- 조선일보의 노동운동 보도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노동운동 관련한 조선일보 보도는 문제가 많다. 최근 공무원 노조와 전교조 관련한 보도만 봐도 그렇다. 보수적이고 우익적인 시각을 가진 정부 관료를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이 부추겨 결국 공무원 노조와 전교조를 탄압하는 사태로 나타났다. 말도 안되는 것을 선거법에 걸어서 대단한 문제가 있는 양 전교조 위원장을 구속했다가 바로 풀어주는 덜 성숙된 모습도 보였다.

균형 잡힌 사회가 되도록 이끄는 게 언론의 역할인데 매우 안타깝다. MBC와 관련, 언론기관끼리 대립하는 것은 보기도 그렇고…. 언론도 자기 입장이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폭넓은 독자 지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것은 괜찮지만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를 왜곡하거나 비방, 폄하하고 무리하게 끌고 가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비정규직과 노동시장 유연성 등과 관련한 조선일보 보도의 문제점은?
"철저하게 사용자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잘못된 것이다. 조선일보는 그렇게 잘못된 보도로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국가정책과 관련해서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수 없지만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정말 잘못된 시각이다. 최근에는 되레 경영자, 기업가가 피해자인 것처럼, '기업가 기(氣) 살려주기'까지 나왔다. 노동시장 유연성의 경우 OECD 공식 보고서에도 언급됐지만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다음으로 유연성이 강한 나라이다. 비정규직이 50% 이상을 넘었는데 유연성이 없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 민주노총 산하에 조선일보 노조도 포함돼 있는데, 조선 조합원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특히 <스포츠조선> 지부의 경우 회사측 탄압으로 그동안 언론노조와 같이 계속 투쟁을 벌여왔다. 개인적으로는 교육노동자 출신으로서 언론노동자에 대해 일종의 동료의식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언론노동자는 엄청난 사회적 영향력을 갖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대한 젊은 언론노동자들의 올바른 이해가 중요하다. 젊은 언론노동자들이 노동문제와 노조에 대한 애정을 갖고, 스스로도 노동자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언론개혁 운동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 민주노동당이 조선일보 인터뷰에 응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당에서 결정할 문제이다. 하지만 사견을 전제로 말하자면, 그동안 왜곡보도나 우리 정치를 매도했던 것과 관련해 조선일보에 항의하고 문제제기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민주노총도 못마땅한 게 조선일보 뿐만 아니지만, 중앙·동아 취재에는 응하고 있다. 가장 왜곡보도를 심하게 했다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도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조선일보의 인터뷰는 확실하게 거부해야 한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안티조선'과 조선일보 기자
주최측 취재거부... <조선> 기자 "사유지 아니다"

"조선일보는 변해야 한다. 17대 총선결과는 조선일보의 한나라당 편들기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다. 탄핵에 배후에는 조선일보가 있다."

조선일보를 강력하게 성토하는 구호가 적힌 구호를 온 몸에 두른 채 '대조선일보 선전포고'와도 다름없는 언론개혁 선언을 하는 23일 이수호 위원장의 1인 시위 현장에는 조선일보 기자도 취재를 나왔다.

바로 전날인 4월 22일 조선일보사 옆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편파·허위·왜곡 선거보도 규탄 및 언론개혁 촉구대회'를 취재하기도 했던 조선일보 기자는 이날 취재거부를 하는 주최측과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측은 조선 기자에게 "조선일보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며 자리를 떠날 줄 것을 요구했고, 이 기자는 "사유지도 아닌데 왜 가라고 하는가"라며 반박했다. 결국 이 위원장이 "그냥 두라"고 말해 실랑이는 멈췄다.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측은 "취재를 하면 정확하게 써달라, 오늘 1인 시위를 어떻게 쓰는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1인시위 도중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거 응원을 나와서 4월 22일 집회 관련한 보도에 대해 불만을 성토하며 잠시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신 위원장이 "'조선일보 기자는 성실하다'고 말한 대목은 빼고 '조선일보는 범죄집단'이라는 표현만 쓸 수 있느냐"고 23일자 '데스크 칼럼'과 관련해 묻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1시간 동안의 1인시위를 끝내고 돌아가면서 조선 기자에게 다가가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어깨를 다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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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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