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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종로구청. 1층부터 부재자 투표를 기다리는 사람들
9일 종로구청. 1층부터 부재자 투표를 기다리는 사람들 ⓒ 김해영

잠시 집을 떠나 있게 돼 군에 있을 때를 빼고 처음으로 부재자 투표를 신청했습니다.

7일 등기로 도착한 부재자 투표 용지를 들고 인터넷에서 확인한 부재자 투표소인 서울 종로구청에 도착한 시간은 9일 오후 2시. 일부러 직장인들의 점심 시간을 피해서 찾아 왔지만 현관 앞에는 많은 이들이 노란 봉투를 손에 들고 투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는 지루했는지 신문을 보거나 함께 온 이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전경들은 투표용지 봉투를 보면서 고향이야기를 하기도 하더군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전경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리적 위치 때문에 전경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 김해영

현장에서 만난 김성희(28·직장인)씨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투표를 하러 왔다고 하면서 "부재자 투표는 처음인데 장소 찾기가 좀 힘들다고 어제 TV에도 나왔다더라. 그래서 직장 동료들과 인터넷으로 투표 장소를 찾아서 함께 나왔다"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또한, 2층에서 만난 박아무개(45·직장인)씨는 "오늘 와보니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여서 기분이 좋다. 난 여러 번 파견을 많이 나가서 부재자 투표를 많이 해봤지만 오늘처럼 젊은 사람들 많은 날은 처음이다. 아무리 바빠도 투표를 해야지 왜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고 정치가들 욕 하나"라면서 따끔한 일침을 놓기도 했다.

직장 업무 중간에 나온 직장인들도 많았습니다.
직장 업무 중간에 나온 직장인들도 많았습니다. ⓒ 김해영

이외에 다른 분들도 대부분 "투표소가 좀 찾기 힘들다", "시간이 4시까지라 업무 중에 나왔다. 시간을 좀 조절해주면 안되나"라는 등 부재자투표 절차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10여분이 지나서야 저도 투표소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선관위 안내문과는 다른 모습에 잠시 실망을 했습니다. 선관위에서 보내준 안내문에는 큰 발송봉투와 작은 회송봉투 모두를 가지고 와야 한다고 적혀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큰 봉투를 가지고 왔는데, 현장에서는 큰 봉투는 필요 없으니 버리고 작은 회송봉투와 그 안의 표들만 꺼내서 확인 받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진작 알려주었다면, 편지봉투만한 작은 봉투만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왔을 걸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지막으로 기표를 하고 나올 때 아주 크게 비화될 수도 있는 해프닝이 하나 벌여졌습니다.

전경 2명이 나란히 기표소에 들어갔는데 한 전경이 "어 정당은 어디를 찍어야 하지"하면서 혼자말을 하자 옆 기표소에 들어간 다른 전경이 "무조건 ○번 찍어 ○당 찍으면 되잖아"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왜?"라고 다른 전경이 묻자 "그냥 ○당 찍어. 왜는 무슨 왜야"라고 면박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주변에 있던 몇몇 사람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확 쏠렸습니다.

"지금 어느 정당 찍으라고 강요하는 것입니까?" 뒤에 서 있던 양복을 입은 분이 소리를 지르더군요. "요즘도 군대에서 ○번 찍으라고 협박하는 세상인가 보지. 이거 고발해야 되겠군"하면서 목소리가 높아지자 두 전경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더군요.

다행히 옆에 있던 경찰 간부로 보이는 분이 "니들 왜 그랬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하면서 야단을 치고 문제를 지적한 분한테 정식으로 사과하는 선에서 일은 마무리가 되었지만 뒤끝이 개운치 않았습니다.

아무튼 어찌 어찌해서 부재자 투표를 끝내고 나오는 사람들 모습을 보니 자신의 선택에 대한 기대가 넘치는 모습이었습니다.

투표소에서 한때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투표소에서 한때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 김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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